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나라의 대사관 건물 내에 카지노가 있다면 믿기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90년대 중반 루마니아 주재 북한 대사관 건물 중 일부가 카지노 회사에 임대되어 도박 장소로 사용된 적이 있다. 북한은 하나의 국가라기보다는 마피아의 성격을 지닌 반 국가단체이다. 정부차원에서 달러 위조는 물론 마피아의 주 수입원 중 하나인 마약 밀거래를 통해 외화벌이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봄 천안함 폭침으로 인해 수십 명의 우리 해군 병사들이 실종 사망했다. 북한의 도발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연평도 민가까지 무차별 포격하는 초유의 사건이 발생했다. 천안함 사건과 관련해 이런저런 의혹이 증폭되면서 한국사회는 걷잡을 수 없을 만큼 혼탁해졌고 또 그만큼 국민들의 판단력도 흐려졌다. 지금도 일부 정치인과 언론매체는 계속 의혹을 제기하고 있으며 좌파 성향의 소수 개인들과 시민단체들은 그릇된 주장들을 계속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의 연평도 도발 이후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 이번에는 한 치의 의혹도 제기할 수 없는 터라 그간 천안함 의혹을 주도했던 세력들조차도 할 말이 없는 듯 조용하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번 북한의 연평도 만행으로 인해 천안함 사건이후 혼탁했던 한국사회는 오랜만에 뿌연 안개가 걷힌 느낌이다.
매년 돌아오는 ‘즐거운 성탄절’은 루마니아 역사에서 ‘민주주의의 시작’을 알리는 상징적인 날이다. 24년간 절대 권력을 휘두른 독재자 차우셰스쿠가 1989년 12월25일 크리스마스 때 총살되었기 때문이다.
89년 차우셰스쿠 독재정권이 붕괴하자 국내외 많은 학자들은 그와 비슷한 북한도 같은 길을 걷지 않을까하고 생각했다. 루마니아 공산체제가 북한과 비슷한 것은, 70년대 차우셰스쿠가 평양을 방문하면서 북한을 모델로 삼았기 때문이다. 차우셰스쿠는 북한식 우상숭배와 족벌독재체제 구축, 부자 세습 그리고 평양을 모델로 하는 수도 부쿠레슈티 현대화 작업 등을 도입했다.
차우셰스쿠가 평양을 방문하면서 가장 깊은 감명을 받은 것은 다름 아닌 ‘김일성 우상숭배’였다. 또한 같은 공산주의 체제임에도 불구하고 왕조처럼 대를 이어 통치하는 북한을 모방하여 자신도 족벌체제를 강화하면서 아들 니쿠를 후계자로 준비하기도 했다.
그러나 루마니아 혁명이 성공하기까지의 과정을 살펴보면 현재의 북한 상황과는 다른 점이 있다. 우선, 유럽과 아시아라는 동서양의 ‘가치관의 차이’를 언급할 수 있다. 북한은 혁명 이전의 루마니아보다 종교의 탄압이 심한 것은 물론 철저한 세뇌 교육을 통해 우상숭배를 성공리에 실시하고 있다.
반면 루마니아에서는 대부분의 국민이 암암리에 교회에 다녔을 정도로 종교의 자유가 상당부분 허용되었으며 차우셰스쿠 우상숭배 역시 유럽인 특유의 개인주의 가치관과 맞지 않아 북한처럼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루마니아 역사에서 이 같은 우상숭배 시도는 이전에도 3번 더 있었다. 2번의 경우는 소극적인 차원에서였지만 나머지 한번은 루마니아 정치사에서 차우셰스쿠 다음으로 가장 적극적으로 실시된 ‘철위단(Iron Guard)’ 단장에 대한 우상숭배였다.
독일의 나치즘, 이탈리아 파시즘에 버금가는 유럽의 대표적인 3대 극우단체였던 루마니아 철위단은 주로 1930년대에 활동하면서 우상숭배를 시도했으나 얼마가지 못해 실패하고 만다.
반면 북한에서는 김정일 우상숭배가 루마니아보다는 먹혀들어간다는 느낌이다. 동양의 정서와 가치관을 가진 북한 주민들은 개인주의 성향의 루마니아 인들과 다소 차이가 있는 듯하다. 3대 멸족이라는 북한식 공포정치로 인한 두려움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우상숭배와 족벌독재정치를 받아들이는 북한 주민들의 태도는 분명 루마니아 인들과는 다소 차이가 있어 보인다.
박정오
UC 버클리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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