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후2시 뉴질랜드 남섬 대도시 크라이스트처치 도심 미술관 앞.
뉴질랜드와 호주 등지에서 몰려든 복구 인력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미술관은 임시 대책본부로 사용되고 있는 곳이다. 내진설계가 잘 돼 이번 강진에도 전혀 손상이 없었다.
이곳은 전 세계에서 몰려든 취재진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지진 발생직후 폐쇄됐던 국제공항은 이날 오전 재개됐다.
경찰과 군 당국이 큰 피해를 본 건물들이 몰려 있는 도심 주요 도로는 전면 차단한 채 외부인의 접근을 막고 있다.
헬기와 앰뷸런스의 사이렌 소리가 요란한 가운데 노란색 옷을 입은 복구요원들이 숨가쁘게 움직이고 있다.
상당수의 사람들이 매몰돼 있는 도심 한가운데로는 외부인들은 접근할 수 없었다.
지진 피해가 극심한 크라이스트처치 시내는 마치 전쟁장면을 찍기 위해 인위적으로 만들어 놓은 영화세트장 같았다.
고색창연한 건물 지붕은 속절없이 무너져 내렸고 보태닉가든의 흰색 동상은 거꾸로 처박혀 있었다.
한 성당은 80% 정도 완전히 붕괴돼 을씨년스러웠다.
통제에 나선 한 경찰관은 "북적이던 도심에 시민들이 모두 떠나고 없어 매우 슬프다"면서 "하루속히 복구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도심 주민들은 수도와 전기 공급이 끊긴 집을 떠나 도심과 접한 해글리파크 등지에 마련된 임시대피소에서 불안한 날을 보내고 있었다.
당국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집에 머물면서 슬픔을 달래는 주민들도 있었다.
하지만 도심에서 불과 1km정도 떨어진 해글리파크 주변만 하더라도 지진 피해가 없어 한산한 표정이었다.
테일러씨(여)는 "수도와 가스가 끊겼지만 집에 있기로 했다"면서 "아름다운 도시가 이렇게 엉망이 돼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은 "지진이 잇달아 불안하다"면서 "살기 쾌적한 이곳에 이렇게 변하다니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해글리파크를 둘러싸고 있는 주택가는 다행히 큰 피해를 입지 않았다.
지진이 도심을 강타하면서 높은 건물들이 붕괴되는 피해를 겪었을 뿐 단독주택 등 낮은 건물은 지진피해를 피할 수 있었다.
당국은 23일 오전중으로 시내에 거주하고 있는 주민들이 직접 피해상황을 파악할 수 있도록 임시로 출입을 허가할 것으로 알려졌다.
리카톤로드에 있는 한국 상가 밀집지역은 큰 피해를 겪지 않았다.
일부 상가들은 지난해 9월 지진 피해를 미처 복구하지 못해 널빤지로 출입구를 막아 뒀다.
하지만 도심에 몰려 있는 스시가게 운영주 대부분이 한국인들이어서 인명피해 가능성이 있다는 게 현지 한인교포들의 전언이다.
이날까지 확인된 한인피해는 1명 실종인 상태다.
뉴질랜드 주재 한국대사관 크라이스트처치 영사협력원 김유한씨는 "현재까지 한인피해는 그리 심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면서 "하지만 실종자가 수백여명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피해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뉴질랜드 주재 한국대사관은 사건담당 우석동 영사 등을 보내 한인피해 상황 파악에 나섰다.
한편 한국의 119구조대는 24일 지진 현장에 구조요원을 보내 구조에 동참할 예정이다.
한인교포들은 여진이 계속되고 있어 하루하루 지내기가 불안하다는 모습이다.
체리트리모텔 대표 박병규씨(38)는 "지난해 9월 지진 때 상당한 피해를 봤다"며 "도심이 모두 공황상태에 빠져 있기 때문에 경기가 최악의 상황으로 빠져들 것"이라고 걱정했다.
한인교포들은 지난해 9월에 이어 불과 5개월여만에 강진이 들이닥치자 허탈해하는 모습이다.
한 한인교포는 "지난해 지진이후 어학연수생 등 한국인 방문이 급격히 줄었다"며 "이번 지진으로 이곳으로 오는 한국인들이 더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크라이스트처치=연합뉴스) 이경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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