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르비아 공화국에서 26일 체포된 라트코 믈라디치(69)는 국제유고전범재판소(ICTY)에서 전범 혐의로 기소돼 수배 중인 `특급 전범’이다.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BiH) 내 세르비아계 스르푸스카 공화국(RS) 군사령관이었던 믈라디치는 1992~1995년 보스니아 내전 당시 라도반 카라지치와 함께 이슬람계 주민에 대한 `인종청소’를 주도한 혐의로 1995년 기소된 인물.
카라지치가 2008년 7월 검거된 이후 그는 국제사회의 `제1 표적’이 돼 왔으나 이제까지 도피 생활을 계속해오다 덜미가 잡혔다.
그는 특히 1995년 현재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의 스레브레니차에서 이슬람 주민 8천명이 학살된 사건을 주도한 혐의를 받고 있다.
스레브레니차 집단 학살은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유럽에서 일어난 최대 집단 학살이었다.
수배 중이던 그의 도피 행각은 그간 보스니아 등의 언론에서 종종 흘러나왔지만, 공식적으로는 확인되지 않을 만큼 철저히 베일에 가려 있었다.
뉴욕타임스는 2006년 세르비아군 정보기관 보고서를 인용, 믈라디치가 내전이 끝난 직후 베오그라드에서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전 유고 대통령의 비호 아래 공개적으로 활동했으나 2001년 밀로셰비치가 체포되고 나서는 보스니아 동부 지역의 군사용 지하 벙커를 전전하며 도피 생활을 하기 시작했다고 전한 바 있다.
2002년 6월 세르비아 정부가 ICTY에 협력한다는 내용의 법안이 통과될 때까지 보스니아 내 스르프스카 공화국과 세르비아에 있는 50여명의 군부 및 정보기관 관계자들의 보호 아래 은신처를 마련할 수 있었다는 것.
가장 최근에는 2009년 보스니아 국영방송인 FTV가 믈라디치가 가족 또는 지인들과 한가하게 시간을 보내는 모습 등을 담은 수 편의 비디오 화면들을 방송한 바 있다.
FTV는 입수 경위를 밝히지 않은 채 이 비디오테이프들이 지난 12년 동안 촬영됐으며 가장 최근 것은 2008년 촬영된 테이프라고 소개했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믈라디치의 가족들은 "그가 2003년 2월 마지막으로 모습을 보였으며 당시 건강이 매우 좋지 않았기 때문에 치료를 받지 못하면 계속 살 수 없는 상태였다"면서 그의 `사망 선고’를 법원에 공식 요청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세르게이 브람머츠 ICTY 수석검사는 지난해 12월 유엔 안보리에서 "2006년 세르비아에서 믈라디치 모습이 확인되고 나서 종적을 감췄다는 점에서 믈라디치가 아직 세르비아에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밝힌 뒤 세르비아에 그의 검거 노력을 압박했다.
세르비아는 세르비아계 추종 세력이 그를 비호하고 있다는 일각의 의심을 의식해 그의 검거에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을 수차례 강조해왔다.
세르비아는 지난해 10월 그를 체포할 수 있는 `믿을만한 정보’를 제공하는 사람에게 지급하는 현상금을 100만유로에서 1천만유로(약 155억원)로 10배 높이기도 했다.
결국, 이날 세르비아가 유럽연합(EU) 가입 협상의 걸림돌이었던 그를 검거함으로써 친(親) 서방 성향과 의지를 다시 한번 확인했지만, 믈라디치 `비호’ 의혹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카라지치가 수도 베오그라드에서 세르비아 보안요원에 의해 체포됐을 때에도 세르비아 정부의 강한 의지가 작용하지 않고서는 이뤄질 수 없는 일이라는 게 중론이었다.
믈라디치가 검거됨에 따라 보스니아 내 세르비아계를 이끌던 정치인 출신의 고란 하지치가 ICTY의 보스니아 내전 전범 기소자 중 유일한 수배자로 남게 됐다.
(부다페스트=연합뉴스) 황정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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