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식당보다는 집에서 갈비 구워 먹는 것을 좋아하는 김모씨. 하지만 최근 1~2년새 갈비가격이 치솟으면서 이제 웬만하면 마켓에서 갈비를 사지 않는다.
대신 고기가 먹고 싶을 때는 한인타운내 무제한 구이집을 찾는다. 15~18달러 정도면 원하는 만큼 양껏 먹을 수 있어 요즘처럼 고기값이 금값인 때는 더 경제적이라는 것이다.
김씨는 “가족 3명이 모두 고기로 배를 채우고 여기다 곁들여 먹는 상치나 마늘
까지 감안하면 구이집은 최선의 선택”이라고 말한다.
갈비를 비롯한 육류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어떤 경우에는 식당에서 ‘사먹는’ 고기값이 더 싸진 일종의 물가 역전현상이다.
미국에서 가장 흔하고 싼 게 고기라는 말은 먼 옛날의 이야기가 됐다. 실제 1년 전에 비해 쇠고기 평균 소매가는 13% 가량 올랐으며 한인들이 선호하는 갈비가격은 파운당 2.99달러에서 5.99 ~6.99달러로 2배 이상 뛰었다.
이 같은 오름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농무부는 한술 더 떠 최근 올해 육류 가격 상승폭을 4.5%에서 6~7%로 상향 조정했다.
너나 할 것 없이 요즘엔 물가가 가장 큰 관심사다. 소비자 물가는 하루가 다르게 치솟아 3월에는 전년 동기비 2.7%나 상승했다. 한인들도 즐겨 찾는 ‘인 앤 아웃’햄버거 가격이 2008년 이후 세 번씩이나 올랐고 ‘사나이 울리는’서민들의 오랜 친구인 라면 가격도 최근 5% 이상 인상됐으니 누구나 체감하는 문제다.
이렇게 오른 물가는 소비자나 비즈니스 모두에게 곤혹스럽다. 개솔린 가격이 천정부지로 급등하면서 이삿짐이나 배달 업체들은 신음하고 야채, 육류 값이 껑충 뛰었지만 이를 가격에 반영 못하는 식당 업주들은 냉가슴을 앓고 있다.
재료비가 원가의 40% 가까이를 차지하는 무제한 구이집들은 “매상이 늘수록 타격이 크다”며 “마지노선이 무너지면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안 오른 품목을 손으로 꼽을 정도니 인플레 우려도 갈수록 점증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1980년대 초에도 인플레로 크게 몸살을 앓았었다. 당시 물가 상승률은 무려 13%, 결국 전국에서 몰려든 농민들이 트랙터를 몰고 워싱턴DC 시내 한복판에 집결했다. 살인적인 인플레에 성난 농민들이 경적을 울려대고 울분을 토로한 것이다.
물론 수치상으로 보면 최근의 상황은 당시와 비교해 나은 편이라 할 수 있다. 문제는 지금의 인플레 압박이 오히려 더 크다는 것이다.
왜 그럴까. 낮아진 금리, 저조한 노조 가입률 등 여러 이유가 있지만 물가상승률을 따라 잡지 못하는 임금상승률 탓이 가장 크다. 특히 금융위기 이후 최근 몇 년간 정체되거나 혹은 뒷걸음질 친 임금이 가계를 심하게 압박하고 있다.
최근 CNN은 미국인 90%의 소득이 지난 수 십 년간 꼼짝달싹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인플레를 감안하면 오히려 소득이 계속 줄고 있는 셈이다. 실제 센서스국에 따르면 인플레를 감안한 미국인의 평균 가계소득은 2009년 4만9,777달러로 2008년보다 0.7% 감소했다.
인플레를 반영한 올 1분기 근로자들의 시간당 임금도 2.5%나 하락하면서 3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짠 월급에 장바구니 물가가 더 무서워지고 살림살이가 나아지지 않았다고 느끼는 것이다.
인플레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하반기에도 물가는 더 뛰고 임금 상승폭은 제자리걸음일 것이라는 전망만 나오고 있다.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아직 긴축의 고삐를 쥘 때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으나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물가 불안은 엄청나다.
한 전문가는 “지금은 모두가 인플레와 관련해 정부가 무엇이든 해주길 원하는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고물가와 저임금, 불황에 지쳐 녹초가 된 서민들에게 희망의 햇살이 비춰지는 때는 올 것인가.
이해광 경제부 부국장 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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