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英.아랍 정상들과 전화 회의
美.英 "민주 정부로 질서있는 이행" 촉구
이집트 반정부 시위가 갈수록 거세지자 국제사회는 폭력 자제를 촉구하는 한편 사태 대응방향과 입장 조율에 나서는 등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서방과 아프리카 등 각국은 30일 대대적인 개혁과 민주화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거듭 표명하면서도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의 직접 퇴진까지는 요구하지 않았다.
◇美.英 등 이집트 논의 전화통화 = 미.영 양국 정상은 이날 전화 통화로 이집트 사태를 논의하고 무바라크 대통령에게 국민의 요구에 부응하는 정부로 이행하라고 주문했다고 AP.AFP통신 등이 전했다.
캐머런 총리실은 통화 후 성명을 내고 "두 정상은 이집트에서 국민의 불만과 민주주의 열망에 호응하는 정부로 이행하는 대대적인 정치개혁 절차가 이집트인 주도로 질서있게 진행돼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 했다"고 밝혔다.
두 정상은 또 시위 진압 과정에서 폭력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못박았다.
캐머런은 앞서 이날 압둘라 요르단 국왕과 전화 통화에서도 이집트 문제를 논의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앞서 29일 이집트 인근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 터키 정상에 전화를 걸어 현상황에 대한 의견을 구하고 향후 긴밀하게 접촉키로 했다.
백악관은 30일 성명을 내고 "오바마 대통령은 각 정상과 통화에서 폭력을 반대하고 양측에 자제가 필요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 집회와 결사, 언론의 자유 등 보편적 권리를 지지하면서, 이집트 국민의 열망에 부응하는 정부로 질서 있는 이행을 바란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이집트에 대대적인 개혁을 촉구하면서도 무바라크 정권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지는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이날 ABC방송에서 "현단계에서 이집트 원조 중단은 논의된 바 없다"고 말했으며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도 "이집트는 지금까지 우리의 협력자 역할을 해왔다는 사실을 인식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이날 무바라크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폭력진압을 피하라고 거듭 강조하고 언론과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메르켈 역시 새로 구성된 정부가 정치.경제 개혁을 수행해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혀, 아직은 무바라크 정권에 의한 개혁 쪽에 힘을 실어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귀도 베스테르벨 독일 외무장관은 이날 "독일정부는 민주주의와 시민의 권리를 옹호하는 쪽과 같은 입장"이라며 "분명한 것은 이제 아무것도 전과 같지 않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요르단의 압둘라 국왕도 무바라크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이집트 시위 상황을 논의하고 "형제 나라 이집트"의 치안과 안정, 발전을 빌었다고 국영 페트라 뉴스통신사가 보도했다.
압둘라 국왕은 미.영 정상 외에 그리스, 바레인 정상과도 의견을 교환했다.
◇이집트, 美.英과 외교.국방 장관 회동 = 이집트 사태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해 외교.국방 장관들도 물밑 접촉에 나섰다.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은 30일 모하메드 후세인 탄타위 이집트 국방장관 및 에후드 바라크 이스라엘 국방장관과 이집트 정국 불안에 대해 논의했다고 미 국방부가 밝혔다.
영국 외교부도 이집트와 외교장관 회동이 있었다고 확인했으나 상세한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30일 주일학교 수업에서 무바라크 대통령이 퇴진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고 현지 일간 콜럼버스 레저-인콰이어러가 보도했다.
카터 전 대통령은 이날 이집트 시위가 전 지구를 흔들어 놓았으며 1981년 자신이 퇴임한 이후 중동지역에서 발생한 가장 심오한 사건이라고 말했다.
◇EU "이집트, 최우선 어젠다" = 유럽연합(EU)은 31일 브뤼셀에서 열리는 외무장관회의에서 이집트 정국 불안을 최우선 의제로 논의할 것이라고 캐서린 애슈턴 EU 외교ㆍ안보정책 고위대표 대변인이 30일 전했다.
헤르만 반 롬푀이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앞서 29일 무바라크 대통령에게 민주화 시위대 탄압을 중단하고 모든 정치범을 석방하라고 촉구했다.
제16차 아프리카연합(AU) 정상회담에 참석한 20여개 아프리카 정상들은 무바라크 대통령에게 시위대의 요구에 개혁으로 호응하라고 촉구했다.
람타네 라맘라 AU 평화안보담당 집행위원은 "경제 개혁과 사회적 조치, 여러 가지 정치 문제에 대해 국민의 소망에 부응하려면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번 회의에 참석한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은 자제와 비폭력, 기본적 권리와 자유, 인권에 대한 존중을 촉구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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