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흔한 골프 레슨도 정식으로 받아보지 못했다. 골프 클럽을 잡은 지 이제 막 5년. 한인 소녀는 버지니아 주의 주니어 대회를 휩쓸며 골프계의 신성(新星)으로 나타났다. 그것도 미국에 온 지 불과 1년만의 일이다. 샌틸리 고등학교 9학년에 재학 중인 배주희 양. 올해 16살의 앳된 소녀다.
지난 주말 끝난 제 16회 오렌지카운티 미주체전에서 주희는 일을 냈다. 워싱턴 골프팀 대표로 출전해 주니어 부문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라운드 합계 4언더파라는 발군의 성적이다. 더군다나 파 4인 3번 홀(213야드)에서 홀인원을 기록하며 대회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앨버트로스는 LPGA 대회에서도 드문 기록이다.
“서비스(?) 홀인지 파 4이지만 거리가 짧았는데 바람이 많이 불어 드라이버를 잡고 컨트롤 샷을 시도했어요. 공이 핀 5센티미터 앞에 떨어지더니 핀을 맞고 그대로 들어갔어요. 기분이 황홀했습니다.”
한국에서 태어나 일곱 살 때 캐나다로 교육 이민을 간 배주희 양이 골프를 처음 시작한 건 불과 5년 전. 아버지 배판한씨와 어머니 배현옥씨의 권유로 클럽을 잡았지만 당시만 해도 그냥 재미로 여겼다. 하지만 어린 나이에도 영하 20도까지 떨어지는 한 겨울에도 클럽을 놓지 않는 열정과 노력이 돋보였다.
골프 스승은 따로 없었다. 부모님이 지도하고 스스로 익혀나갔다. 캐나다 동-서부 대항 주니어 대회에서 대표로 선발되며 골프 유망주로 기대감을 높였다. 아버지 배판한씨는 “주희가 집중력이 좋고 골프 소질이 있는 것을 알았다”며 “아무래도 캐나다에서는 경쟁력에 한계가 있는 것 같아 2010년 4월 아예 미국으로 오게 됐다.”고 말한다.
갈고닦은 주희 양의 실력은 버지니아로 오면서 제대로 발휘됐다. 버지니아 여자 선수권대회에서 준결에 진출해 센세이션을 일으키더니만 15세 이하 버지니아 걸스 챔피언십에서는 우승을 일궈내며 기염을 토했다. 샌틸리 고등학교 골프 선수로도 뽑혀 버지니아 고등학교 대항전에서 3위를, 대부분 언니뻘 선수들과 겨룬 개인전에서는 2위를 하며 단연 두각을 나타냈다. 7월9-10일 열리는 메릴랜드와 버지니아 주니어 여자대회 대표로도 선정됐다.
제대로 레슨 한번 받지 않고 미국에 온지 1년 만에 버지니아 주니어 골프계를 평정한 것이다. 물론 포인트 레슨은 딱 두 번 받았다 한다.
“봄 방학 같을 때 차를 몰아 플로리다의 레드베터 골프 아카데미에 가서 하루 이틀 포인트 레슨을 받았어요. 그동안 제 골프에 확신이 없었는데 유명 코치 선생님이 봐주시니까 자신감과 확신이 생겨 좋았습니다. 좀더 체계적으로 전문레슨을 받고 싶지만 시간이 없어요.”
주희 양의 골프 성적은 학교 공부도 게을리 하지 않으며 일궈낸 것이라 더욱 값지다. 중학교를 최우등 졸업한 배 양은 고교에 진학해서도 상위권 성적을 유지하고 있다.
“저는 골프만 잘하는 아이가 되기보다 공부도 잘해 아이비리그 대학에 진학하고 싶어요. 대학에 가서 본격적으로 골프에 뛰어들어 실력을 인정받고 싶은 게 제 소망입니다.”
골프와 공부, 두 마리 토끼를 다 놓치지 않으려는 주희 양의 올해 목표는 다음 달 일리노이주에서 열리는 전미 주니어 여자 선수권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것. 2천여명의 선수들이 출전해 32개주에서 진행된 예선전에서 주희 양은 본선 티켓을 따냈다. 미 여자 골프계 스타의 산실인 이 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내 그의 꿈인 LPGA 선수가 되는 길을 앞당기려 한다.
배주희 양은 “꿈을 향한 길에 해답은 없는 것 같다. 그냥 열심히 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 믿는다.”며 환하게 웃었다. <이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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