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기조연설서...회원국 잇달아 비난성명
합동조사단 조사결과에 의획제기한 북한도
국제사회로부터 외면 고립 자처
■ 이란 대통령, "9.11테러 미국정부가 개입"
<유엔본부=신용일 기자> 마흐무드 아흐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세계에는 미국이 실질적으로 9.11 테러 공격의 배후라고 추측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대부분의 미국인들도 미국 정부가 2001년 공격에 개입했다고 믿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미국 정부 내 일부 세력들이 퇴락하는 미국 경제를 회생시키고 중동 장악력을 유지하며 자이오니스트 국가(Zionist · 이스라엘)를 구하기 위해 이 공격을 연출했다는 이론도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을 비롯해 당시 테러 공격으로 자국민 목숨을 잃은 국가들의 정부와 정보·수사 당국이 서로 협력한 결과 ‘누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왜 9.11 사태를 저질렀는가’는 이미 세상에 명백하게 드러난 바 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흐마디네자드는 인류 평화와 발전을 상징하는 유엔 무대에 서서 ‘국제적 음모론’(International Conspiracy)을 운운하며 이 같이 터무니없는 발언을 한 것이다.물론 미국과 여러 회원국 대표단은 그의 연설이 진행되는 도중 총회장에서 퇴장했고 즉시 비난 성명을 잇달아 발표했다.
심지어는 세계 국가 연합의 총수인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아흐마디네자드의 연설 바로 다음날 다른 문화와 종교간 대화를 통한 극단주의 해소를 목표로 하는 ‘문명 동맹’ 회의에 참석해 “극단주의자들이 서방과 이슬람 세계의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며 “상대방을 사탄시 하는 극단주의에 맞서서 국제 공동체가 공동 대응해야 한다”고 아흐마디네자드에게 우회적으로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그러나 아흐마디네자드는 자신이 머물고 있는 뉴욕의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자신의 발언을 옹호하며 오히려 “진상 조사위원회가 만들어져야 할 시점이 됐다고 생각하지 않느냐”고 반문, 유엔 내에 9.11 진상조사위원회 구성을 요청하고 나섰다.국제무대에 선 국가 지도자가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앞세워 진실을 외곡, 자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고립을 자초해 결국 국민들에게 고통을 안겨다 주는 노선을 택한 명백한 사례이다.
아흐마디네자드가 제기한 ‘국제적 음모론’은 사실 알카에다와 추종세력들의 ‘선전’(propaganda)으로 그의 주장과는 달리 9.11 테러 공격의 진상에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사람들은 알카에다와 추종세력들 자체, ‘국제적 음모론’ 제기로 정치적, 사회적, 개인적 이득을 노리는 아흐마디네자드 자신과 같은 지도자들, 그밖에 그 어떠한 사태에도 음모를 주장하는 극소수의 ‘음모론 광들’(conspiracy buffs)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 북한, 천안함 침몰 국제사회 조사결과 못믿어
아흐마디네자드의 기조연설이 있은 뒤 6일후인 지난달 29일 박길연 북한 외무성 부상은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천안’호 사건은 아직도 그 진상이 흑막속에 가리워져 있으며 남조선당국이 일방적인 ‘조사결과’를 발표한 직후부터 지금까지도 대내외적으로 군사과학적 분석을 통한 의혹이 계속 중폭되고 있으며 그에 대한 비난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습니)다”고 주장했다.
박 부상 역시 아흐마디네자드의 9.11 사태에 대한 ‘국제적 음모론’ 제기와 마찬가지로 이미 국제사회에 북한의 책임으로 진상이 명백하게 드러난 천안함 침몰 사태에 대한 의혹 존재를 운운하며 ‘국제적 음모론’을 제기한 것이다.
실제로 북한은 천안함 침몰 사태 이후 한국이 민·군 합동조사단의 조사결과를, 미국이 주한 유엔군 사령부(유엔사)의 특별조사 보고서를 각각 유엔 안보리에 제출하자 안보리에 “미국과 한국 당국의 ‘조작’(fabrication)과 ‘책략’(plot)에 불구하다”며 “한국은 물론 미국에서도 한국과 미국이 발표한 ‘합동조사단결과’에 대한 의혹이 완고히 존재하고 있고 이러한 의혹은
러시아가 사고 현장에 조사단을 파견한 이후 더욱 증가하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한국이 안보리에 제출한 합동조사단의 보고서는 한국 이외에도 미국, 영국, 호주, 스웨덴이 조사에 참여해 함께 내린 결론이다
또 미국이 제출한 유엔사 특별조사 보고서는 유엔사 소속 프랑스, 뉴질랜드, 덴마크, 영국, 호주, 캐나다, 한국, 터키, 미국 요원들이 조사팀을 구성해 작성하고 중립국감독위원회 소속 스웨덴, 스위스, 폴란드 소속 요원들로 구성된 별도의 팀이 조사팀의 조사 활동을 참관해 내린 결론이다. 따라서 이들 보고서의 결론을 부정하는 것은 즉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국가들이 모두 천안함
침몰을 북한의 소행으로 ‘조작’하는 ‘책략’을 꾸민 ‘국제적 음모’를 감행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아흐마디네자드의 9.11 사태 ‘국제적 음모론’ 제기와 마찬가지로 국제사회를 설득하지 못함은 물론 오히려 진실을 외곡 한다는 비난을 사는 행위이다.미국을 비롯한 국제 언론과 학계가 천안함 침몰 사태와 관련, 북한이 주장하는 대내외적 의혹에 아예 보도, 또는 연구의 가치를 부여하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 그레그 전대사 의혹제기도 국제언론 관심 못끌어
이는 최근 도날드 그레그 전 코리아소사이어티 회장이 일부 한국 언론을 통해 “천안함 침몰이 북한의 소행이라는 점을 이해하기 힘들다”며 합동조사단과 유엔사 결론에 의혹을 잇달아 제기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주장이 미국 언론은 물론 한반도 국제싱크탱크들에 의해 일체 무시당하고 있음이 입증하고 있다.더욱이 그는 8월31일 뉴욕타임스 기고문에서 “북한이 남북정상회담을 제안(2009년 8월)한 상황에서 천안함을 격침시켰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으며, 러시아측이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정치적 타격을 우려해 조사결과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구체적으로 주장하기도 했으나 그의 이 같은 주장이 미국과 주요 국제 언론들의 실제 보도로 이어지지 않고 단순히 한 언론 독자의 기고문을 통한 주장에 그쳤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또 그가 비록 주한 미중앙정보국(CIA) 거점장과 주한 미대사를 역임한 인물이기는 하지만 1993년∼2009년 코리아소사이어티 회장·이사장으로 근무하면서 김대중 · 노무현 전 한국 대통령의 햇볕정책 전도사 역할을 자칭했고 그 과정에서 주유엔 북한대표부 직원 및 미국 내 친북한 관계자들과 긴밀한 협조 관계를 유지, 북한 입장 옹호 활동을 적극 전개한 점, 이미 82세 고령으로 이전에 누린 정보력과 판단력이 크게 감퇴했다는 실정 등 확실한 근거 보다는 개인적인
편향이 작용한 주장이라는 분석도 냉소적 반응을 설명한다.
이 외에도 한국의 합동조사단 조사 결과 발표 직후 미국 버지니아대학의 이승헌 물리학 교수와 존스홉킨스대학의 서재정 국제정치학 교수가 북한 소행 결론이 과학적인 차원에서 ‘거짓’(lie), ‘조작’(fabricate), ‘불가능‘(just not possible) 하다며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또 하나의 대표적인 사례가 있지만 이들의 주장 역시 한국과 일본의 일부 언론과 특정 정치, 사회, 시민단체 관계자들을 제외하고는 국제사회로부터 진지한 과학 연구로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아흐마디네자드의 9.11 테러 사태 ‘국제적 음모론’ 주장과 마찬가지로 천안함 침몰 사태에 대한 ‘국제적 음모론’ 역시 이를 선전하는 북한과 추종세력 자체, ‘국제적 음모론’ 제기로 정치적, 사회적, 개인적 이득을 노리는 관계자들, 그리고 그 어떠한 사태에도 음모를 주장하는 극소수의 ‘음모론 광들’ 이외가 받아들이기에는 상식적으로도 너무나 뚜렷한 억지이기 때문이다. yishin@koreatimes.com
미국 버지니아대학의 이승헌 물리학 교수와 미국 존스홉킨스대학의 서재정 국제정치학 교수(왼쪽에서 2번째, 3번째)가 지난달 30일 ‘무장 해제, 평화와 안보 비영리기구 위원회’가 유엔 처치 센터에서 ‘군함 천안의 침몰과 2개 코리아’라는 주제로 마련한 포럼에 연설자로 나서 한국 주도의 국제합동조사단이 내린 북한 소행 결론에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신용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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