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년 동월 대비 4.8% 뛰어
▶ 핵심 물가요인으로 급부상
▶ ‘공급망 붕괴’로 매물 감소
▶ “앞으로도 고가 현상 지속”

최근 급등한 신차 가격에 부담을 느낀 바이어들이 중고차로 몰리고 있지만 중고차 가격도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로이터]
미국 내 중고차 가격이 다시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시작된 공급망 혼란에 이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인상 정책까지 겹치면서 신차 가격 부담이 높아지자, 상대적으로 대안으로 여겨졌던 중고차 시장마저 들썩이고 있는 것이다.
최근 월스트릿저널(WSJ)은 자동차 정보 플랫폼 에드먼즈의 보고서를 인용해 “3년 된 중고차 평균 가격이 3만달러를 넘어섰다”고 전했다. 이는 팬데믹 시기 기록했던 2022년의 최고가 수준에 근접한 수치다.
에드먼즈의 아이번 드루리 인사이트 디렉터는 “팬데믹 당시 부족했던 신차 공급 여파가 여전히 중고차 시장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며 “리스 계약 만료 후 반납 대신 직접 구매로 전환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난 것도 시장의 공급을 크게 제한했다”고 설명했다.
연방 노동부가 발표한 최근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중고차·트럭 가격은 전달보다 0.5%, 전년 동월 대비로는 4.8% 상승했다. 같은 기간 신차 가격은 전달 대비 변동이 없었고, 전년 대비 0.4% 오르는 데 그쳤다.
중고차의 가격 상승세는 같은 달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대비 2.7% 오른 것과 비교해도 훨씬 가파르다. 중고차가 미국 내 ‘핵심 물가 상승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중고차의 가격 상승현상이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려울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생산 차질과 반도체 공급 부족이 수년간 누적되면서 중고차 시장의 ‘매물 풀(pool)’ 자체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특히 팬데믹 당시 차량 리스 이용자들이 계약 만료 후 반납 대신 직접 구매로 돌아서면서, 3~5년 된 인기 차종의 공급이 급격히 줄어든 상태다.
관세 정책 역시 중고차 시장을 흔드는 또 다른 변수다. 그동안 완성차 업체들은 원자재 가격 상승과 관세 부담에도 불구하고 신차 가격 인상을 최대한 미뤄왔다. 하지만 장기간 손실을 떠안을 수 없어 2026년형 모델부터는 신차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업계 전반에 팽배하다.
콕스오토모티브의 조너선 스모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인상 기조가 이어질 경우 신차 가격은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그 결과 중고차 수요가 폭증하고, 공급 부족이 심화돼 가격이 추가로 급등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중고 전기차 공급이 확대되고 있는 만큼 가격 상승세를 일부 완화하겠지만, 내연기관 중고차의 수급 불균형은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려울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중고차 가격이 신차를 뛰어넘는 기현상이 일어났던 팬데믹 초기와 유사한 흐름이 재연되고 있다”고 평가한다. 일부 소비자는 중고차 대신 장기 렌트, 차량 구독 서비스 등 대체재를 찾고 있으나, 이 역시 가격이 동반 상승하고 있어 뚜렷한 해법은 없는 상황이다. 일부 소비자들은 차량 교체를 미루거나 중고차 구매를 아예 포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는 향후 몇 년간 중고차 시장이 ‘고가 안정화’ 국면에 들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신차 공급이 정상화되더라도 관세, 고금리, 원자재 가격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해 중고차 가격은 과거와 같은 수준으로 빠르게 내려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결국 팬데믹으로 인한 자동차 시장의 불균형이 관세와 결합해 물가를 밀어 올리면서, 소비자와 업계 모두 새로운 ‘비싼 일상’을 맞이하고 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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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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