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BM 경계심 연일 환기..MD 강화 움직임도
미국의 국방 수뇌부들이 연일 북한이 개발중인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역량에 경계심을 표출하고 나서 미 국방당국의 판단 근거와 언급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은 지난 11일(현지 시간) 중국 방문기간에 북한이 향후 5년내 미국 본토에 닿을 수 있는 ICBM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며, 이를 미국에 대한 ‘직접적 위협’이라고 평가해 주목을 끌었다.
이어 마이크 멀린 합참의장도 12일 워싱턴 외신기자클럽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ICBM 역량과 핵실험을 결합해서 본다면 이는 (동북아) 지역은 물론 미국까지도 위협하는 수준으로 발전하는 것"이라고 비슷한 맥락의 발언을 했다.
미국 국방을 책임지는 군 사령탑들이 잇따라 미 본토를 위협할 수 있는 수준의 북한의 탄도미사일 역량에 대해 강한 경계심을 표출한 것이다.
물론 이러한 북한의 미사일 역량에 대한 미 당국의 판단은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지만, 지난해 봄부터 북한의 도발이 노골화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미군 당국이 북한의 미사일 개발능력을 면밀히 추적, 재평가를 해왔을 것이라는 관측을 낳고 있다.
천안함 사태가 발생하기 이전인 지난해 2월초 국방부가 펴낸 탄도미사일방어계획 검토보고서(BMDR)에서 미국은 "북한이 향후 10년내에 핵탄두를 장착한 ICBM을 개발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했기 때문이다.
이 보고서는 "지난 2006년과 2009년 북한의 장거리 탄도미사일인 대포동 2호 실험 발사가 실패한 것으로 간주되지만, 북한이 조만간 대포동 2호 미사일 실험을 성공할 것으로 추정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 보고서의 분석과 비교할 때 미 본토에 도달할 수 있는 북한의 ICBM 개발 속도가 작년 "10년 이내"에서 이번 게이츠 장관 발언을 통해 "5년내"로 좁혀졌다는 해석도 나올 수 있다.
하지만 핵탄두 소형화 기술을 배제하고 미사일 사거리 정보분석만을 놓고보면 10년 전부터 제기됐던 미 정보당국의 전망치와 궤를 같이 한다.
군당국이 아닌 미 중앙정보국(CIA)를 포함한 17개 정보기관의 연합체인 국가정보위원회(NIC)가 지난 2001년 펴낸 국가정보평가(NIE) 평가보고서는 "북한과 이란이 미 본토를 사정권에 두는 ICBM 기술을 2015년이면 보유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또 보고서는 2단 추진체의 대포동 미사일을 사용할 경우 "북한은 수백킬로그램의 폭탄을 알래스카, 하와이는 물론 본토까지도 탑재해 보낼 수 있다"며 3단추진체 대포동 미사일의 경우 핵탄두까지 탑재해 미 전역으로 날아갈 수 있다고 적었다.
이 같은 일련의 정보 판단과 언급을 토대로 할 때 미국은 대체로 북한이 "5년∼10년 내에" 미 본토를 위협할 수 있는 ICBM를 확보하고, 나아가 핵탄두까지도 탑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점을 감안할 때 미 고위 국방당국자들이 북한의 ICBM 위협을 새삼 강조하고 나선 것은 북한 미사일 역량 분석이 더 섬세해졌기 때문일 수도 있고, 미국이 추진중인 미사일 방어체제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정책적 의지가 담겨있는 언급일 수도 있다.
헤리티지 연구소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12일 월스트리트 저널 기고문에서 "북한의 위협이 이처럼 커지고 있는 반면 미국과 동맹들의 준비태세는 소홀했었다"며 "이제 미국과 동맹들은 전략을 바꿔 충분한 미사일 방어체제를 구축해야만 한다"며 오바마 행정부가 삭감한 미사일 방어 관련 예산 부활을 주장했다.
이와 함께 북한 장거리 미사일위협을 재차 강조해 `역내 안정’을 추구해야 하는 중국을 북한도발 억지를 위한 공동전선에 동참시키려는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목적도 개재돼 있을 수도 있다.
멀린 합참의장은 이날 게이츠 장관의 ‘북한의 5년내 ICBM 개발 가능’ 발언에 대해 공감을 표하며 "북한의 향후 잠재적 도발은 훨씬 큰 재앙일 수 있다"고 강조하면서 중국의 적극적인 대북제재 동참을 촉구했다.
어떤 배경이든 북한 미사일을 미국에 대한 `직접적 위협’으로 간주하는 흐름은 북한문제가 미국의 대외정책의 우선순위로 올라갈 것임을 짐작케 한다.
빅터 차 미 조지타운대 교수는 이날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가진 미.중 정상회담 관련 브리핑에서 미국은 북한을 점점 더 직접적인 위협으로 보고 있으며 "북한 문제는 미.중 정상회담의 가장 중요한 이슈 중 하나"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차 교수는 게이츠 장관의 베이징 발언에 대해 "이는 미국이 북한 문제에 대해 말하던 것의 변화"라면서 "또 미국이 중국에 대해 `이제 북한 문제는 미국에 심각한 문제’라고 전하는 변화"라고 진단했다.
(워싱턴=연합뉴스) 성기홍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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