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 친위부대 전투기가 3일 반정부 시위대가 장악한 동부의 석유시설 도시 브레가를 폭격했다고 AP와 AFP 통신 등이 전했다.
국제형사재판소(ICC)는 이날 카다피 정권의 핵심 인사들을 대상으로 반(反) 인류범죄 혐의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고,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카다피 측과 반정부 시위대 간의 대화를 중재할 국제위원회의 구성을 제안하는 등 리비아 사태의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카다피, 동부 석유도시 공습 = 카다피 친위부대의 전투기는 이날 오전 동부 지역의 브레가에 있는 정유시설 인근에 폭탄 2발을 투하했다.
이 지역에서 병원 관련 업무에 종사하는 목격자 파타 알-모그라비는 "전투기가 석유회사와 거주지역 사이에 폭탄을 떨어뜨렸다"며 "내가 아는 한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AFP 통신에 말했다.
전투기가 공습한 목표물이 무엇인지 정확히 확인되지 않았으나 브레가의 대형 석유단지에 있는 활주로가 표적이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AP 통신은 전했다.
수도 트리폴리에서 740㎞ 떨어진 이 도시의 외곽에서는 전날 카다피 세력과 반정부 시위대 간의 교전이 벌어져 12명 이상이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목격자 알-모그라비는 "사망자 12명 중 9명은 시위대 소속이고 나머지 3명은 카다피의 용병"이라며 "이들 3명 중 1명은 니제르인이고, 신분증이 없는 다른 2명은 검은 피부의 아프리카인"이라고 주장했다.
300명 규모의 이들 용병은 전날 오전 브레가의 항구와 활주로, 석유시설을 일시 점령했으나 자동화기로 무장하고 격렬하게 반격에 나선 시위대 병력에 밀려 6시간 만에 퇴각했다.
시위대는 카다피 세력이 리비아 제2의 석유시설 도시를 노리고 재침공할 가능성에 대비해 기관총이 탑재된 트럭들과 대공화기를 이 지역에 배치하고 방어체재를 구축해놓고 있다.
동부 도시 벵가지에 본부를 둔 시위대의 한 대변인은 전날 전투에서 100명을 생포했다고 주장하면서 카다피 부대가 브레가 서쪽의 라스라누프 쪽으로 이동하는 게 관측돼 그들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AFP 통신에 말했다.
◇ICC, 수사 착수 = 국제형사재판소(ICC) 검찰부는 3일 반(反) 인류범죄 혐의로 카다피와 그의 아들, 정권 핵심인사에 대한 정식 수사에 착수했다.
루이스 모레노-오캄포 ICC 수석검사는 이날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달 15일 벵가지에서 시작된 리비아 유혈사태와 관련해 오늘 공식으로 반 인류범죄 수사에 착수했다"며 "카다피와 그의 아들 일부, 정권 핵심인사 등이 수사 대상이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모레노-오캄포 수석검사는 지금까지 반 인류범죄 혐의자로 지목된 사람이 몇 명인지는 특정하지 않은 채 카다피의 경호실장, 외무장관, 보안군 총사령관, 안보보좌관, 정부 대변인 등도 수사 선상에 올려놓고 있고 밝혔다.
ICC 검찰부는 리비아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 결의가 채택된 다음날인 지난달 27일부터 관련 증거의 수집에 들어가는 등 이례적으로 신속한 수사 행보를 보이고 있다.
◇차베스, 중재위 제안 =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2일 국제적 중재위원회를 구성해 카다피 측과 반정부 시위대 간의 대화를 주선해 리비아 사태를 평화적으로 해결토록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카다피는 차베스 대통령과의 전화회담에서 이런 중재안을 수용했으며, 아랍연맹의 아므르 무사 사무총장도 이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알-자지라 방송은 전했다.
하지만, 반정부 세력의 `국가위원회’를 이끌고 있는 무스타파 압델 잘릴 전 법무장관은 카다피와의 협상을 거부하고 있어 차베스의 중재안이 시행될 수 있을지 미지수이다.
◇네덜란드 군인 3명 억류 = 카다피의 고향인 시르테에서는 자국민 구출작전에 나섰던 네덜란드 군은 작전에 실패했으며 오히려 해병대원 3명이 카다피를 지지하는 민병대원에게 붙잡혀 억류돼 있는 것으로 이날 확인됐다.
이들 해병대원은 지난달 27일 시르테에 고립된 자국민 1명과 다른 유럽인 1명을 구출하려고 프리깃함 ‘트롬프’에서 헬기를 타고 출동했으나 친카다피 민병대의 공격을 받았고 구출 대상자였던 민간인 2명과 함께 붙잡혔다.
친카다피 민병대는 민간인 2명을 리비아 주재 네덜란드 대사관에 인도했으나 해병대원 3명은 계속 억류하고 있다. 네덜란드 국방부는 "병사들을 석방시키기 위해 강도 높게 외교적 노력을 펴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카다피 측이 이들을 인질로 삼을 가능성도 있고 석방 협상이 장기화될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카이로=연합뉴스) 고웅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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