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30일 뉴욕의 명소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86층 전망대에서 올해 21세의 예일대 학생 카메론 다바히가 투신자살했다. 텍사스 오스틴 출신으로 부유한 의사집안의 아들이었던 그는 다방면에 뛰어난 학생이었고, 동부의 명문 보딩스쿨 디어필드를 나와 예일대에 입학했다.
자녀의 명문대 입학을 바라는 부모라면 누구나 한 번쯤 욕심내고 싶은 엘리트 학교과정을 밟았던 그가 전망대에 설치된 10피트 높이의 철장까지 넘어 허공에 몸을 던진 이유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캠퍼스를 떠날 때 기숙사 자신의 방에 가족에게 미안하다는 내용과 함께 뉴욕으로 가 허드슨 강의 조지 워싱턴 다리나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에서 자살하겠다고 언급한 것은 이미 그가 자살할 결심을 이미 굳게 먹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이 사건이 세인들의 관심을 모으는 것은 최근 짧은 시간 동안에 명문대 재학생들의 자살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장래가 촉망되던 젊은이들을 자살로 몰고 가는 이유에 대한 궁금증이 커졌기 때문이다. 사실 미국 대학생들의 자살은 다른 사건에 비해 일반인들의 관심을 받지 못했을 뿐,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미 대학 보건협회(ACHA) 자료에 따르면 대학생 10만 명당 약 7.5명이 자살하고 있고, 12명 중 한 명은 자살을 계획했던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매년 1만 명 이상이 자살하고 있는 것이다. 또 100명당 1.5명이 실제 자살을 기도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2008년 미국 정신과협회가 조사한 자살에 대한 대학생들의 설문조사에서도 문제의 심각성은 그대로 나타난다. 70개 대학 2만6,000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어느 순간 자살을 생각했던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대학생들이 자살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크게 환경변화, 고립감, 학업 스트레스, 부모의 기대 등으로 인해 부담을 이기지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특히 명문대 입학생들은 더욱 심한 압박감을 받는다고 한다.
2년 전 하버드 대학을 졸업했던 한 한인 여학생이 졸업식을 마친 뒤 처음으로 자신이 지난 시간 대학에 입학해서 겪었던 일들을 부모에게 털어 놓았다. 바로 말하면 부모에게 부담을 줄까봐 가슴에 담아 뒀었던 모양이다.
고교시절 수재라는 얘기를 들었던 이 여학생은 대학 첫 학기가 시작되면서 자신보다 훨씬 더 똑똑한 아이들이 얼마나 많은지, 그리고 이런 아이들과 경쟁을 해야 한다는 사실에 커다란 충격과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했다.
심지어 자신이 제출한 첫 리포트를 교수가 손에 들과 강의실에 나타나자 칭찬을 받는 줄 알았더니, 대뜸 이 교수는 작성자는 공개하지 않고 잘못된 리포트의 전형이라며 문제점을 꼬치꼬치 짚어가며 얘기하더라는 것이다. 그 때 이 학생의 겪었을 심리적 공황은 말로 안 해도 쉽게 그릴 수 있다.
충격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미 최고의 명문대답게 우수한 인재도 널려 있지만, 친구 부모들이 가지고 있는 막대한 부의 세계 역시 평범한 가정의 이 여학생을 심한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리게 만들었다. 다행히 이 학생은 부모와 많은 대화를 통해 위로와 격려를 받았고, 신앙으로 빨리 제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물론 이런 이야기가 모든 학생, 캠퍼스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명문대란 커뮤니티의 한 단면을 맛볼 수 있다는 점에서 귀담아 들을만한 얘기이다.
2010 가을학기 입시가 막을 내렸다. 상당수 유명 대학들이 전례 없는 지원자 홍수와 맞물리면서 합격률은 크게 낮아져 역대 최고의 치열한 입시전쟁이란 기록을 남겼다.
지금은 합격자들이 합격한 복수의 대학을 놓고 어느 대학을 낙점할 것인가를 놓고 고민하는 시간이다. 부모의 역할이 정말 중요한 시기로 대학의 명성이나 순위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정말 자녀가 좋아하고 잘 적응할 수 있는 대학이 어디인지 함께 연구하고 토론해야 한다.
덧붙여 앞으로 부모의 품을 떠나 성인으로서 스스로 해야 할 일과 겪게 될 일, 실패와 좌절에 대해서도 진지한 대화가 빠져서는 안 된다. 자신을 바로 보고, 인정할 줄 아는 지혜를 배워야 위기를 슬기롭게 넘기고, 새로운 도전의 목표를 세울 수 있다.
미국의 대학은 들어가는 것보다 들어가서가 더 힘들고, 어려운 이유에서다.
황성락 / 특집 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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