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012년도 변호사 시험 합격자 정원이 로스쿨 입학 정원의 75%로 결정된 것에 즈음하여 대한 변호사 협회 회장이 ‘변호사 많이 늘리는 게 능사는 아니다’라는 기고문을 발표했다. 2012년부터 한해 2,500명의 새로운 변호사가 배출되면 변호사 실업난과 소송 천국의 사회 문제가 야기 될 것이라고 지적하였다.
과연 그럴까? 미국에서는 변호사가 많아서 문제가 되기보다는 변호사가 많아서 정치, 경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변호사 문화가 정착되어 있다. 로스쿨을 졸업했다고 해서 전부 변호사만 해야 한다는 법은 없다. 법을 잘 알고 이해하는 변호사가 국회에 가면 좋은 법을 만들 수 있고 행정부에 가서는 법의 원칙에 입각하여 법을 집행할 수 있기 때문에 인치보다는 법치가 더 원활할 수 있다.
한국의 역대 대통령 중에 변호사 출신은 단 한 명밖에 없는 반면에 미국의 역대 대통령 중 25명이 변호사 출신이다. 오바마 대통령도 변호사 출신이고 영부인 미셀도 변호사 출신이다. 힐러리 국무장관도 변호사였고 클린턴 전 대통령도 변호사였다. 미 연방 상원의원 절반 이상, 그리고 하원의원 3분의 1이상이 변호사 출신이다. 세계의 정치 일번지인 워싱턴 DC는 5명 중 1명은 변호사라고 할 정도로 워싱턴이 변호사에 의해 움직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에서는 변호사를 공직으로 여기는 사회 풍토가 변호사의 양적 증가를 거부하게 한다. 사법고시에 합격하면 사법 연수생 2년 동안 국가 공무원 자격으로 월급을 받기에 변호사를 판사나 검사와 같은 공직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외국인은 변호사가 될 수 없다. 그러나 미국의 연방 대법원은 1973년도 그리피스 케이스(Griffiths Case)에서 변호사는 사직이라고 천명하고 외국인도 변호사가 될 수 있다고 판결했다.
연방 대법원은 변호사는 국민을 위한 서비스업으로 간주하고 변호사가 된 외국인의 생존권을 보호해 준 대국적인 결정을 내렸다. 이 판결 때문에 영주권자 신분이었을 때 필자는 변호사가 될 수 있었고 지금은 한국 유학생들마저 미국 변호사 자격을 획득할 수 있게 되었다.
일본에서는 로스쿨 제도를 도입했다가 실패했다고 한다. 그 이유는 변호사 시험 합격률을 50% 미만으로 낮추어서 변호사 시험 합격자를 배출하지 못한 학교도 생겼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러한 일본의 실패가 우리의 거울이 되어서 합격자를 75%의 명수로 정하지 말고 미국처럼 시험 점수의 커트라인으로 정하여 실력이 되는 사람은 모두 합격시켜야겠다. 미국은 주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로스쿨 졸업자 중 약 80%가 변호사 시험에 합격한다.
법률 시장 개방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법률 시장이 개방되면 그만큼 경쟁력이 생겨 법적 서비스의 질적 향상을 기대할 수 있고 또한 가격 경쟁을 통해 비싼 외국 로펌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 법조 시장 개방에 대응하는 방법은 언어 능력을 키우고 국제 감각을 갖추고 실력을 향상시켜서 경쟁에서 승리하는 것이다. 변호사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세계 제 12위 경제 대국으로서의 위상뿐만 아니라 정치 대국으로 가는 초석이 될 것이다.
법의 목적은 사람을 살리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변호사가 큰 도시에 집중되어 있는 반면에, 미국에서는 지방뿐만 아니라 작은 소도시를 가도 변호사를 쉽게 만날 수 있다. 변호사의 저변화가 ‘변호사의 문턱’을 낮추고 일반 국민은 전문적인 법적 서비스를 받을 수 있기에 ‘법은 가까운 이웃’이 되고 있다. 복잡하고 전문화된 21세기를 살아가면서 변호사가 국민에게 존경받고 그리고 인간다운 삶이 보장되는 법치 사회를 구현하는 도구가 된다면 한국 법조계의 미래와 한국의 장래는 매우 밝아 보인다.
전종준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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