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도 모르고 국제 윤리도 마음대로 해석하며 6자회담 국가들을 이리 저리 끌고 다니던 김정일이 결국은 연평도 도발을 자행했다. 그러고서도 큰소리 떵떵치는 막가파 집단의 속내는 과연 어디에 있을까?
북한을 연구하는 수많은 전문가들은 김정은 후계를 위한 도발이었다느니, 화폐개혁 실패이후 점증하고 있는 주민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전략이라느니, 핵 포기를 줄기차게 요구하며 압박하는 미국을 향해 무모하게 벌이는 벼랑 끝 전술이니 하는 등등 여러 가지 분석을 내놓고 있다.
나는 여기에 다른 분석을 더하고 싶다 첫째로 NLL이라는 북방한계선, 또는 해상경계선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이번 연평도 도발사건은 그동안 수없이 이 경계선의 침범으로 마찰이 계속 되어왔던 예고된 도발이라 하겠다.
이 NLL이란 과연 무엇이며 어떻게 시작이 되었는가. 그 유래를 잠깐 간단하게 더듬어 본다면 1953년 8월30일 당시 유엔군 사령관인 마크 클락크 미 육군 대장이 남북 간에 충돌을 방지하기 위하여 설정된 경계다.
그동안 북한은 NLL을 인정해오다 20년이 훨씬 지난 1973년 이의를 제기 하면서 이후 줄기차게 이것을 파기해야 된다며 협상을 요구해 왔다. 그들은 기존 NLL은 인정할 수 없으니 다시 설정하자면서 서해 5도를 자기들의 영해 안에 속하도록 이상하게 줄을 그어놓고 이 선으로 대체하자고 생떼를 써왔다.
그러면 왜 북한은 서해 5도와 북한영토 사이를 가로 막고 있는 NLL을 폐기 하려고 무모한 도발을 자행 하는가? 영토를 뺏으려는 야욕과 북한 영토 코앞에 있는 남한의 미사일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지만 이보다 더 중요하게 숨어있는 의도는 중국의 미래와 관련한 불안이라 봐야한다.
그러면 왜 이런 추측이 가능한가? 지정학적으로 서해 5도가 북한의 코밑을 들여다보고 있고 북한과 중국 사이를 가로막고 있는 남한과 미국의 전략 요충지가 되기 때문이다. 북한 뒤에는 중국이 있듯이 남한 뒤에는 세계 안보를 좌우하는 미국이 있다.
이제 중국은 일본을 제치고 미국을 추격하는 경제 대국으로 성장했다. 역설적으로 가난할 때는 모르지만 부자가 되면 불안해 지는 법이다. 그래서 담을 높이 쌓고 철조망을 치면서 군사력을 강화하게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국제상황이다. 그러므로 중국 본토에 가장 가까이 있는 서해 5도가 이제는 눈엣 가시처럼 느껴지기 시작한 것이다.
혹자는 이번 연평도 도발을 계기로 중국이 골칫거리인 북한과 거리를 두고 결별 하려는 수순을 밟을 것이라고 예측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어림없는 추측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아직도 같은 공산국가이고 김정일은 중국의 가려운 긁어주는 착한 효자이기 때문에 그럴 가능성이 없다.
여러 상황을 종합해 볼 때 이번 연평도 도발은 중국의 속내를 드러내는 대리전의 성격이 농후하다는 추측을 지울 수가 없다. 이를 중국의 행동에서도 이를 엿볼 수 있다. 도발사건이 터지자마자 급히 서울로 달려와서 느닷없이 6자회담을 제의하는 어처구니없는 행동을 보였다. 대한민국을 둘러싼 지정학적 관계는 참으로 미묘하고도 복잡하게 얽혀 있다. 6.25 남침을 북침이라고 뒤집어씌우고 서해 5도를 합작으로 노리는 북한과 중국의 망상은 결코 평탄치 않은 조국의 미래를 예고하고 있다.
이번 연평도 사태는 새로운 통일 전략을 구상해야 하는 고민을 우리에게 던져주고 있다. 모두가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작금의 사태를 계기로 안보 불감증이라는 중병이 깔끔하게 치유 되었으면 하는 소망을 가져본다.
이창건
평화문제연구소
미주지역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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