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흡연 해롭다’인식으로 선진국서 금연 늘자
흡연에 대한 규제 강화로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서 설 자리가 좁아진 담배회사들이 개발도상국에 눈을 돌리고 있다. 이들 국가의 흡연 규제 조치를 막기 위해 소송을 불사하고 있다.
영국의 담배 광고 제한, 남미의 담배갑 건강 경고 크기 확대, 필리핀과 멕시코의 담배세 인상 등에 대해 필립모리스 인터네셔널, 브리티시 아메리칸 토바코 등 다국적 기업들은 전면전에 돌입했다. 아울러 아프리카와 아시아에서의 로비와 판촉, 호주에서의 TV 광고 지원을 위해 수십억 달러를 쏟아 붓고 있다.
흡연규제 막기 위해 거액 쏟아 부으며 로비
우루과이·브라질 등 정부상대 소송도 불사
지난 15일 우루과이에서는 171개국의 공중보건 관리들이 모였다. 국제 흡연규제 협약의 가이드라인을 만들기 위해서이다. 이런 협약을 의식, 담배회사들은 각국의 규제조치에 대한 반대를 가일층 강화하고 있다.
필립 모리스 인터네셔널은 올해 우루과이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담배규제 조치가 지나치다는 주장이다. 이는 우루과이 및 이번 국제회합에 참가하는 국가들을 위협하려는 시도로 세계보건기구(WHO) 측은 보고 있다.
필립 모리스가 우루과이에서 문제로 삼은 것은 담배갑 포장의 건강 경고가 전체 면적의 80%를 차지하도록 한 규정. 아울러 우루과이 정부는 말보로 등 각 브랜드 별 담배갑 포장을 한 디자인으로만 하도록 규정했다. 같은 상표의 담배 포장이 여러 디자인으로 나와서 흡연자들이 덜 해로운 담배인 듯 오해할 소지를 막기 위한 조치이다.
“소송은 소득이 낮거나 중간인 국가들을 위협할 목적”이라고 WHO의 금연 운동 담당 국장인 더글러스 베처 박사는 말한다. 우루과이의 국내총생산은 필립 모리스의 연 판매고(660억 달러)의 절반 수준이다.
한편 필립 모리스 인터네셔널의 부사장이자 대변인인 피터 닉슨은 자사가 성인 소비자들에게 합법적인 상품을 판매하고, 각국의 마케팅 법을 준수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번 소송은 규제가 너무 지나쳐서 자사의 상표와 상업용 재산권을 보호할 필요가 느껴져서 한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담배회사들은 개발도상국 고객 확보를 위해 과감한 공세를 펼치고 있다고 베처 박사는 말한다. 사망하거나 금연으로 돌아선 미국이나 유럽 고객들을 대체하기 위한 것이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흡연률이 급속도로 하락했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보면 담배 판매는 여전히 매년 2%씩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흡연 규제는 전 세계적 대세여서 라틴 아메리카에서 아프리카, 아시아에 이르도록 흡연과 공중 보건 사이의 법적, 정치적 싸움의 장이 날로 넓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담배회사들은 힘을 모으기도 하고 각자 대처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알트리아 그룹 산하 필립 모리스 USA는 지난해 연방의회를 통과한 흡연반대 입법안에 대해 협상과 지원에 힘을 보탰지만, R.J. 레놀즈 등 다른 담배회사들이 이번에 연방식품의약국(FDA)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데는 동참하지 않았다. 담배갑에 건강 경고문이 아니라 이미지로 담도록 지난주 제안된 FDA의 새 규정에 대해 필립 모리스 USA는 아직 반대의사를 표명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외국 시장을 담당하는 필립 모리스 인터네셔널은 해외의 새로운 규정들에 대해 대단히 공격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우루과이를 제소했을 뿐 아니라 브라질도 제소했다. 브라질 정부가 담배갑에 새로 넣으려는 이미지가 흡연이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과 정확히 맞아 떨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담배회사에 대한 비방이 된다다는 주장이다.
그런가 하면 필립 모리스는 아일랜드와 노르웨이에서 담배를 상점에 진열하지 못하게 한 조치에 대해 소송을 제기했다. 담배갑 포장을 흰색이나 갈색으로 제한해 소비자들이 유혹을 받지 못하게 한 호주의 규제안에 대해 필립 모리스는 지난여름 연방선거 중 반대 캠페인을 주도했다. 500만 달러가 든 미디어 캠페인에 브리티시 아메리칸, 임페리얼 토바코 등이 자금을 보탰고, 필립 모리스가 전략을 짜고, 예산을 마련하며, 광고를 사고 미디어 인터뷰를 하는 작업들을 승인한 것으로 관련 문건을 통해 드러났다.
필립 모리스는 흡연이 해롭다는 걸 인정하며 흡연규제가 없는 곳에 ‘합리적’ 규정을 만드는 것을 지지한다고 닉슨은 말한다.
“담배갑 포장에 건강에 대한 경고는 분명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크기가 적당해야 합니다. 50%가 적당하다고 생각합니다. 80%나 차지하면 상표를 넣을 공간도 없습니다”
세계보건기구가 담배회사들에 대한 법적 대응을 장려하면서 브라질, 캐나다, 이스라엘, 이탈리아, 나이지리아, 폴란드, 터키 등 세계 각지에서 흡연자들이나 의료보건 시스템이 주도하는 소송이 늘고 있다. 거대 담배회사들은 법정에서 점점 방어적 입장이 되고 있다.
그러나 전혀 다른 곳들도 있다. 세계 5위의 담배 시장인 인도네시아에는 아직 흡연에 대한 규제가 없다. 담배회사들은 세계 다른 곳에서는 할 수 없는 방식으로 담배 마케팅을 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TV에 담배광고가 나가고 영화 상연 전에도 나간다. 고속도로 옥외 광고가 줄을 있고, 콘서트나 스포츠 행사들을 담배회사들이 후원해 미성년 흡연을 부추기고 있다. 상점에서는 아이들에게 담배를 판다.
인도네시아 관리들은 담배회사의 일자리가 필요하고, 담배세 수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필립 모리스 인터네셔널을 통해서만 들어오는 세수만 연간 25억 달러에 달한다.
미국에서는 꿈도 꿀 수 없는 옥외 담배광고, 음악축제 행사 후원 등을 해외에서 하고 있다고 어린이 흡연방지 캠페인의 매튜 마이어스 회장은 말한다.
사기업으로 세계 2위의 담배회사인 브리티시 아메리칸 토바코는 유럽 연합이 추진하는 담배연기 없는 대기 정책 등 흡연 반대 규정들을 막기 위해 수백만 달러를 로비 자금으로 쓰고 있다. 지난 6월30일로 끝난 지난 회계연도 이 회사의 매출은 230억 달러, 순익은 44억 달러였다.
이 회사는 웹사이트의 비디오를 통해 담배에 대한 세금 부과 등으로 흡연을 막으려 하면 암시장만 덕을 보게 되고 결국 마약, 섹스, 무기 밀매상과 테러리스트들만 배부르게 해줄 것이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범죄자들만 덕을 본다”는 말로 결론을 맺고 있다.
우루과이의 국제회의에서는 담배 성분, 포장, 마케팅에 대한 보다 강력한 통제, 금연 프로그램 및 금연 공간 확대, 담배 세 인상 등 금연에 도움이 되는 전략들을 구체적으로 논의한다.
<뉴욕 타임스 - 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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