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인여성 도와주다 ‘마약밀매 혐의’ 날벼락
박상훈씨의 아버지 박건신(오른쪽)씨와 박씨가 출석했던 교회의 최정규목사가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저는 크리스천으로서 미국 땅에서 부모님과 함께 살고 싶습니다. 저를 도와주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애리조나 감옥에서 박상훈 드림”
마약 밀매 관련 혐의로 2년 징역형을 선고받고 일 년 반째 수감 생활을 하고 있는 박상훈씨(25)의 눈물어린 편지는 이렇게 끝을 맺는다. 2년 형을 받았으니 올 가을 풀려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일 년 이상의 징역형을 받은 영주권자는 자동 추방된다는 소식에 앞이 더욱 캄캄하다.
적지 않은 변호 비용을 써놓고도 재판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조차 몰랐던 박씨와 그의 가족들의 기가 막힌 운명은 2008년 겨울에 시작됐다. 더 정확히 따지자면 그 전 해 여름에 있었던 한인 헬레나 짱(Tsang)이라는 여인과의 불행한 만남이 원인이었다.
2007년 7월경 박씨의 어머니가 메릴랜드주 글렌버니에서 운영하는 잡화상으로 헬레나 짱이라는 여인이 찾아왔다. 짱은 “중국계인 남편이 큰 그로서리를 갖고 있는데 물건도 운반해주고 일을 도와줄 사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그 자리에서 700달러어치나 되는 물건을 사며 박씨와 어머니의 환심을 샀다. 이후 박씨는 몇 번 소소한 일을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고 그 여인의 집을 방문하기도 했다.
박씨 모자(母子)와 관계를 튼 짱은 비즈니스로 애리조나를 가야하는데 박씨가 같이 갈 수 없느냐고 물었다. 특별히 부탁을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그 때가 2008년 8월6일이었다.
애리조나 행 비행기에는 헬레나 짱과 다른 한인 여성, 김 모라는 한인 남성이 동승을 했다. 김모씨와 렌터카를 타고 호텔에 도착한 박씨는 지갑을 차에 두고 내렸다며 난감한 척하는 김씨의 말을 듣고 자신의 운전면허증을 보여주고 호텔을 계약했다.
호텔 안 다른 방에는 헬레나 짱과 다른 여인, 그리고 두 명의 백인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짱은 박씨에게 두 개의 가방을 박씨의 방으로 옮겨 놓으라는 말을 했고 그냥 팔 물건이라고 생각했던 그는 그대로 수행했다.
이상한 느낌이 들기 시작한 것은 몇 시간 후 메릴랜드로 돌아오기 위해 호텔을 나와 공항으로 운전해 갈 때였다.
경찰이 따라붙더니 신호위반으로 차를 세웠다. 트렁크는 물론 차안을 샅샅이 뒤지는 경찰에게 “왜 그러냐”고 묻자 대답은 “당신에게 마약판매 혐의가 있다”는 말이었다.
다행히 차 안에서 마약이나 무기, 돈 등 의심을 살만한 것이 발견되지 않아 박씨는 경찰서에 가서 추가 조사를 받은 뒤 귀가할 수 있었다. 헬레나 짱과 일행은 잠복 형사와 경찰에 이미 모두 체포된 상태였다.
하지만 박씨의 비극은 여기서 종결된 것이 아니었다. 그 사건 후 일 년이 훨씬 넘은 2008년 12월 어느 날 새벽. 박씨의 집에 경찰이 들이닥쳤다. 곤히 잠들어있던 그는 영문도 모른 채 공포에 떨며 잡혀갔다. 애리조나에서 호텔을 계약할 때 자신의 운전면허증 기록을 남긴 것이 화근이었다.
그날부터 박씨의 아버지 박건신씨와 어머니 박미옥씨가 눈물로 나날을 지새우게 된 것은 자명한 일이다. 소개를 받아 마약 전문가라는 변호사를 고용했지만 어찌된 일인지 재판 진행 상황은 전혀 전해 듣지 못했다. 어머니가 오히려 아들에게 편지를 써 물어볼 정도였다.
지난 해 8월 재판이 열리기 전 박씨가 변호사에 들은 말을 요약하면 이렇다. “너는 이 재판에서 지게 된다. 하지만 죄를 인정하면 감옥에서 보내야 할 3년 반의 기간을 2년으로 줄일 수 있다. 이민법에 따라 추방될 가능성도 있지만 메릴랜드로 돌아갈 수 있다. 메릴랜드에서 다시 입건되지 않도록 해줄 것이다.”
무죄를 강력히 주장하고 싶었지만 많은 세월을 감옥에서 보낼 수 있다는 위협 아닌 위협 앞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아무리 억울해도 2년 뒤 부모님과 함께 살고 싶은 마음이 더 간절했다. 징역형을 살게 된 사실도 박씨의 부모는 변호사가 아닌 아들로부터 들었다.
자식의 추방 위기를 깨닫게 된 박씨 부모는 다시 변호사를 선임해 백방으로 노력하고 있지만 엄한 법 앞에 속수무책일 뿐이다. 그나마 가게를 찾아오던 미국인의 도움으로 벤자민 카딘 연방상원의원(MD, 민주)을 면담할 기회를 얻게 돼 실낱같은 희망을 주고 있다.
또 박씨의 부모는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한인들로부터 서명도 받고 미 언론도 찾아가볼 생각이다.
모범수로 있는 박씨의 석방일은 올해 11월17일. 추방 재판은 그의 석방 후 바로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박미옥씨는 “아들이 ‘나는 건강하게 잘 있다’며 편지도 보내고 그림도 보내줘 그나마 마음이 놓인다”며 “어머니날엔 카드도 받았다”고 말했다.
연락 (502)836-3033 최정규 목사
<이병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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