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노동(家事勞動)의 사전적 의미는 가정생활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가사 및 가정관리 노동입니다.
그러나 흔히 가사노동은 ‘일 같지 않은 일’로 취급되고 ‘해도 안 보이고, 안 하면 금방 표시나는 일’, ‘매일 똑같은 일의 반복인데 생색도 나지 않고, 해도 해도 끝이 없는 일’이 가사노동입니다. 가사노동이 편한 것, 노는 것이라는 통념이 있으나 오히려 노동시간이 길고 종류가 많고 복잡하여 매우 힘들고 어려운 노동인것만은 사실인것 같습니다.
한국의 통계청이 발표한 ‘2009년 생활시간조사’에 따르면 성인 남자의 하루 가사노동 시간은 42분인데 반해, 여자는 3시간35분으로 남자의 5배에 달했습니다.
또한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전업주부의 가사노동 가치를 현실적으로 평가하기 위하여, 가사노동에 해당하는 37개 항목에 드는 노동시간을 1일 단위로 산정해서 전업주부의 한달 임금을 환산하여 발표한 적이 있는데, 전업주부의 가사노동시간은 평균 14시간이며 이것을 월급으로 환산하면 평균 임금을 기준하여 미화 약 $3,500에 이른다고 합니다. 이는 전업주부의 가사노동이 갖는 경제적 가치와 가족을 위한 돌봄 노동의 중요성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 할 것입니다.
하지만 가사노동을 하는 전업주부들은 노동의 가치를 인정받기 보다는 오히려 골프엘보라 불리는 팔꿈치 관절 손상에 시달리고, 팔목터널 증후군 등으로 손가락 저림, 심한 두부(頭部) 통증으로 고통을 겪고, 폐경후 골밀도가 떨어지고 척추와 인접근육이 약해져 허리병이 많이 생기는 등 육체적인 질병때문에 어려움을 겪기도 합니다. 또한 주부들이 가사노동에 매여 사회적 삶으로부터 단절되는 소외감, 박탈감, 열등감으로 인해 느끼는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이만저만한 것이 아니라고 합니다.
안식년을 지내는 동안 사랑하는 아내가 가사노동에서 해방되고 육체의 건강을 검진하고 육과 영이 쉼을 얻는 계기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에 아내를 고국으로 장기간 휴가를 보냈습니다.
아내가 떠나간 후 겨우 한달이 지났는데, 아내의 빈자리가 너무 크게 느껴지는 것은 아내가 없는 사이 가사노동의 체험을 통해 주부가 하는 일이 만만치 않다는 생각이 새삼 느껴지기 때문인가 봅니다.
적당히 떼우는 식사인데도 먹거리를 준비하는 일부터, 식사 후 설겆이하는 일, 얼마되지 않는 빨래를 세탁하는 일, 작고 좁은 텅빈 집을 청소하는 일, 강아지 치와와를 돌보는 일, 화분에 물을 주는 일, 우편물 보내기, 은행 일 등 아내가 하던 가사노동을 하면서 나의 본연의 임무를 겸하려니 매일의 시간이 모자라고, 해도해도 끝이 없는 것만 같습니다. 엄살부려 손이 저리고 허리가 아프고, 팔다리가 쑤십니다.
어떻게 그 작은 체구로 이렇게 힘들고 많은 일들을 거뜬히 해내고, 불평없이 남편을 내조하고, 아이들을 키우고, 가정에 행복을 가져다 주며 성도들을 위해 끊임없이 기도하고 돌아보았을까? 그러니 소화가 잘 안되고, 팔다리가 쑤시고, 허리가 아프고, 머리가 쪼개지는 듯 두통이 심했겠지!
나는 내 몸이 조금 아프면 엄살을 부리고 끙끙 앓아 누워서 아내의 돌봄을 받았는데, 아내가 그토록 밤새 아파도, 모르쇠로 콜콜 코를 골고 편한 잠을 잤으니… 얼마나 원망스러웠을까?
이런 생각에 아내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 가슴에 솟구칩니다. 하나님의 은혜를 함께 누릴자로 귀하게 여겨 아끼고 사랑해주어야 했는데 무심했다는 자책이 마음 한구석에 사무칩니다.
가정의 달, 부부의 날(5월21일)을 보내면서 더욱 아내에 대한 송구함과 고마움이 교차되는 것은 아내의 가사노동이 경제적 가치로 보나, 영적인 가치로 보나 너무나 소중하고 아름답기 때문입니다.
노규호 목사
<버지니아 거광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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