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고 의지해온 최측근 인사로 후임자 채울 듯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최측근 참모 5명으로 구성된 `이너서클’에 둘러싸여 있다.
이들 5명은 람 이매뉴얼 비서실장, 데이비드 액설로드 선임보좌관, 밸러리 재럿 선임보좌관, 로버트 기브스 대변인, 조 바이든 부통령이다.
이들은 대통령 집무실인 백악관 오벌 오피스를 사전 통고없이 언제라도 방문할 수 있고 백악관에서 열리는 모든 회의에 참석할 수 있다.
이너서클 5인방은 오바마 대통령과 접촉빈도가 잦기 때문에 주요 의사결정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때로는 여타 전문가들의 영역까지 넘나들면서 멀티플 플레이어의 역할을 수행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외부의 새로운 시각이나 다양한 견해가 백악관 중심부로 유입되는 것을 이너서클이 가로막고 있다는 비판도 없지 않다.
이러한 오바마의 이너서클 구성에도 큰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이매뉴얼 비서실장이 시카고 시장 선거 출마를 위해 곧 사임할 것으로 알려진데다 액설로드 보좌관은 오바마의 재선 운동본부를 꾸리기 위해 백악관을 떠나 외곽으로 물러날 예정이다.
그렇다면 오바마를 둘러싼 백악관 핵심 참모진의 정책기조와 사고에 큰 변화를 기대해 볼 수도 있겠지만 오바마의 참모 기용 스타일을 볼 때 이런 기대는 현실화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가 23일 분석했다.
WP는 오바마 대통령이 집권 이후 2년 동안 극소수 참모들에 의존해왔으며 이너서클의 범위를 확대하거나 외부인사를 보좌진으로 영입하기를 꺼려왔다고 전했다. 이러한 참모 기용방식이 앞으로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게 WP의 분석이다.
이너서클 5인방 이외에 백악관의 핵심 경제참모인 래리 서머스 국가경제위원회(NEC) 의장이 올해말께 사임, 하버드대 교수직으로 복귀하기로 한데다 제임스 존스 국가안보회의(NSC)보좌관도 물러날 것으로 알려져 백악관 참모진의 물갈이 폭이 갈수록 커지고 있지만 빈자리를 채울 후보 물망에 오르고 있는 사람들 역시 기존의 측근 인물 일색이다.
비서실장 후보로는 톰 도닐런 NSC 부보좌관과 피터 라우스 백악관 비서실 부실장, 밥 바우어 보좌관 등이 거론되고 있다.
도닐런은 2008년 대선 당시 오바마의 TV토론 준비의 실무총책이었으며, 라우스 부실장은 오바마가 상원의원이던 시절 비서실장으로 일했고, 바우어는 오바마의 개인변호사였다.
도닐런의 경우 비서실장에 기용되지 않으면 존스 보좌관이 떠난 후 NSC를 이끌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고 WP는 전했다.
액설로드 선임비서관의 자리는 같은 이너서클 멤버인 기브스 대변인이 채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경제참모의 좌장 역할을 해온 서머스 NEC의장의 후임으로는 제프리 이멜트 GE 회장과 앤 멀케이히 제록스 전 회장 등 재계인사가 물망에 오르고 있다. `오바마는 반(反)기업적’이라는 이미지가 굳어지는 것을 피하기 위한 제스처로 이해될 수 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다이애나 파렐 NEC 부의장을 비롯한 오바마와 예전부터 `친분’있는 인사들의 기용설도 나돌고 있다.
최근 백악관을 떠난 피터 오재그 전 예산국장과 크리스티나 로머 전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의 후임에 기존의 측근들을 임명한 것이 바로 오바마의 참모 기용 스타일이기 때문에 서머스 NEC의장의 후임도 그렇게 먼 곳에서 찾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오바마가 소비자금융보호국(CFPB)의 설립과 운영을 담당할 특별보좌관에 엘리자베스 워런 하버드 법대 교수를 임명하면서 "나의 오랜 친구"라고 소개했던 것도 그의 인사스타일을 잘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오바마는 애초 타협을 모르는 열렬한 소비자권익 운동가로 월가와도 충돌이 예상되는 워런을 CFPB 국장에 초대 임명하려 했으나 공화당의 거센 반발로 상원에서 인준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자, 인준 절차가 필요없는 특보로 임명하는 `편법’을 구사함으로써 오랜 친구에 대한 우정을 저버리지 않았다.
오바마의 이러한 백악관 참모 운용방식은 과거 자신의 오랜 친구인 하버드대 출신 엘리트들로 이너서클을 꾸리면서 이들의 판단에 전적으로 의존했던 것과 흡사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 내부에서조차 이러한 백악관 운영방식에 불만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소수 참모들에 의한 일방통행식 정책결정 관행이 의회내에서 타협과 조율의 정치를 사라지게 하고 결과적으로 11월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의 참패가 예상되는 상황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워싱턴=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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