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남부를 대표 하는 애틀랜타를 다녀올 기회가 있었다. 그 곳에는 꼭 찾고 싶은 곳이 몇 군데 있었다. 흑인 사회에서 명문 학교로 알려진 애틀랜타의 모어하우스 대학과 앨라배마에 있는 터스키기 대학이었다.
이들 흑인 대학은 인권 운동의 효시로 남부의 짐 크로우 흑인차별 주위를 이겨낸 산 역사를 갖고 있는 곳이다. 전국적으로 여러 군데 흑인 대학이 있지만 남부에 있는 대학들은 남북 전쟁 이후에 해방된 노예들을 교육시켜 주류사회의 일원으로 참여시키는데 크게 일익을 담당 했다.
노예출신 부커 티 워싱턴 학장은 터스키기 대학을 인수하며 재정난에 시달렸다. 양식 있는 백인 사업가들로부터 도움을 얻어 학교 시설과 학문의 질을 향상시켰다.
백인 노예주로부터 해방은 되었어도 노예들은 산업화된 19세기 사회에 적응을 못해 방황하고 있었다. 어떤 흑인들은 옛 노예주의 소작농으로 전락하며 전보다도 더 비참한 생활을 하였다. 이들을 사회의 일원으로 만들기 위하여 워싱턴 박사는 학교의 방침을 교원 양성과 농업 기술교육에 두었다.
꾸준히 발전하던 이 학교는 제2차 대전 중에 비행 학교를 세우고자 했을 때 흑인들은 비행기를 조종하기에 지능이 낮다고 하는 백인들의 반대에 부딪쳤다. 그들의 유일한 전국 민권단체인 NAACP가 행정부와 루즈벨트 대통령 부부를 움직이는데 성공했다.
남부 출신 군 장성들의 조직적인 반대도 있었지만 전국적으로 모집한 흑인들을 조종 훈련 시켜 전쟁 중에 많은 공을 세웠다.
애틀랜타에서 1867년 침례교 신학교로 시작한 모어하우스 대학은 설립당시부터 취지가 터스키기와는 달랐다. 목회자 겸 흑인 교회 지도자들에게 농업기술보다는 기초 학문을 교육 시켰다. 오랜 역사를 가진 이 학교는 미국 민권 운동에 기치를 올린 여러 지도자들을 배출했다. “나는 꿈이 있다”라고 워싱턴 광장에서 외친 마틴 루터 킹 목사, 영화계의 거목 스파이크 리, 뱅크 오브 아메리카의 이사장 월터 메이시 등이 모어하우스 졸업생이고 애틀랜타 시의 최초 흑인시장 메이나드 잭슨도 이 학교 출신이다.
이들은 남북전쟁 이후에 해방된 흑인들을 교육시켜 그들을 경제적으로 옭아매려는 사회제도에 대치하게 했다. 지금도 정체성이 뚜렷한 젊은 흑인들은 유수한 백인 대학을 마다하고 그들의 정신적인 메카인 이곳을 찾는다. 내가 알고 있는 친구 몇 명도 자녀들을 이 대학에 보냈다.
남부를 여행할 때마다 어두운 역사가 떠오른다. 이제 세월이 많이 바뀌어 차별을 피해 외지에 이주했던 흑인들이 남부 고향으로 돌아온다. 이들에게 정신적인 지주가 되어 준 곳이 흑인 대학들이다.
이 대학들은 여전히 건재하며 미국의 새로운 지도자들을 키운다. 이제는 흑인뿐만 아니고 아시아계와 백인들도 입학 한다고 하는데 모어하우스 대학의 2008년도 최우수 졸업생은 백인 학생이었다.
흑인들이 목숨 건 민권운동으로 아시아인을 비롯한 다른 비 백인들이 어부지리로 그들보다 더 많은 혜택을 누려 따가운 눈총을 받곤 하였다. 더구나 그런 역사를 잘 알지 못하는 일부 우리 동포들은 그들 덕분에 얻은 소수민족 혜택을 보며 흑인 차별하다가 봉변도 당하는 아이러니도 있다.
우리도 자녀들을 아이비리그 대학에 보낼 생각만 할 것이 아니라 흑인 대학도 생각해 볼만 하다. 마음의 문을 열어 매년 벌이는 흑인대학 기금(United Negro College Fund)에 헌금을 하는 아량도 가졌으면 좋겠다.
남북 전쟁이 끝난 지 145년이 되는 올해 남부를 다녀오며 미국의 역사와 우리의 오늘을 재조명하게 한다.
이종혁 / 경영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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