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12년 미국 대통령선거가 2년 가량 남았지만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비롯해 야당 공화당 예비후보(잠룡)들의 행보가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재선캠프를 `정치적 고향’인 시카고에 꾸리고, 측근들을 캠프 및 민주당전국위원회(DNC)에 배치하는 등 선거운동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공화당 잠룡들도 내년 초 대선후보 경선이 제일 먼저 열리는 아이오와주(州) 방문 계획을 세우고, 오바마와 대립각을 세우는 발언을 자주 하는 등 자신의 존재를 본격 알리기 시작했다.
미 주요 언론매체들은 미.중 정상회담이 끝난 지 하루 만인 20일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캠프 확정 등을 계기로 차기 대선 경쟁이 속도를 내고 있다고 전했다.
◇ 재선캠프 보강= 오바마 대통령은 선거 캠프를 워싱턴이 아닌 시카고에 차리고, 오는 3-4월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워싱턴 포스트(WP)와 로스앤젤레스 타임스(LAT) 등이 보도했다.
뉴욕 타임스(NYT)는 로버트 기브스 백악관 대변인의 말을 인용해 오바마 대통령이 이르면 2개월 안에 연방선거위원회(FEC) 서류를 제출함으로써 대선 출마를 공식 발표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시카고는 일리노이주 연방 상원의원 출신인 오바마의 정치기반이며, 부인 미셸 여사의 고향이기도 하다.
지역신문 `시카고 트리뷴’은 지난해 11.2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의 압승으로 표출된 국민들의 반(反) 워싱턴 정서를 무디게 할 수 있고, 선거자금을 모으기 쉽다는 점 등이 고려된 것으로 분석했다.
최근 30년 간 연임에 성공한 로널드 레이건, 빌 클린턴,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선거캠프를 백악관 인근 또는 버지니아주 교외에 뒀다.
오바마 대통령은 패트릭 개스퍼드 백악관 정치담당 국장을 민주당의 선거운동 및 선거모금 총괄조직인 DNC에 파견하고 줄리아나 스무트 백악관 사회담당 비서관과 제니퍼 오말리 딜론 DNC 사무국장을 시카고 캠프로 보냈다고 NYT는 전했다.
2008년 대선 때 선거재정을 책임졌던 스무트 등은 오바마 대통령이 오래전에 선거 매니저로 점 찍어둔 짐 메시나 백악관 비서실 부실장이 이끄는 선거준비팀에서 메시나를 보좌하게 된다.
2008년 대선 책임자였던 데이비드 플루프는 열흘 전 백악관 선임고문으로 들어와 캠프와 백악관을 연결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오바마의 핵심 측근인 데이비드 액설로드 백악관 선임고문은 오는 28일께 재선팀에 외부 컨설턴트로 합류해 메시지 전달과 대(對)언론 창구 역할을 맡는다. 기브스 대변인도 금명간 백악관에서 나와 선거참모로서 활동할 예정이다.
이처럼 오바마 대통령이 선거팀을 보강한 것은 지난해 40% 중반에 맴돌던 여론 지지율이 최근 53-58%로 급등세를 타고 공화당 잠룡들과의 여론조사 가상대결에서 승리하는 것으로 나오는 등 초반 우세를 적극 활용하려는 의도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실탄(선거자금)’을 미리 확보한다는 계산이 작용하고 있음도 물론이다.
오바마는 2008년 대선 때 7억4천5백만달러를 모금해 역대 기록을 경신한 바 있으나 2012년에는 선거자금이 사상 처음으로 10억달러(약 1조1천여억원)가 넘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역대 대선 후보들의 선거모금 규모는 4년마다 배로 늘어나는 추세를 보여왔다.
10억달러를 기준으로 할 경우 모금운동이 순조롭게 진행돼도 2억5천만달러를 더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온라인 정치전문매체 `내셔널 저널’은 오바마 팀의 최고위 선거모금자의 말을 인용해 "선거팀이 올해 해야 할 일은 모금"이라면서 내년 초까지 2억5천만달러의 기부 약속을 얻어내는 게 목표라고 전했다.
오는 25일 오바마 대통령의 새해 국정연설을 앞두고 이런 보도가 잇따르자 기브스 대변인 등 백악관 참모들은 선거사무실만 차렸을 뿐이라며 오바마 대통령이 경제난 해결 등을 위해 초당적 협력을 계속 요청할 것이라고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 잠룡들의 몸풀기= 최근 공화당 예비후보 지지율에서 1위(ABC 방송/WP 공동조사 및 갤럽 조사)를 달리고 있는 마이크 허커비 전 아칸소 주지사는 다음 달 중으로 아이오와 6개 도시와 사우스 캐롤라이나 등 중서부 지역을 순회하며 책 사인회를 열어 자신의 정치철학 등을 전파할 계획이다.
아이오와는 뉴햄프셔와 함께 민주.공화당의 대선후보를 선출하는 당내 예비경선(프라이머리)이나 코커스(당원대회)를 가장 먼저 개최함으로써 대선 때마다 대권 향배의 `가늠자’ 역할을 해왔다.
지명도 1위(갤럽 조사)에 오른 세라 페일린 전 알래스카 주지사는 측근들을 통해 아이오와의 풀뿌리 운동가 및 지지자들에 대한 비공식 접촉을 넓히고 있다고 온라인 정치전문매체인 ‘리얼클리어 폴리틱스(RCP)’가 전했다.
NYT는 페일린이 다음 주 네바다에서 두 차례 연설을 하기로 하는 등 대선 출마 쪽으로 조금씩 다가가고 있다며 네바다와 아이오와는 공화당 대선후보 지명을 받기 위해 꼭 이겨야 하는 지역이라고 소개했다. 네바다 연설 중 하나는 오바마 대통령이 국정연설을 하는 오는 25일에 행해지며 애리조나 총격사건과 관련한 발언이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허커비와 지지율 선두 다툼을 벌이고 있는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는 지난 10일 아프가니스탄을 방문해 미군 장병을 위문하고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을 만났다. 또 지난 13일에는 중동지역으로 날아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등과 현안을 논의했다.
의회전문지 `더 힐’은 롬니의 이런 해외 방문은 대선 과정에서 자신의 외교정책 구상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평했다. 롬니는 최근 실력 있는 여론조사가와 정치 컨설턴트 2명을 고용하는 등 참모진도 보강한 것으로 RCP는 전했다.
허커비와 롬니, 페일린은 최근 지지도와 지명도에서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 등 10여명의 다른 경쟁자들을 제치고 선두그룹을 형성하고 있으나 최근 실시된 오바마 대통령과의 1 대 1 가상대결에서는 모두 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 제3위의 신문그룹 매클래치와 뉴욕의 마리스트 칼리지 여론연구소 조사에서는 오늘 대선 투표가 치러질 경우 오바마는 롬니를 51% 대 38%로, 허커비를 50% 대 38%, 페일린을 56% 대 30%로 각각 누르는 것으로 나왔다.
여론조사기관 PPP(Public Policy Polling) 조사에서도 오바마는 롬니를 48% 대 43%, 허커비를 49% 대 45%, 페일린을 55% 대 38%, 깅리치를 51% 대 39%로 이겼다.
’다크 호스’로 분류되는 팀 폴렌티 전 미네소타 주지사는 최근 인터뷰와 회고록 사인회 등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비판성 발언을 자주 하고 있다. 그도 책 판촉을 위해 조만간 아이오와와 뉴햄프셔를 방문한다
피자 회사 사장 출신의 라디오 진행자인 허먼 케인이 지난 12일 공화당 인사로서는 맨 처음 출사표를 던졌고, 대통령준비위원회도 구성했다.
반면 오바마를 물리칠 수 있는 유망주로 거론돼던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는 지난 16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불출마 선언을 했고, 부시 전 대통령의 친동생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는 2016년 도전 의사를 밝혔다.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 주지사는 출마여부를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갤럽은 "대선 운동 초기단계인 만큼 어떤 잠룡도 우세를 장담할 수 없다"며 공화당 대선후보는 향후 공개활동과 선거자금, 지지자들의 투표 열의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예상했다.
여론조사가 릭 샤프턴도 "아직 공화당 대선후보 경쟁이 무주공산(wide open) 상태"라면서 "유권자의 4분의 1이 아직 지지자를 결정하지 못했기 때문에 서열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존 베이너 하원의장과 미치 매코넬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 등 공화당 지도부는 경선에서 어느 후보에 대해서도 지지선언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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