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匠人)은 누구인가. 자신이 만드는 작품이나 물건에 혼을 불어넣어 타인을 감동시키는 전문인을 말한다. 도자기 장인을 보라. 그의 마음은 언제나 디테일(detail)하고 섬세하다. 마음에 들지 않는 작품은 아낌없이 파기한다. 흙도 아무 것이나 쓰지 않는다. 가소성이 강한 고령토만 고집하고, 흙을 반죽하는 물도 암반 사이에 흐르는 석간수(石間水)만을 고집한다.
도자기 장인은 가마 속의 불꽃에도 질(質)이 있다고 믿고 있다. 그래서 가마에 집어넣는 장작도 꼭 송진이 묻어나는 소나무만 베어다가 쓰며, 가마 속의 온도가 12시간 동안 섭씨 1,300도를 유지하도록 불 관리에 각별한 신경을 쓴다.
가마 속의 작품이 고열을 받아 유약이 녹아내리면 도자기 표면에 신비한 산화나 환원작용이 일어나 우과천청(雨過天靑)의 비색을 지닌 명품 도자기가 태어난다. 이렇게 섬세한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도자기는 높은 예술성이 있어서 부르는 것이 값이다. 지금은 거대한 쇼핑 몰이 자리 잡고 있지만 오래 전 동대문 건너 편 자리는 추억이 서린 시외버스 터미널이었다. 터미널 매표소 옆에 앉아서 방망이를 깎아 파는 한 노인이 있었다. 버스를 기다리던 한 사람이 노인에게 방망이 하나를 빨리 깎아 달라고 주문했다. 주문을 받은 노인은 재빠른 손놀림으로 방망이를 깎기 시작했다. 그런데 방망이 윤곽이 다 잡힌 다음부터는 이리 저리 둘러보면서 마냥 늑장을 부리는 것이 아닌가. 옆에서 초조하게 지켜보는 사람이 보기에는 그만하면 다 된 것 같은데 자꾸만 손을 대면서 다듬기만 하고 있었다.
버스 출발 시간이 임박하여 마음이 다급해진 주문자는 이제 그만하면 되었으니 그냥 내어 달라고 재촉을 했다. 그랬더니 노인이 벌컥 화를 내며, “밥솥의 밥이 끓을 만큼 끓고 뜸도 들어야 밥이 되지 생쌀이 재촉한다고 밥이 되나. 지금 나는 뜸을 들이고 있는 거야 뜸을.” 주문자는 기가 막혀, “돈 내고 살 사람이 그만 좋다고 하는데 뭘 자꾸 그러십니까? 노인장 참 외고집이시군요. 차 출발 시간이 다 되었다니까요.” 라고 한 마디 했다. 잔소릴 들은 노인이
퉁명스럽게 말한다. “정 급하시거든 다른데 가서 사시구려. 난 뜸도 안 들이고 그렇게 급하게는 못 팔아요.” 주문해 놓고 지금까지 기다리던 사람이 그냥 갈 수도 없고 버스 출발 시간도 어차피 어긋난 것 같아 단념하고, “그럼 기다릴 테니 마음대로 깎아 보세요.” 라고 말했다.
“글쎄 자꾸 보채고 안달하면 방망이가 거칠어지고 제 모양이 안 나온다니까. 물건이란 공을 들여 천천히 만들어야지 덤벙덤벙 깎아서는 안 돼요“
노인은 비록 길가에 앉아 방망이를 깎고 있을망정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철저한 장인정신을 가지고 있었다. 단지 돈벌이로서 이 일을 하고 있었다면 대충대충 깎아 하나라도 더 팔수 있었겠지만 이 노인은 그렇게 함부로 살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한참 동안을 더 다듬고 깎아 낸 후에 방망이를 하늘높이 치켜들고 이리저리 돌려 본 다음 이제야 다 되었다고 내 주었다. 주문자는 값을 치르고 버스 앞에 다가와 뒤를 한번 돌아보았다. 휘어진 허리를 펴며 건너편 동대문의 높은 지붕을 바라보고 만족한 미소를 짓고 있는 노인의 의연한 모습에서 존경스런 장인정신을 느꼈다. 사람들의 말이 지금처럼 어려운 때가 없었다고 한다. IMF 때와는 몇 배 더 어렵다고 한다. 아무리 어려운 때이지만 장인정신으로 살아가면 안 될 일이 없을 것이다. 하찮은 진흙으로 보석 같은 명품 도자기를 만들고, 평범한 막대기를 가지고 진품 방망이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탁월함을 꿈꾸는가. 작은 일에도 대충 대충의 마음을 버리라. 남보다 조금 더 마음을 쓸 때 위대한 작품이 탄생하고 1퍼센트의 차이가 운명을 가른다. 예수님은 “작은 일에 충성한자에게 큰 것을 맡기겠다.”(마태 25:21)고 했다. 중국의 저명한 경영 컨설턴트 왕중추는 “신(神)은 언제나 디테일 속에 있고 1퍼센트의 부족이 일 전체를 망친다.” 고 했다. 잊지 말라. 장인 정신은 작은 것을 놓치지 않는 섬세함과 디테일의 힘에서 나온다.
온누리순복음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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