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나 할머니 세대는 휴지도 물도 함부로 쓰지 않는 세대였다. 그 세대보다는 혜택을 많이 받았지만 우리 세대도 점심시간에 혼식, 분식 검사를 받고,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땅에서”라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다. 나름의 절약 정신을 기본적으로 갖고 처음 뉴욕에 왔을 때 미국인들의 에너지 소비행태를 보고는 혀를 찰 수밖에 없었다.
한국에서 절약 교육을 받았던 우리 기준으로 볼 때 미국인들은 기름을 써도 너무 많이 썼다. 여름에 지하철이나 버스, 극장 안이 얼마나 추웠던지 외출할 때 한여름이라도 반드시 긴팔 옷을 준비하는 것은 습관이 됐다. 사무실이 너무 추워서 꼭 가디건 하나는 사무실에 놓아두는 것이 보통이었다. 여름철 밤늦게 퇴근해 집을 돌아갈 때는 아파트와 주택을 가리지 않고 밤새도록 돌아가는 에어컨 소리가 동네에서 웅웅 거렸다. “겨울은 다소 춥게, 여름은 살짝 덥게”라는 개념자체가 없는 나라 국민인 것 같다.
멕시코 만 원유유출 사고의 피해가 장기화되고 심화되고 있다. 얼마나 생태계가 피해를 입을 지는 가늠조차 어렵다고 한다. 먼 곳의 일만은 아니어서 당장 장바구니 품목인 해산물 가격이 들썩 거렸다. 해산물 식당 관계자들도 이 지역에서 주로 올라오던 굴 값이 폭등해 울상이라는 소식도 들렸다.
문제는 이런 대형사고를 겪고 나서도 근본적인 해결책은 결국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석유와 관련된 이익 집단들은 너무 많고 이들의 힘은 너무 강력하다. 대체 에너지 개발은 여전히 먼 훗날의 일이고 당장 필요한 석유의 양은 너무 많다. 그린에너지 개발이 지속적으로 진행될 지도 의문이다. 부시와 체니가 대표적인 경우지만 석유와 직접 이익 관계를 가진 사람들이 또 이 나라의 지도자가 될 수도 있는 일이다.
박원영 / 뉴욕 지사 경제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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