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대통령이 지난달 BP의 경영진을 백악관으로 불러 멕시코만 오일유출 사고로 인한 피해자들에게 200억달러의 보상금 기금을 마련하도록 하고, 기금운영 책임자로 케네스 K. 화인버그 변호사가 임명되었다. 화인버그는 9.11 사태 피해가족 보상기금을 운영하여 이름이 널리 알려진 사람이다.
3,000명에 가까운 월드 트레이드 센터와 펜타곤에서의 사망자들 가족들에 대한 보상이란 쉽지 않은 난제였다. 9.11 사태 직후 연방의회는 항공여행 안전 및 조직 안정법을 통과시켜 항공업계를 구출한 바 있다. 피해자들 가족과 부상자들이 관련 비행기 회사들을 집단 고소하여 그 회사들이 도산되는 결과를 방지하려는 취지의 그 법에는 연방 예산으로 9.11 피해자 보상기금을 설립하는 것이 포함돼 있었다.
유가족들이 그 기금으로부터 보상을 받으려면 비행기 회사들이나 트윈타워 빌딩 소유주 등을 고소할 권리를 포기해야만 되었다. 전례가 없는 그 법에는 각 피해 가족이 얼마만한 보상금을 받을 지를 결정할 관리자 한 명을 임명하는 조항이 있었던 바 화인버그 변호사가 공공봉사 즉 무료로 33개월 동안 그 일을 맡게 되었다.
그는 피해 가족들의 진술을 거의 1,500번 경청했다는 기록을 남겼다. 화인버그는 피해자들의 97%를 설복시켜 5,000명의 보상금 신청자들에게 거의 70억달러를 배부하면서 고소를 포기하도록 이끌었다.
그러나 사람의 생명을 돈으로 환산한다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은행 간부였던 피해자라면 유가족이 400만달러, 식당의 접시 닦는 사람이었다면 유가족이 25만달러로 만족하도록 설복시키자니 원망도 많이 들었을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 화인버그는 2007년 4월의 버지니아텍 총기난사 사건의 피해자 보상기금을 운영하기도 했다. 그가 그처럼 악명 높은 사건들의 피해자들에게 정부기금을 분배해 주는 역할을 공공봉사로 할 수 있는 배후에는 그의 봉사정신만 있는 게 아니다. 베트남 전쟁 때 고엽제 피해군인 25만명의 집단 고소사건을 담당해서 8년을 끌어오다가 1억8,000만달러로 법정 밖 타결을 시도한 결과 자신이 든든한 재정 기초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혼자 번 것은 아니겠지만 6,000만달러가 변호사 수수료였을 것이다.
또 화인버그는 1992년에 분규조정 전문 로펌을 설립하여 석면 건축자재의 피해자 사건과 케네디 암살 순간을 영상에 포착한 아브라함 재푸르더의 유가족에 대한 보상 등을 해결하였다. 재푸르더는 1963년 11월22일 텍사스 달라스에 도착하여 무개차로 이동 중이던 케네디 대통령을 찍으려고 영사기의 초점을 맞추고 있던 중 케네디의 머리가 부서지는 참혹한 장면을 기록하게 되었다. 원래는 타임의 자매지이던 라이프 잡지에 15만달러를 받고 필름을 팔았지만 라이프는 이를 국립문서 보관청에 기증했다. 그가 1970년에 사망한 후 유가족은 그 역사적 필름에 대한 보상금 고소사건을 벌였고 화인버그 변호사가 중재하여 1,600만달러에 해결을 보았다. 화인버그는 아마도 그 케이스로도 500만달러 이상을 벌었을 것이다.
화인버그는 1970년대에 고 에드워드 케네디 상원의원의 비서실장을 지낸 경력도 십분 활용한다. 민주당 지지자지만 상원 공화당 중진 의원들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한다는 평이다. 예를 들면 9.11 보상기금 운영자로 그를 부시 대통령에게 천거한 사람이 당시 공화당 상원의원이었던 척 헤이글이다.
1년에 50억달러씩 4년 동안 BP가 지불하는 그 기금을 운영하는 일이 방대할 것은 오일사태로 인한 피해자가 어부에서부터 식당 주인, 유람선 종업원들로부터 장비회사들 등 다양하고 손해 계산방법도 복잡할 것이기 때문이다. 화인버그는 일복이 많은 사람이다.
남선우 / 변호사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