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10일 간 나오토 일본 총리가 한일 강제병합 100년에 앞서 발표한 담화는 역사상 처음으로 일본의 국가 수반이 자기들의 강제 합병과 식민지배가 “한국인들의 뜻에 반하여” 이루어졌다는 사실, 그러므로 현대의 주권재민의 원칙에서 볼 때 불법적인 것이었다는 것을 적어도 간접적으로 인정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만 하다.
1965년 박정희 대통령이 국민들의 격렬한 반대를 무릅쓰고 조인한 “한일 기본관계에 관한 조약”의 제2조는 “1910년 8월 22일 및 그 이전에 대한제국과 대일본제국 간에 체결된 모든 조약 및 협정이 이미 무효임을 확인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언뜻 보기에는 그럴 듯 하게 한일합방조약을 무효화한 것 같지만 이 “이미 무효임 (already null and void)”이라는 구절에는 “언제”부터 무효라는 것이 명기되어 있지 않다.
당연히 한국 측에서는 강압에 의했을 뿐만 아니라 황제의 서명조차도 되지 않은 불법 조약으로서 애초부터 무효였었다는 해석이고 일본 측에서는 1910년부터 1948년까지 유효하다가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는 순간 무효화 했다는 해석이다. 즉 일제의 한반도 강제합병 및 식민지배의 모든 과정이 합법적이었다는 것이 지금까지 일본의 입장이다.
간 나오토 총리의 담화가 한일 강제합병의 원천적인 불법성을 인정한 것은 아니나 적어도 그들의 행위가 나라의 주인인 국민들의 뜻에 반한 부당한 것이었음을 인정한 것은 옳은 방향으로의 한 걸음이다. 비록 우리가 원하는 솔직하고 숨김 없는 잘못의 인정은 아니지만 간 총리의 용기를 치하하고 싶다. 더불어 이러한 담화를 이끌어 내기 위하여 조용히 물 밑에서 노력해왔을 한국의 외교 담당자들과 민간인들의 공로를 인정해야 할 것 같다.
야스쿠니 신사에는 세계 제2차 대전의 A급 전범 14명이 일종의 군신으로서 모셔져 있다. 대대로 일본의 총리와 내각 장관들이 매년 그곳에 참배를 해 온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다행히도 간 총리와 그의 내각은 앞으로 그 관습을 따르지 않을 것이라고 하지만 일본의 국가적인 성소에 전쟁의 원흉들을 모시고 봉양을 계속한다는 것은 심각한 의미를 가진다.
이것은 마치 독일의 베를린에 히틀러, 궤링, 궤벨스, 아이히만 등을 기리는 참배소가 있는 것과 다름이 없다. 남경 대학살의 책임자 마쓰이 이와네 장군도 야스쿠니 신사에 군신으로서 모셔져 있음은 물론이다.
일본총리가 담화를 발표하기 며칠 전 LA 일본 총영사관에 과거사 공식 사과를 요구하는 한인 단체들의 방문이 있었다고 한다. 한국의 현직 국회위원까지 참여한 꽤 무게 있는 대표단이라 일본 총영사가 단체장들과 드물게 직접 면담을 하기로 약속이 되어 있었다고 한다. 문제는 한인 단체장들이 약속시간인 10시까지 나타나지 않았고, 시계를 보며 기다리던 일본 측은 10시 1분에 “약속시간이 지나 만나줄 수 없다”고 돌아선 것이다.
일본인들이 한국인들을 보는 눈에는 뿌리깊은 경멸감이 깃들어 있다. 그들의 눈에 뵈는 별 해괴한 것들이 다 소위 조센징의 결점으로 되어 있는데 그 중에 하나가 코리아 타임이다.
은근히 그렇게 되기를 바라며 시계 초침을 헤아리다가 1분이 넘자 야멸차게 돌아서는 그 일본 영사가 얼마나 득의양양한 미소를 지었을지, 1분을 따지는 왜소한 인간, 왜인들에게 그렇게 할 구실을 우리의 못난 한인 단체장들이 공동으로 마련해 주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부끄럽고 분통이 터진다.
김철희/법정 통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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