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92년 이성계는 개경(현 개성)에서 고려의 마지막 왕인 공양왕으로부터 왕위를 물려받는 형식으로 조선을 개국하였다. 1394년에는 수도를 한양으로 천도했다. 고려 왕조인 왕건의 후예들의 본거지였던 개경을 버리고 한양(서울)으로 천도하여 도성을 신축하는 등으로 국가의 새로운 면모를 갖추게 하는 효과가 있었다. 아울러 구세력의 뿌리를 뽑기 위하여 고려 왕가의 일족과 그 신하들을 숙청하였다.
학창 시절, “태정태세문단세예성연중인명선광인효현숙경영정순헌철고순”으로 이어지는 조선의 스물일곱 왕들을 순서대로 외웠던 기억이 난다. 왕위가 세습되어지는 과정에서 우리는 많은 모함과 부패가 조선 역사를 얼룩지게 해왔음을 배워서 알고 있다.
왕권은 절대적이다. 존 액턴 경은 “권력이란 부패하는 경향이 있으며, 절대적인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Power tends to corrupt, and absolute power corrupts absolutely)라고 했다.
오늘날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권력의 이동이 그 근간을 이룬다. 마치 시계추처럼 오른쪽으로 갔다가 왼쪽으로, 다시 오른쪽으로, 다시 왼쪽으로 움직인다. 시계가 살아서 움직인다는 이야기다. 민주주의는 중론을 이루는 가운데로 수렴하려고 한다. 어느 쪽도 절대적으로 옳지 않기 때문에 시계추는 시행착오를 통해서 계속 움직인다. 이를 통해 패배한 당은 반성의 기회를 갖고, 국가는 발전의 기틀을 마련한다.
“구르는 돌에 이끼 끼랴?”는 속담이 있다. 권력은 한 곳에 집중되어 고여 있으면 썩는다. 권력은 견제장치가 있어야 건전하게 쓰여 진다. 지난 주 있었던 한국의 지방선거 결과를 보며, 시계추가 움직이고 있음을 느꼈다. 여야 서로가 발전시켜 나가야 할 점들을 찾아서, 궁극적으로는 국민이 그 수혜자가 되어야 한다.
한 가지 고무적인 사실은 서울시장 선거의 결과였다. 0.6% 차이로 낙선한 한명숙 후보가 그 결과에 승복했다는 점이다. 재개표 또는 ‘부정선거 다시 하라’는 구호가 나오지 않고 결과에 깨끗이 승복하는 자세는 대한민국의 앞날을 밝게 하고 있다.
“사람은 앉았다 일어난 자리가 깨끗해야 된다”는 한 설교 말씀이 기억난다. 물러나는 사람도 부패로 얼룩진 자리를 남기지 말고, 국민의 상처가 아물도록 하며, 청렴 정치의 본을 보이기를 바란다. 아무쪼록 여가 되든 야가 되든, 부패 척결과 아울러 자신보다는 국민을 생각하는 공복들이 되었으면 한다.
한국 선거제도에 아쉬운 점이 있다면 공천제도이다. 말이 공천이지 보스정치로 이뤄지는 사천(私薦)인 셈이다. 민주주의의 완성을 위해서 미국처럼 국민 공천제도가 도입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그래야 계파간의 갈등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다.
국민 공천제도가 실행되지 않는다면 추가 좌우로 움직이다가 선거철이 오면 갑자기 실권 잡은 보스에 따라 앞뒤로까지 움직이게 된다. 이것은 유신헌법 때 나온 ‘한국적 민주주의’의 모순이 아직까지도 계승되고 있는 것이다.
북한에서는 김정은으로 권력을 세습시킨다고 한다. 이씨 조선의 명맥을 이어받아 김씨 조선을 이루고 있는 듯하다. 주민들이라도 편하게 하면서 세습이 되면 좋으련만 그렇지 못하다. 절대 권력의 세습을 위해 파벌 싸움도 심할 것 같다.
북한의 주민들도 한쪽으로 멈춰서 있는 시계추를 다른 쪽으로 이동시킬 수 있는 참정권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해 본다. 조선의 왕들을 순서대로 외우듯이 “일성, 정일, 정은…”으로 외우는 것이 아니라 투표용지를 들고 자신의 뜻을 거리낌 없이 표현할 수 있는 날이 언제나 올까?
폴 손 / 엔지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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