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포드대학 박사과정 학생인 라비나 이브라힘은 말레이시아 행 오전 9시 출발 유나이티드 항공기를 타기 위해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14세짜리 딸을 동행하는 고국방문 길이었다. 얼마 전 자궁적출 수술을 받았던 그녀는 휠체어를 요청했다. 그러나 항공사 직원이 그녀의 이름이 탑승금지 명단에 올라있는 것을 발견한 순간 지역 경찰과, FBI, 국토안보부 등으로의 전화가 수없이 이어졌고 이브라힘은 수갑이 채워진 채 수색을 당한 후 유치장으로 옮겨졌다. 말레이시아 행 항공기가 떠난지 2시간 후 그녀는 아무 설명 없이 석방되었고 다음 날 말레이시아로 갈 수 있었다. 그러나 이브라힘은 미국으로 되돌아올 수가 없었다. 비자가 취소된 것이다. 그는 자신이 테러용의자 감시대상 명단에 오른 것을 항의했다. 1년 후 미 정부로부터 온 답신에는 그녀의 케이스를 검토했으며 적절한 변경조치가 취해졌다고만 적혀있었다.
정부실수로 테러용의자 감시 명단에 오른 희생자들 속출
공항서 체포당한 스탠포드 박사과정 학생, 5년째 소송중
매년 수천명의 사람들이 자신이 정부의 테러용의자 심사절차에 걸려든 것을 발견하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정당한 근거에 의해 타겟이 되지만 정부의 판단 실수나 단순한 신분착각에 의한 어이없는 피해자들도 상당수다.
어떤 경우든 지난해 크리스마스 디트로이트 행 테러미수범 탑승 사건이후 오바마 행정부의 테러용의자 기준 강화방침에 의해 그 숫자가 급증했다. 탑승직전 의심 승객에 대한 추가 검사도 강화되었다. 용의자를 워치 리스트에 올리는 것도 쉬워졌다. 조금이라도 의심스러우면 감시명단에 올릴 수 있는 쪽으로 연방정부 전 시스템이 기울고 있는 것이다. 결과로 워치 리스트는 계속 방대해지고 있다.
위험인물 범위는 확대되었지만 이에 관련된 제반 결정과정 및 사항은 모두 기밀에 속한다. 따라서 대상자들은 자신이 리스트에 올라 있는지, 왜 올라 있는지, 오류 발견 후 리스트에서 제외되었는지에 대해 전혀 알 수가 없다. 정부 당국자들은 기밀로 해야 테러리스트들이 혼란을 겪는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민권운동가들은 정부가 실수를 은폐하고 배상청구를 막으려는 방편이라고 반박한다.
이브라힘이 유나이티드 항공 카운터에서 체포된 후 5년이 지난 지금, 그녀가 제기한 소송은 이 기밀의 벽을 조금씩 무너뜨리고 있다. 많은 판사들이 유사한 케이스를 기각시킨바 있지만 한 연방항소법원이 그녀 주장의 정당성을 인정하고 케이스를 받아들인 것이다. 지난 12월 한 연방판사는 정부의 기밀 주장을 일축하고 이브라힘 구금에 대한 파일을 공개하라고 명령했다.
이브라힘의 케이스는 탑승금지 명단에 오른 사람들에 대한 구금과 구금 여부를 결정하는 민간 컨트랙터의 역할에 대한 새로운 법적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경찰은 국토안보부와 계약한 민간 컨트랙터의 지시에 의해 행동했다고 말한다.
정부는 법정투쟁을 끝까지 계속하겠다고 다짐했고 네 아이의 어머니인 44세의 이브라힘이 사건의 전모를 알 수 있게 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그러나 이번 케이스에 대한 검토와 다른 소송자료들, 정부의 감사와 담당관들의 증언은 정부 시스템이 얼마나 복잡하고 불분명한지를 보여주고 있다.
워치 리스트는 TIDE로 불리는 테러용의자 데이터베이스에서 시작되는 리스트의 연속이다. 이 데이터에는 각종 정보 보고서를 통해 매일 1만개의 이름이 올라오는데 상당부분은 오류와 오보에 의한 것으로 폐기된다고 국가 대 테러리즘 센터의 부 디렉터 러셀 트래버스는 설명한다.
대 테러리즘 센터의 분석가들이 FBI의 테러리스트 스크리닝 센터(TSC)와 공동작업 하에 골라낸 이름들이 통합 워치 리스트에 올라가게 된다. 그 명단도 여러 갈래로 나뉘는데 그중 두 가지가 탑승금지 대상인 no-fly list와 (검색)선정대상인 selectee list로 이 명단에 속해있는 사람은 추가 검색을 당하게 된다. 통합명단에는 40만 명 이상이 수록되어 있는데 97%가 외국인이다. 노우-플라이에는 6,000명, 실렉티에는 2만명이 들어있다.
명단선정 기준은 9.11 이후 대폭 강화되었다가 선의의 피해자가 너무 많이 발생, 그후 완화되었다.
단 하나의 제보만으로 미국 시민을 워치 리스트에 올리는 것은 아니지만 수사를 시작하게는 할 수 있다. 특정그룹에 대한 편견은 연방법으로 금지되어있으나 무고한 활동이 ‘의심스런 행동’으로 감시의 대상이 되는 일은 드물지 않다. 아파트 1층 주거만을 고집하는 테넌트, 가구가 거의 없는 테넌트 등도 의심스런 신고대상에 속하며 ‘무슬림 환경에 동화’ ‘엔지니어링 같은 기술분야 연구’등도 경계 대상으로 꼽힌다.
에릭 쉐르펀이 의심스럽게 보인 것도 바로 이런 기준에 의해서다. 페르시아 걸프전 참전 군인으로 민간조종사인 그는 이슬람으로 개종했고 파키스탄 태생의 종교서적 판매상인 루비나 투린과 결혼했다.
2006년 5월 한 직장동료가 쉐르펀을 경찰에 신고했다. 폭탄을 적재할 수 있도록 자동차를 개조했다는 것. 쉐르펀이 한 일은 자신의 낡은 마즈다 자동차에서 망가진 좌석을 뜯어낸 것이 전부였다. 쉐르펀 부부는 공항에서 체포당했고 실직위기에 처해졌다. 그들은 소송을 제기했고 쉐르펀이 워치 리스트에서 삭제되었다는 ‘기밀’ 서류가 판사에게 증거로 제출된 후 쉐르펀 부부는 ‘누명’을 벗었고 에릭도 직장에 복귀할 수 있었다.
이브라힘의 케이스는 여전히 끝나지 못했다. 그동안 스탠포드에서 토목공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학교관계자들도 그녀에 대한 절대적 신뢰를 강조하고 있지만 미국으로 아직 돌아오지는 못했다. 소송은 변호사를 통해 진행 중이다. 그녀를 체포했던 샌프란시스코 경찰 소송케이스는 22만5,000달러 배상으로 합의를 보았으나 아직 연방정부 소송은 계속되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소송의 분위기가 희망적이라는 점이다.
지난 해 4월 한 연방항소법원 판사는 이브라힘 소송 히어링에서 이렇게 말했다 : “당신이나 나, 이 법정에 있는 어느 누구의 이름이 (이브라힘처럼)그 리스트에 오른다면 얼마나 가혹한 고통을 받겠는가”
<뉴욕타임스-본보특약>
라히나 이브라힘
워치 리스트에 올라있는 에릭 쉐르펀. 파일럿인 그는 페르시아 걸프전에 참전했었다.
이슬람으로 개종한 에릭 쉐르펀은 파키스탄 태생의 루비나 투린과 결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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