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사랑학교 ‘한마음 영어프로그램’
라티노.베트남계등 대상 무료 지도
“봉사하면서 열정등 배워 자신 변화”
시작은 단촐했다. 2007년 여름, 굿스푼 선교회(대표 김재억 목사)에서 라티노들에 무료로 영어를 가르칠 학생들을 모집하자 5명이 자원하며 첫 장을 열었다.
지금은 모두 대학생이 된 1기 멤버들은 “처음엔 우리가 남을 가르치는 일을 할 수 있을까 자신감이 없었지만 이왕 자원한 것 한번 해보자고 마음을 먹고 달려들었다”고 되돌아봤다.
교사도 그랬지만 학생도 5명 남짓에 불과했다. 어린 교사들은 매주 일요일 오후마다 라티노 학생들을 1대 1로 지도했다. 학생들의 수업 열의는 교사들의 열정을 따라오지 못했지만 갖은 어려움을 겪으며 영어 프로그램은 자리를 잡아갔다. 점차 입소문이 나면서 참가 청소년도, 공부하는 라티노 학생들도 늘어났다.
교실이 비좁아지자 올해부터는 북버지니아 한인회 산하 한사랑종합학교로 옮겼다. ‘한마음 영어 프로그램’이란 이름으로 매주 토요일 운영되고 있다. 청소년 교사는 모두 18명. 물론 학생도 25명으로 늘었고 라티노뿐만 아니라 한인과 베트남계도 많아졌다. 학생 수준에 맞춰 기초반과 중급반, 회화반으로 나눠 지도한다.
그동안 ‘Side by Side’를 교재로 써오다 현실에 맞지 않자 청소년 교사들은 직접 그림을 그리고 문장을 만들어 실용적인 교재를 만들었다. 시험지와 숙제를 만드는 것도 청소년들의 몫이었다. 교재 경비 마련을 위해 청소년들은 학업을 잠시 미루고 카워시를 하는 등 직접 구슬땀을 흘리기도 했다. 학생들이 이처럼 소중한 시간을 빼내 봉사활동을 펼 수 있은 데는 어머니들의 노고가 있었다.
자원봉사는 타인을 위하는 것이지만 상대와 함께 자신도 변화시키는 활력제였다. 지난해 4월부터 교사로 봉사해온 대니얼 추 군(토마스 제퍼슨 고 11년)은 “11학년이어서 공부에 대한 부담도 컸고 방황도 했다”며 “그러나 배우는 것이 즐겁다며 수업에 적극 참여해주시는 어른 학생들을 보며 그 열성과 의지에 감동이 돼 오히려 제 자신의 열정을 되찾고 공부에 매진할 수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무료 영어 프로그램을 시작한 지 3년. 그간 40명의 고교생들이 봉사활동에 뛰어들었다. 그리고 청소년 교사 10명은 미 대통령 자원 봉사상을 받았다. 1년에 100시간 이상 봉사하는 이들에 주어지는 상이다. 여기다 초기부터 자녀들을 후원하며 함께 영어 프로그램을 운영해온 어머니 6명도 대통령상을 수상하는 기쁨을 맛보았다.
17일 저녁 한사랑종합학교에서 열린 봉사상 수여식에서 황원균 북버지니아 한인회장과 육종호 교장은 인사말을 통해 “어머니들의 헌신과 학생들의 정성과 열정이 대통령 봉사상이란 결실을 맺게 됐다”며 “미국을 이끌어가는 원동력인 봉사로 학창시절을 빛낸 학생들 모두가 앞으로 주류사회를 이끌어가는 훌륭한 인재들이 돼라”고 격려했다.
자녀 같은 교사들에 영어수업을 들은 백승운씨는 “소중한 학창시절의 시간을 쪼개 봉사하는 어린 선생님들이 너무 고맙다”며 “신혼생활 이후 가장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이민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무료 영어 프로그램은 매주 토요일 5-7시에 계속 운영된다. 학부형 대표인 캐서린 고씨는 “이 프로그램은 학생들에 우정과 리더십에 봉사정신까지 익힐 수 있어 너무 유익하다”며 “이런 프로그램이 한인사회에 정착되고 확산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대통령 봉사상 수상자 명단.
▲학생: 제이슨 고(로빈슨고 11년), 티모시 조(로빈슨고 11년), 유서현(랭글리고 11년), 장범호(토마스 제퍼슨고 9년), 대니얼 추(토마스 제퍼슨고 11년), 이선주(센터빌고 9년), 레이첼 김(옥턴고 10년), 줄리 송(랭글리고 12년), 나희연(사우스 카운티고 10년), 민규연(불리스고 11년). ▲학부모: 이진선, 허은미, 김복화, 윤미란, 이재경, 김연훈.
<이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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