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신마비로 20년, 43세에 대학생 됐어요”
▶ MD 콜럼비아 윤석언씨, 사이버대학 입학 작가 꿈 도전
“공부할 수 있어 행복합니다.”
전신마비 장애인 윤석언씨(43)씨가
대학생이 됐다. 1991년 당시 23살의 대
학생이던 윤씨가 불의의 교통사고로 목
아래 온 몸이 마비된 지 20년만이다.
윤씨는 말도 겨우 하는 힘든 몸이지
만, 눈동자의 움직임을 감지하는 센서
가 부착된 안경으로 작동하는 컴퓨터
를 이용해 올 3월 경희사이버대학교
문예창작과에 입학했다. 혼자서 논문
과 학습계획서, 자기소개서를 제출해
입학허가를 받았다.
첫 학기에 소설론을 비롯 등 시창작,
영어, 퍼스컴 응용, 21세 문화트렌드
등 5개 과목을 수강하는 윤씨는 4년
내 졸업을 목표로 학업에 몰두하고 있
다. 사고 후 치료를 위해 취득한 미국
시민권 때문에 한국 국적자에게만 해
당되는 장애인장학금을 받지 못해 학
비가 부담되기에, 다음 학기에 다시 한
번 대학측에 사정을 설명하고 장학금
을 신청할 계획이다.
“수강 중 메모를 할 수 없으니 모
두 머리로 암기해야 되는 것이 힘들어
요.”
메모만 힘든 게 아니다. 컴퓨터 작
동마저 손쉽게 할 수 있는 처지가 아
니니 리포트 작성에서 시험까지 남보
다 훨씬 많은 시간을 쏟아야 한다. 이
를 곁에서 딱하게 지켜보던 모친 이용
기(67)씨가 틈틈이 강의를 메모해주며
돕기도 한다.
지난 3월 수술로 인해 존스 합킨스
병원 중환자실에서 5일간 입원했을 때
를 제외하고 아직까지 한 번도 강의를
빠트린 적이 없고, 하루 3-4시간의 수
면과 기도 시간을 제외한 대부분의 시
간을 공부에 매달리고 있다.
“직장이 없으니 공부에만 전념할
수 있잖아요. 성적도 잘 나올 겁니다.”
윤씨는 현재의 처지를 오히려 긍정적
으로 받아들였다. 윤씨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줄 알았는데 공부를 다시
할 수 있어 너무 좋다”며 “졸업 후에
는 다른 장애인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글을 쓰고 싶다”고 밝혔다.
서울서 출생한 윤씨는 고교 졸업과
함께 사우디아라비아를 거쳐 미국으
로 이민 왔다. 사고를 당했을 때는 선
교사를 꿈꾸던 에버렛칼리지 3학년이
었다.
대학 산악부에서 암벽 등반을
능숙하게 하는 만능스포츠맨이
었다.
40일간의 혼수상태를 거쳐 가
까스로 목숨을 건졌지만 목 척수
를 다쳐 전신마비는 물론 성대도
손상돼 1년간 말을 하지 못했다.
이 때 모친이 글자판을 들며 자
음과 모음을 하나씩 찍으면 눈을
깜빡여 원하는 글자를 찾아가는
방법으로 윤씨는 시를 쓰기 시작
했다.
낙담과 희망, 삶과 죽음이 수
시로 교차된 절박했던 시기의 마
음이 고스란히 담긴 그의 시는 사
고 난지 10년 후인 2001년 말 예
쁜 시집으로 출간됐다.
그의 바램인 ‘마음은 푸른 창
공을 날고’를 표제로 한 그의 시
집은 극단적인 불운에 절망하지
않고, 오히려 하나님께 감사하며
새로운 희망을 일궈가는 윤씨의
심정이 담담하게 표현돼 큰 감동
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윤씨는 팬클럽도 갖고 있다. ‘
사랑나누기’란 이름의 인터넷카
페(cafe.godpeople.com/love nanugi)
를 가진 이들은 10년째 윤씨가
거주하고 있는 콜럼비아 소재 로
리엔 너싱홈에 매월 한 차례 모
여 기도와 찬양, 대화, 식사 등으
로 윤씨를 격려하고 있다.
벧엘교회에서 차편을 제공해
매주 꼬박꼬박 예배에 출석하고
있는 윤씨는 “컴퓨터와 인터넷
덕에 세상과 소통하고 있다”며,
“남들이 하지 않는 새로운 경험
을 쌓고 있을 뿐”이라고 밝고 환
한 미소를 지었다. <박기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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