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현실이다’라는 말을 실감시키는 선거였다. 민주당이 공화당에 참패를 당한 미국 중간선거 결과로 오바마 대통령이 궁지에 몰리게 된 것이다. 무엇보다도 10% 가까운 높은 실업률과 불투명한 경제 전망 때문에 불안에 싸인 유권자들이 야당 지지로 쏠린 결과였다.
중간선거에서 집권 대통령에게 불리한 결과가 나타나는 일이 흔한 것이 사실이지만, 첫 흑인 대통령 버락 오바마에 대한 기대가 컸던 만큼 공화당의 대승은 그를 지지했던 사람들에게 큰 실망을 안겨 주었다.
하원에서 오랜만에 다시 다수당이 되고 상원에서도 의석수를 늘린 공화당의 견제를 받으면서 오바마가 앞으로 2년 잔여 임기동안 어떤 정치를 펴나갈 것이지가 큰 주목거리이다. 확실히 오바마의 입지가 좁아졌지만, 대통령이 완전히 무력해진 것은 아니다. 그는 비토(veto)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공화당이 예산문제를 마음대로 좌지우지 하지는 못할 것이며, 민주당이 다수당 위치를 유지하고 있는 상원이 하원의 입법 조치를 견제할 수 있다.
왕년에 비슷한 처지에 놓였을 때 클린턴 전 대통령은 진보노선에서 중도노선으로 선회하면서 당시 다수당이던 공화당과 타협함으로써 궁지에서 빠져 나왔으며, 재선에 성공했다. 오바마 대통령도 일단 수세를 취하면서 시급한 실업자 문제와 재정적자 문제를 함께 해결하자는 방향으로 공화당 의원들과의 타협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치 분석가들은 타협이 쉽지 않으며 파란이 지속될 수 있다는 이유를 두 가지 제시하고 있다. 하나는 공화당 간부들이 결정적인 문제를 다룸에 있어서 백악관과 협력하는 것보다 오바마 대통령이 업적을 남길 수 없도록 함으로써 그의 재선을 막겠다는 대결 의지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또 하나는 오바마가 총명하고 사리에 밝은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클린턴처럼 중도적 노선도 소화할 수 있는 유연성이 없어 보이며, 체질상 공화당 간부들과 인간적으로 부드러운 관계를 맺을 줄을 모른다는 점이다.
민주당의 패인을 분석하면서, 전문가들은 오바마 백악관이 의료보험 개혁 등 중요한 개혁 조치들이나 중산층 부담을 줄이는 방향의 조치들을 취했으나 그런 업적들을 제대로 홍보하는데 실패했으며, 특히 야심적인 개혁보다는 실업자 문제 해결 등 실질적인 경제 개선을 더 간절하게 바라는 유권자들의 심리를 빨리 읽지 못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초당 정치와 대담한 개혁을 지향하며 환호와 기대 속에서 출범한 오바마 정치는 불과 2년 만에 암초에 걸렸다. 어떤 정치 평론가는 정치 중앙무대에 더 익숙한 인재를 끌어들일 필요가 있다면서, 공화당 간부들과 손잡는데 힘이 될 수 있는 콜린 파월 전 국무장관을 백악관 요직에 앉힐 것을 건의하고 있다.
오바마 정치는 과연 좌절의 정치로 끝날 것인가? 유력한 시사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사설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 보통시민들의 고충에 귀를 기울이고 ‘작은 정부’를 신봉하는 보수세력의 이념적 주장을 무시해 버리지는 말라고 권하면서, 오바마 정치가 활성화 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논했다.
유권자들의 현재 무드가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여러모로 유리한 입장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즉, 지구상에서 가장 창의성이 강한(innovative) 경제, 세계에서 가장 자금사정이 넉넉한 훌륭한 대학들, 신생아 탄생률, 신축성이 있고 부지런한 노동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온 세계에서 가장 ‘엔터프라이징’(enterprising)한 사람들이 갈망하며 모여드는 나라가 미국이다. 오바마는 능력 있는(talented) 인물이다. 여태까지 해 온 것보다 더 잘 할 수 있을 것이 틀림없다.”
앞으로 2년 동안, 여러 난관들을 극복하고 오바마 정치가 경제 회복과 사회 전진을 위해 훌륭한 솜씨를 보여 주기를 바란다.
진철수 usabriefing.net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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