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년꼴찌 파이어리츠 NL 중부지구 선두 부상
내셔널리그에서는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의 ‘꼴찌돌풍’이 거세다.
한국선수가 빠진 뒤 더 잘 나가는 메이저리그 구단이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말고 또 있다.
인디언스가 추신수의 부진, 음주운전 파문, 부상 등을 딛고 꿋꿋이 아메리칸리그 중부지구 선두를 달리고 있는 동시에 내셔널리그 중부지구에서는 ‘만년꼴찌’ 피츠버그 파이어리츠가 선두로 뛰어오르며 일본에서 고전 중인 박찬호(오릭스 버펄로스)를 후회하게 만들고 있다.
지난해 박찬호가 몸담았던 팀인 파이어리츠(51승44패)는 18일 디펜딩 디비전 챔피언 신시내티 레즈(47승50패)를 2-0으로 따돌리고 “꿈에도 몰랐던” 시나리오를 연출했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50승45패)와 밀워키 브루어스(51승46패)에 각각 반 게임차로 앞선 디비전 단독 선두로 고개를 들이민 것.
지난해 57승밖에 못 거두고 리그 최악 105패의 수모를 당했던 파이어리츠가 94개 경기를 치른 시즌 시점에서 디비전 선두에 오른 것은 이날 경기 끝에 철문을 내린 클로저 조엘 한라한(29)이 12살 꼬마였을 때 이후 처음 일어난 ‘이변’이다.
1993년부터 18년 연속 반타작도 한 번 못한 파이어리츠의 ‘꼴찌돌풍’은 그 아무도 예상치 못한 시나리오다. 박찬호가 파이어리츠와 재계약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지 않은 가장 큰 이유 중에 하나도 바로 이 ‘제로’에 가까워 보였던 플레이오프 진출 가능성이었을 것이다.
시장이 작다며 돈을 쓰지 않기로 유명한 ‘짠물구단’ 파이어리츠는 감독(클린트 허들) 이외 변한 것도 별로 없어 이 같은 반전을 기대할 만한 요소도 눈에 띄지 않았다.
하지만 승수와 함께 관중수도 늘어났다. 파이어리츠는 이번 시즌 관중이 게임당 3,600명 정도나 많아진 것으로 집계됐다.
한라한은 이에 대해 “돈 주고 볼 가치가 없다며 집에 앉아 TV 화면에 대고 욕만 하던 골수팬들이 다시 나타나 우리를 응원하고 있다”며 “예전에는 관중석에 피츠버그 스틸러스(NFL)나 피츠버그 펭귄스(NHL) 셔츠만 보였는데 이제는 그들이 우리를 수치스럽게 여기지 않는다.
이제는 (앤드루)‘맥커천’, (닐)‘워커’, 한라한 등의 이름이 등에 새겨진 파이어리츠 저지가 많이 보여 기분 좋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1만5,000 관중 앞에서 뛰는 것보다 3만5,000 관중 앞에서 뛰는 게 훨씬 더 재미있다. 팬들의 넘치는 에너지가 우리에게 힘을 준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파이어리츠도 인디언스처럼 갈 길이 험난한 것만은 사실이다. 파이어리츠는 7월 들어 휴스턴 애스트로스, 시카고 컵스, 워싱턴 내셔널스 등 하위 팀들을 상대로 9승5패를 달렸는데, 앞으로는 카디널스, 필라델피아 필리스,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등 강호들이 줄을 서 있기 때문이다.
한편 파이어리츠가 지난해와 가장 크게 다른 점은 ‘수비’다. 지난해에는 에러를 리그 전체 최다 127개나 범한 리그 최악의 수비로 평가됐지만 올해는 20계단이나 뛰어오른 10위의 수비 성적을 내고 있다.
파이어리츠는 탈삼진이 리그 최하위급인 ‘맞춰서 잡는’ 피칭스태프를 가지고 있기에 좋은 수비가 필수적인 팀이다.
감독 교체 영향도 크다. 파이어리츠의 어린 선수들에게는 잔 러셀 전 감독의 차분한 스타일보다 목소리부터 쩡쩡한 허들 감독의 ‘응원 스타일’ 지휘가 훨씬 효과적이라는 평가다.
허들은 콜로라도 로키스에서 김병현이 경험한 감독이기도 한데, 투수코치를 잘 골라내는 눈이 특히 돋보인다. 그의 제자인 밥 아포다카가 아직도 콜로라도에 남아 ‘투수들의 무덤 생존법’을 잘 가르치고 있는데 이어 피츠버그에서는 레이 시어리지란 투수 코치를 채용한 효과가 대단하다.
<이규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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