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교회나 성당을 다니는 사람은 성경에 나오는 선한 사마리아의 예를 다 알 것이다. 그러나 사회는 선한 사마리아인의 존재 보다는, 강도를 만나 가진 것 모두 빼앗기고 칼까지 맞아 피를 흘려가며 죽어가는 나그네를 더 등쳐 마지막 물 한방울, 피 한방울까지 도적질하며 또 잔인하게 그 등에다 칼 하나를 더 꼽는 게 이 경쟁 사회의 현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특히 이 변호사와의 관계는 이런 사회의 비열한 면을 뼈저리게 아니 시리도록 느끼게 했다.
그 이후 이보다 더한 시련의 시간을 계속적으로 또 경험하다 보니 그 변호사와의 사건은 그 이후의 많은 시련 중 한 사건이었을 뿐이었고 그래서 정말 오랜 시간 고통스러운 삶에서 벗어 날 수가 없었다. 이 낙담의 시기에 나는 어떻게 사고라도 안나나 하는 엉뚱한 생각을 매일 했는데 사고라도 있어야 보험금이라도 나와, 남아있는 내 가족이라도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수없이 했다.
당시 이런 험난한 일을 당하니 어머니와 누이로 부터 안부 전화가 왔을 때 주체 못하고 떨어지던 하염없는 눈물을 생각하면 지금도 마음 한구석에 눈물이 흐른다. 우리 어머니는 충청도 분인데 전쟁 때 고생한 얘기를 할 때면 ‘닭똥 같은 눈물을 바가지로도 못담을 정도로 흘리곤 했다’는데 아직 나는 ‘닭똥 같은 눈물’의 의미를 모른다. 그러나 나의 그 당시 삶의 고통과 분노에서 왔던 눈물이 그 눈물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전화를 받을 때 복받치는 눈물로 나의 누이에게 대답을 할 수가 없어 창밖의 나무들을 보고 있어도 내 얼굴로 온통 쏟아지는 눈물은 감당할 수가 없었다. 보통 사람은 울고 나면 시원도 하
지만 이 상황의 나는 생의 패배자로서 울어도 울어도 마음구석에 있었던 적막한 공허감은 없어지지가 않았다.
오랜 시간 의욕 없이 매일 방안에서 나올 엄두를 못내며, 어떻게 생을 마감해야하나 하는 절망적인 생각이외에는 아무 생각이 없었다. 그리고 매일 연체되어 쌓여가는 고지서들, 메일 박스에는 이런 고지서들이 매일 차고 넘쳤다. 집 모기지, IRS 세금체납서, 크레딧 카드, 자동차 체납금, 음료 회사를 하며 트럭구매하며 했던 개런티에 대한 체납금, 소소한 전화 빌까지 매일 쌓여만 가는 고지서들 그리고 법원 소송에 대한 답변들을 못해 패소해서 오는 서류들, 감당치 못할 이 많은 문제점들에 대해 나는 더욱더 자포자기 상태에 빠지고 있었다. 인생의 탈출구는 없었고, 다만 어두움만 존재했다.
인생의 무게에, 깨지고 처진 힘든 중년에게 권한다. 움켜쥔 지푸라기에 불을 지피라고, 추수 끝난 가을 들판이 활활 타오를 수 있게, 내게 지푸라기라도 잡을 수 있었다면 잡아 연명을 했겠지만, 당시 내게는 아무것도 없었다. 오직 아내와 다섯명의 아이들뿐. 나는 지금도 내 아내에게 간혹 이런 말을 한다. “나는 네게 인생의 빚을 졌다”고. 이때 내 아내는 의욕을 잃고 침대에 처박혀 있는 나에게 하염없이 울면서 권했다. “여보! 당신은 일어나야만 해요. 우리에게는 5명의 아이가 있어요. 당신은 반드시 해내야만 해요” 그리고 내 등을 떠밀어 집근처 헬스클럽 멤버십을 80달러 다운하여 가입하게 했다. 삶의 패배에 의욕을 잃고 처져 있는 내게 운동을 시작하게 함으로써 그 정신적인 공항상태를 빠져 나오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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