LA와 주변 도시들을 거미줄처럼 연결하는 메트로링크(Metrolink) 전철이 통근자들의 대안 교통수단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아침저녁 교통체증에서 벗어날 수 있고 직장 위치에 따라 시간이 절약되며 이동하는 동안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것이 전철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애용자들은 말한다. 매일 전철로 LA의 직장과 외곽의 집을 오가는 직장인 원창호·최인자씨와 함께 출근길 메트로링크 전철을 직접 체험해 봤다.
LA전역 7개노선 512마일 하루 4만여명 이용
한달 평균 승차권 200달러선 절약 쏠쏠
■출근길 아닌 ‘여행길’
어둠이 걷히기 시작할 무렵인 지난 23일 오전 6시30분께. 오렌지카운티 부에나팍 전철역 주차장에 차를 허겁지겁 세우고 플랫폼에서 원창호(할리웃 장로병원 비즈니스 개발담당 부사장)·최인자(윌셔양로보건센터 액티비티 코디네이터)씨를 만났다. 티켓 자동판매기에서 부에나팍↔LA 왕복티켓(11달러50센트)을 크레딧카드로 끊고 전철을 기다렸다.
원씨는 라미라다의 집에서 부에나팍 역까지 차로 약 7분, 최씨는 가든그로브의 집에서 역까지 약 15분이 걸린다고 한다. 부에나팍에서 LA까지 거리는 편도 21마일. 요즘에는 자동차로 1시간~1시간20분은 족히 걸린다. 이른 시간이었지만 100명 남짓한 사람들이 역에 모여 있었다.
정장을 차려입은 회사원, 백팩을 어깨에 멘 학생, 벤치에 앉아 뜨개질을 하는 할머니 등등. 원씨는 “전철에서 보내는 시간은 출근길이 아니라 즐거운 여행길”이라며 “가끔씩 열차가 5~10분 늦게 도착하는 것 빼곤 전혀 불만이 없다”고 전철 예찬론을 폈다. 최씨는 “아침저녁으로 트래픽과 씨름하지 않아도 되고 열차 안에서 책·신문도 읽고 생각도 정리할 수 있어 너무 좋다”며 “전철을 이용한지 2년 정도 됐다”고 말했다.
도착예정 시간인 오전 6시42분보다 약 13분 늦은 6시55분께 전철이 도착했다. 인구밀집 지역을 통과하는 노선인 관계로 자리가 없어 선 채 LA로 향했다. 열차 내부를 둘러보니 귀에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듣는 사람, 열심히 노트북 키보드를 두드리는 사람, 신문을 읽는 사람, 옆자리 승객과 정겹게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 등 여러 유형의 승객들이 눈에 들어왔다. 전체 승객의 약 3분1은 모자란 잠을 보충하는 모습이었다.
커머스 지역을 지나면서 창밖을 내다보니 꽉 막힌 5번 프리웨이가 보여 평소 출근길 트래픽이 떠올랐다. 부에나팍 출발 후 샌타페 스프링스-놀웍, 커머스 등 2개 역에 정차한 뒤 35분 만인 오전 7시30분께 LA 유니온 역에 도착했다. 유니온 역은 여러 지역에서 전철을 타고 들어온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헤어지기 전 원씨에게 “전철을 타면 돈과 시간이 절약되느냐”고 물었다. 원씨는 “운전을 하면 집에서 직장까지 평균 1시간, 전철과 지하철을 타면 1시간20분 정도 걸려 시간은 손해 보지만 자동차를 이용하면 매달 225달러의 개스비가 드는 점을 감안할 때 60달러 정도는 절약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유니온 역에서 두 사람은 메트로 지하철로 갈아타고 한인타운 인근 직장으로 향한다. 여기서부터 직장까지 가는데 걸리는 시간은 기다리는 시간을 포함해 원씨 35분, 최씨 30분이다. 트래픽에 시달리지 않아서 일까? 지하철로 향하는 두 사람의 표정은 여유가 흘러 넘쳤다.
■자동차 없는 불편함은?
메트로링크 통근족들은 하루 종일 자동차 없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원씨와 최씨는 식사 등 타인과의 약속은 가급적이면 회사 근처에서 잡으며 필요하면 시내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약속 장소까지 간다. 메트로링크 한 달 승차권 소지자는 시내버스나 지하철, 전철 등 LA카운티 대중교통을 티켓 유효기간에 무료로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추가 비용은 들지 않는다. 평일 저녁이나 밤에 중요한 볼일이 있어 귀가가 늦어질 것이 확실하면 처음부터 자동차로 출근한다.
■탑승 및 티켓 구입
승차를 원하는 메트로링크 역에 가서 티켓 자동판매기(ticket vending machine)를 통해 티켓을 현찰(100달러 지폐는 받지 않음) 또는 크레딧·데빗카드로 구입한 후 탑승하면 된다. 열차 도착시간은 평일 또는 주말에 제각기 다르다.
탑승자들은 유효한 메트로링크 티켓으로 LA카운티 내 로컬 시내버스, 전철, 지하철, 셔틀버스 등을 무제한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단, 티켓에 찍힌 날짜에 한해서만 가능하며 10회 승차권 소지자의 경우 티켓에 그 날의 승인 도장이 찍혀 있어야 한다.
■요금
▶성인(19~64세)-평일은 보통요금(regular fare), 주말은 25% 할인요금이 적용된다.
▶어린이 및 청소년(6~18세)-평일은 보통요금, 주말은 50% 할인요금 적용.
▶5세 이하-3명까지 무료로 어른 한 명과 함께 탑승 가능.
▶시니어(65세 이상)-보통요금에서 평일, 주말 상관없이 50% 할인
▶장애인-시니어와 동일함
<샘플 요금(평일 성인 보통요금 기준)>
●어바인↔LA
-편도 9.25달러, 왕복 17.25달러, 한달 승차권 255.00달러.
●노스리지↔LA
-편도 7.50달러, 왕복 13.75달러, 한달 승차권 196.75달러.
●샌타클라리타↔LA
-편도 8.25달러, 왕복 15.25달러, 한달 승차권 $219.25
●샌버나디노↔LA
-편도 11.00달러, 왕복 20.75달러, 한달 승차권 310.75달러.
■메트로링크 웹사이트 주소 www.metrolinktrains.com
■고객 서비스 전화 (800)371-LINK(5465), 오전 6시~오후 10시(월~금), 오전 6시30분~오후 8시(금·토)
■메트로링크 누가 타나
메트로링크 통근열차는 현재 벤추라카운티(옥스나드↔LA), 앤틸로프밸리(랭캐스터↔LA), 샌버나디노(샌버나디노↔LA), 리버사이드(리버사이드↔LA), 오렌지카운티(오션사이드↔LA), 인랜드·오렌지카운티(샌버나디노↔오션사이드), 91(리버사이드↔LA, 풀러튼 경유) 등 총 7개 노선(총 512마일)이 운행중이며 주중 평균 승객수는 4만2,000명에 이른다.
전체 탑승자의 인종별 분포를 살펴보면 백인(40.5%), 히스패닉(25.5%), 아시안(17.5%), 흑인(12.7%), 기타(3.8%) 등이며 자동차 소유자는 84.5%에 달한다. 남성(50.3%)과 여성(49.7%)이 거의 반반이며 탑승자들의 중간 가구소득은 연 7만2,3232달러로 조사됐다. 풀타임 근로자는 81.4%, 파트타임 근로자는 5.2%로 전체의 86.6%가 현재 직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자영업자는 4.1%로 집계됐다.
거주지역 별로는 LA카운티 40%, 샌버나디노 카운티 22%, 리버사이드 카운티 17%, 오렌지카운티 14%, 벤추라 카운티 5%, 샌디에고 카운티 2% 등이다.
통근목적으로 전철을 타는 사람이 84%를 차지했고 연령별로는 베이비부머 세대(1946~64년생) 47%, X-세대(1965~76년생) 27%, Y-세대(1977~94년생) 18%, 스윙세대(1933~45년생) 7%를 각각 기록했다.
<구성훈 기자>
부에나팍 역을 출발한 메트로링크 전철이 LA로 향하는 동안 원창호(왼쪽)씨가 옆자리에 앉은 아시안 승객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박상혁 기자>
메트로링크 전철 전체노선 지도. 총 7개 노선에 55개 역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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