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우 화이트플레인즈 거주
몇 해 전 어느 일요일 아침, 집 앞 카페에 가서 둘이 아침 커피를 마시며 두런두런 일상의 이야기들을 했습니다. 그때 아내는 아이들이 떠난 허전함으로 힘들어했었지요. 아내를 위로하며 이야기 하다 보니 분주했던 일주일을 정리도 하게 되었고, 집이 아닌 다른 분위기에서 아내와 마주하니 오래 전 그때처럼 마음도 따뜻해지며 좋았습니다. 아내도 연애 할 때 같다며 눈을 반짝이며 행복해 했지요. 그 날을 시작으로 일요일 아침이면 우리 부부는 카페를 찾습니다.
대부분의 이민가정은 부부가 함께 일을 합니다. 저희 부부도 함께 일을 합니다. 즉 24시간을 같이 합니다. 늘 같이 있는데 뭘 또 나가서 아침부터 카페인가 하실지 모르지만 제게 이 시간은 서로의 사랑과 신뢰를 깊이 인식하며 지난 일주일을 보내고 새로이 또 일주일을 맞이하는 중요한 시간이 되었습니다. 더군다나 아내가 수고하지 않아도 되는 멋진 시간이지요.
별다른 이야길 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저 떨어져 있는 아이들 이야기, 사업 이야기, 친구들과의 관계, 또 앞으로 어떻게 아름다운 노년을 보낼 것인가......이런 이야기를 하며 서로의 다른 의견을 조율합니다. 아내의 말을 듣고 의사를 존중하려 하다보니 내 고집이나 명령에 가까운 의사 표현이 줄어들어 부부간에 신뢰도 높아지는 것 같았습니다. 집에서 뒹굴며 보낼 수 있는 자투리 시간이 주는 행복이고, 아이들이 다 성장한 후에 뒤 늦게 얻은 덤의 행복입니다.아이들과 함께 할 때의 그 분주한 나날도 아이들이 주는 행복이고 기쁨이었지만 아이들이 성장한 지금 아내와 함께 하는 이 시간은 제겐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귀한 시간입니다. 때론 아이들이 잠시 집에 와 있을 때에도 일요일이면 우리 부부는 손잡고 카페를 향합니다.
늘 함께 있어도 안보이던 아내가 이상하게도 일요일 아침 커피를 마주하고 있으면 보이기 시작합니다. 지난 수 십 년의 세월을 아내의 모습에서 얼핏얼핏 볼 때는 그것들이 제 마음에 아프게 다가옵니다. 그럴 땐 참 많은 생각이 순식간에 지나갑니다. 이민 생활이란 것이 살아 볼 수록 만만치 않아서 자꾸자꾸 마른 모래 마냥 메말라갑니다. 생활에 치어 뒷전에서 난 괜찮다고 양보만 하는 아내의 헌신을 너무나 당연히 여겨 왔던 것이 커피 잔을 마주하자 겨우 보이게 되었습니다. 여리디 여린 아내가 이 거친 미국생활을 투사처럼 살아왔습니다. 많이 힘들었겠구나....마음이 찡 합니다. 어려우면 어려운 상황인체로 또 좋으
면 좋은 상황인체로 함께 의논하며 헤쳐온 긴 시간들이 고마움으로 차곡차곡 쌓입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아내는 그저 남편과 함께 하는 이 시간이 즐거운가봅니다. 아내도 지난 시간 가장의 자릴 굳건히 지켜준 내게 고맙다는 이야길 자주 하곤 합니다. 이런 시간이 아니면 쑥스러워 하기 힘든 말이지요.
이 글을 읽으시는 남편 분들께 권합니다. 일요일 아침이 아니더라도 아이들이 다 잠든 늦은 밤이라도 아내와 함께 집 앞 커피샵이라도 가십시요. 그리고 아주 오랜만에 아내의 얼굴을 보십시오. 행여 아내가 무심히 한숨을 쉬더라도 기죽지 마시고 사랑하는 아내와 이야길 시작 하십시오. 그리고 함께 아름다운 미래를 꿈꾸십시오. 그 곳을 떠나올 땐 아내의 행복이 넘쳐, 나 자신이 행복해지는 걸 경험 할 겁니다.오늘도 아내와 전, 커피 한잔과 베이글 한 개를 앞에 놓고 있습니다.아내는 커피 향을 맡고 한 모금 입에 물고 행복함이 가득한 표정입니다. 아내는 행복합니다. 저 역시 행복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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