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지카운티는 미주 한인사회 ‘정치 1번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지역에서는 어바인 시의 강석희 시장 · 최석호 시의원, 부에나 팍의 밀러 오 시의원 · 헬렌 이 교육위원, 라 팔마의 스티브 황보 시의원 등이 시정 활동을 하고 있다. 시와 카운티 정부 정책 자문 역할을 하는 한인 커미셔너들도 10명이 넘는다.
이민 초창기부터 정치력 신장을 외쳐온 한인 커뮤니티는 최근 오렌지카운티에서 최고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미주 전역을 통틀어 한인 시의원이 4명이나 활동하고 있는 카운티는 OC가 유일할 것이다.
이같은 결과는 불철주야 유권자들의 표 다지기에 나서면서 역경에 굴하지 않고 도전해온 한인 정치인들의 노력과 이를 뒷받침해온 커뮤니티의 힘이 큰 몫을 차지했다. 이 지역의 한인 인구 증가와 함께 유권자 수가 꾸준하게 늘어난 것도 빼놓을 수 없다.
한인 정치인이 후보로 나설 때는 십시일반으로 선거 기금을 기부해왔고 자발적으로 선거 캠페인에 참여해 한 표 모으기에 동참했다. 작년에는 강석희 시장의 재선, 한인 정치 불모지였던 부에나 팍, 라 팔마 시에서 한인 시의원 배출 등 한인 정치사에 역사적인 획을 그었다. 선거구 일부가 OC인 미셀 박 가주 조세 형평국 위원도 재선에 성공했다.
올해에는 강석희 시장이 새로 만들어지는 OC 북부 지역구 연방 하원의원직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미셀 박 가주 조세형평위원과 영 김 에드 로이스 연방하원의원 보좌관은 풀러튼 등 OC 남부 새 선거구에 연방하원의원 출마를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 최석호 시의원은 내년 어바인 시장 출마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오렌지카운티 한인커뮤니티는 올해에도 작년 못지않게 치열한 선거 열풍이 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인 정치인들은 로컬 차원을 뛰어넘어 연방으로 업그레이드 하기 위한 총력전을 펼칠 것이다. 선거구 재조정으로 인해 생기는 새 지역구는 도전자들에게는 정계 진출의 가장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인 정치인들이 승승장구하고 있는 이 시점에 정작 활성화 되어야 할 한인사회 대표적인 정치력 신장 기구인 한미연합회(KAC) OC지부는 기능이 거의 상실된 상태로 방치되어 있다. 지난 10여년 동안 한인들의 유권자 등록운동, 시민권 신청 대행, 정치인 초청 기금모금 파티 등 다방면으로 활동해온 이 단체가 유명무실화 된 것이다.
작년부터 활동이 뜸해온 이 단체는 그나마 명맥을 유지해온 사무실도 몇 개월 전 문을 닫았고 그동안 일해온 파트타임 직원도 그만두었으며, 비영리 단체 주 정부 등록마저 취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불경기로 인해 운영 기금을 조성할 수 없었고 너나 할 것 없이 외쳤던 한인사회 정치력 신장의 ‘초심’이 흐려지면서 한인들의 참여가 점점 부족해진 것을 주요인으로 꼽을 수 있다. 또 이제는 한인사회에 시의원들도 충분히 배출되었고 정치력 신장이 이 정도면 되었다는 안일한 생각도 한몫 했을 것이다.
강석희 시장도 한미연합회에서 미국의 정치에 대해 이마를 맞대고 토론하고 한인사회 정치력 신장을 위해 꿈을 꾸던 시기가 있었다. 당시의 이런 노력이 미 정계 진출이라는 좋은 열매로 연결되는 기틀이 되었을 것이다. 강 시장 이외에 이 단체에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한인 1.5세, 2세 중에서 현재 미 주류사회에서 활발하게 정치 활동을 하는 정치인들도 제법 된다.
그동안 커뮤니티에서 경험해왔듯이 한인 정치력 신장은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꾸준히 씨를 뿌리고 가꾸어야 좋은 열매를 맺을 수 있다. 당장 힘들다고 해서 이런 단체를 포기하면 지금은 별 지장이 없을지 모르지만 다음 세대에 더 나은 결과를 기대하지 못할 수도 있다. 한미연합회 OC지부가 조속히 정상화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문태기 부국장·OC 취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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