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는 “목숨을 위하여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염려하지 말라고 가르쳤지만 요즘은 말 그대로 ‘목숨을 위하여’ 염려하지 않을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단, 염려의 내용이 달라졌다. 전자는 목숨을 연명하기 위한 양식의 양에 대한 염려라면, 후자는 목숨에 해를 끼칠 지 모를 먹거리의 품질에 대한 염려이다.
당장의 이익에 눈이 멀어서 사람이 먹을 음식에 장난을 치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한국이 가난하던 60년대, 70년대에 과자나 사탕에는 으레 불량색소가 들어갔다. 어린아이들 코 묻은 돈을 끌어 모으기 위한 갖가지 비위생적인 불량식품들이 나돌았다.
거기서 한발 더 나간 양심불량 식품은 석회 넣은 두부나 담배꽁초 커피 등. 콩을 덜 넣고 두부를 단단하게 만드느라 석회를 섞었다 적발된 두부공장들이 있었고, 커피가루를 아낄 심산으로 담배꽁초를 섞어 커피를 뽑던 다방들이 있었다.
“음식을 놓고 그런 장난을 치다니 그러고도 사람인가”라며 모두들 분개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가난하던 시절의 유치한 수준이었다. 그 두부를 사먹고, 그 커피를 마신 사람들은 배신감이 컸겠지만 애초에 규모가 영세하니 피해자도 적었다.
지금은 우선 그 규모가 다르다. 식품업체가 대형화하면서 식품에 만에 하나 불량성분이 섞일 경우 그로인한 피해규모는 상상하기 어렵다. 한국의 대표적 식품업체인 대상과 CJ제일제당이 도마 위에 올랐다. ‘국산’ 이미지를 강조해온 이들 기업의 고추장에 중국산 고춧가루가 상당량 들어간 사실이 드러난 때문이다.
이들 두 회사의 한국 내 고추장 시장점유율은 90%가 넘는다. 혹시라도 해로운 성분이 들어갔다면 전 국민의 건강이 위협받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중국산 재료라고 무조건 유해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동안 ‘중국산’의 식품 속 납 성분, 생선 뱃속의 납덩어리, 김치 속의 기생충 알 등을 익히 들어온 소비자들은 불안감이 앞선다.
‘목숨을 위하여’ 염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또 식품제조업체들의 양심불량이 날로 심해지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 경남에서는 사료용 참치 내장이 창란젓으로 둔갑해 문제가 되었었다. 업자들이 사료용 내장을 표백제로 탈색해서 양념을 버무려 젓갈로 팔아 수십 배의 이익을 챙겼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3대째 내려오는 전통 비법’의 된장·고추장 업체는 타사 제품을 사들여 용기만 바꿔 팔다가 적발된 일도 있었다. 국내산 재료만을 써서 전통비법으로 만든다고 선전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다른 업체들이 중국산 원료로 만든 된장·고추장을 대량으로 사다가 자사 용기에 덜어 팔았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벌어지는 이런 일들이 ‘남의 일’이 아닌 것은 그 제품들이 거의 고스란히 미주한인시장으로 들어오기 때문이다. 젓갈이며 고추장·된장을 세일한다면 이제 의심부터 하게 생겼다.
소비자들이 대기업 제품을 사는 이유는 상표가 주는 신뢰감 때문이다. 영세업체라면 모를까 대기업은 최소한 관련법규를 준수하리라는 믿음이다. 대기업마저 눈 가리고 아웅 식이라면 소비자들은 불안해서 먹고 살수가 없다. 대기업의 먹거리 장난은 그 규모만큼 더 죄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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