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국에서는 더 이상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다”
청년 실업률 30%대 육박
일자리 찾아 다른 나라로
정치 부패도 환멸 부추겨
2주일 후면 알렉산드라 말로스키(29)는 짐을 꾸려 아테네 교외의 조용한 지역을 떠나 아부다비로 간다. 그녀는 이곳에서 호텔 세일즈 매니저로 일한다. 이 결정은 전혀 어렵지 않았다. 말로스키는 “다른 나라에서는 젊은이들이 격려를 받는다. 하지만 그리스에서는 그렇지 못하다”고 말했다. 말로스키는 혼자가 아니다. 그리스의 경제 악화로 이미 족벌주의에 물든 직업시장이 더욱 나빠지면서 점차 많은 대학 졸업생들이 조국을 떠나고 있다.
회복 전망도 좋지 않다. 3,000억에서 4,000억 유로로 추산되는 국가채무는 그리스 국내총생산보다 많다. 이것은 한동안 긴축을 의미한다. 게다가 일련의 정치적 부패 스캔들은 젊은이들에게 국가 장래에 대한 환멸을 안겨주고 있다.
지난달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그리스 대학졸업생 10명 가운데 7명이 해외에서 일하고 싶어 하거나 해외취업을 위해 학업을 계속하기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는 22세에서 35세 사이 5,442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밀로스키처럼 일부는 그리스 안에서 문이 닫히고 있다는 생각에 떠나고 있지만 대학 졸업 후 직업을 찾는 많은 젊은이들에게는 이런 문이 한 번도 열린 적이 없다.
가장 최근인 지난 6월 15세에서 24세 사이 실업률은 29.8%로 유럽연합 전체의 20%보다 훨씬 높다. 그나마 여름 일자리들이 생기면서 5월의 32.5%보다 낮아진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 같은 달의 22.9%보다는 여전히 높다. 25세에서 34세 사이의 실업률은 2009년 11.8%에서 지난 6월 16.2%로 뛰어 올랐다. 전체 실업률은 8.6%에서 11.6%로 오른 상태다.
야니스 지오(22)는 그리스에서 두 건축회사와의 인터뷰가 무위로 끝나자 런던으로 이주했다. 그는 “나는 내부의 끈이 없어 일자리를 얻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런던에서 인터뷰한 회사들의 회신을 기다리고 있으며 필요하다면 파리와 베이징까지 갈 생각이다. 금년 24세인 제이슨 케지오스는 지오와 같은 학교를 다녔다. 그 역시 지난 4월 런던으로 이주해 한 광고회사에서 일하고 있다. 그는 “그리스에서 보다 2배를 더 벌고 전망도 낫다”고 말했다.
경력이 있는 젊은이들도 그리스를 떠나고 있다. 10년차 음향 엔지니어인 알렉시스 코헌(35)은 가수들과 음악가들의 연주회가 줄어들면서 커리어가 흔들리자 미국 이주를 결심했다. 캘리포니아에 잡 인터뷰를 잡아놓고 있으며 다음 달 여자 친구와 함께 이주할 계획이다. 그는 “이곳에서는 격조 있는 생활을 할 수 없다. 예전에는 이것이 어려웠지만 지금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1950년대와 1960년대 수천명의 그리스인들이 좀 더 나은 삶을 찾아 미국과 호주, 그리고 다른 유럽 국가들로 떠났다. 그러나 그리스가 유럽연합에 가입하고 호경기가 지속되던 1980년대와 1990년대 외국에 있던 그리스인들이 다시 돌아오기 시작했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은 자부심을 높여 더 많은 사람들이 그리스로 돌아왔다. 그러나 아일랜드처럼 파티는 지속되지 못했다. 2008년 첫 경기침체 신호가 나타났다. 금년 초 심각한 채무위기로 그리스는 천문학적인 IMF 구제 금융을 받아야 했으며 이로 인해 국가재정은 초긴축 상황이 됐다.
이제 그리스에서는 새로운 이민행렬이 시작되려 하고 있다. 이번에는 젊은 대학 졸업생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아테네대학 경제학과의 조지 파굴라토스 교수는 “그리스를 떠나는 사람들은 더 이상 뉴욕 아스토리아 호텔에서 접시를 닦지 않는다.
이들은 뉴욕에서 공부한 후 눌러 앉아 일자리를 찾는 젊은이들”이라고 말했다. 그는 능력 있는 젊은이들이 그리스에서 미래를 보지 못한다면 ‘두뇌 유출’이 발생할 수 도 있다고 지적하면서도 서방 다른 나라들도 실업률이 심각한 만큼 해외취업이 쉬울지는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민을 부추기는 또 다른 이유로 지난 2008년 보수정부를 뒤흔든 정치부패 스캔들로 생겨 난 국민들의 불만을 들었다. “막힌 사회, 그리고 기능하지 못하는 정치 시스템에 대한 위기의식이 높아지고 있으며 점점 더 많은 이들이 미래에 대한 신뢰를 잃고 있다”고 지적했다.
알렉산더 켄티켈레니스(26)는 그 가운데 한사람이다. 아테네대학에서 국제관계로 학사학위를 받은 그는 영국 케임브리지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이번 달 말에 박사학위를 위해 케임브리지로 돌아갈 계획이다. 그는 정치 입문에 대한 꿈은 접었다. 그는 “능력 있는 사람보다 연줄 있는 사람들이 잘 나가는 시스템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리스 교육부의 청년담당 책임자인 이아노스 리바노스는 부패가 젊은 층을 이반시키고 있음을 시인했다. 그는 “공공 영역의 투명성 부족 때문에 젊은이들이 무관심하거나 분노하고 이 나라를 떠나고 싶어 하는 것을 이해한다”고 말했다. 그리스 정부는 월 최저임금을 700유로에서 590유로로 낮추고 신규채용자의 고용주 부담 사회보장세를 정부가 부담하는 등 기업의 채용을 늘리기 위한 조치들을 취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그리스의 고용시장이 대학졸업생을 소화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새로운 일자리는 별로 늘지 않는데 대학 졸업생은 급격히 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5년간 총 60만명의 대학 졸업생들이 취업시장에 뛰어 들었지만 새로운 일자리는 25만개에 불과했으며 대부분 공공부문이었다. 그나마 잠재적 일자리들조차 정부가 고용을 동결하고 사기업들은 감원하면서 일부는 공장을 해외로 옮기는 상황에서 더욱 줄어들고 있다.
대졸자들의 또 다른 문제는 이들의 교육수준과 민간부문이 요구하는 자격요건 사이의 차이다. 대부분의 일자리는 중간수준 기술자들이다. “대졸자의 3분의2는 고교졸업자들에게 갔던 일자리를 얻고 있다”고 한 전문가는 말했다. 이것은 저 숙련 노동자들에게 도미노 현상을 일으켜 대학졸업생들뿐 아니라 낮은 임금의 이민노동자들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을 만들고 있다.
또 다른 전문가는 그리스 정부가 직업교육을 증진시킴으로써 교육을 직업시장에 맞게 전환시키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많은 경제전문가들은 그리스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점들이 개선되고 상장이 다시 시작되지 않는 한 젊은이들의 이민은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시간이 얼마나 걸릴 지이다. 아테네 대학의 파굴라토스 교수는 “개혁의 효과가 2012년은 돼야 나타날 것”이라며 “불확실한 상황에서 얼마나 많은 그리스 젊은이들이 2년을 기다려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 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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