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영준 목사(76)가 일 년에 한 두 차례 주섬주섬 여행 가방을 손수 싸온 게 벌써 15년째다.
목적지는 중국 단동이나 심양. 그 도시들은 직접적인 선교 대상 지역은 아니고 여장을 풀어놓는 베이스다. 거기서부터 차 목사는 몇 달간 주변의 조선족 교회들을 찾아다니며 사랑을 전하고 말씀을 전하고, 일꾼들을 훈련한다. 압록강 가까운 모처에 갈 때는 더 은밀한(?) 곳까지 가서 복음을 전하기도 한다.
“탄압이 없는 건 아니지만 중국이 변하고 있어요. 고위관리가 공적인 자리에서 신앙을 고백해도 큰 제재를 받지 않는 상황입니다. 크리스천들을 묵시적으로 인정합니다. 이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
차 목사는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하듯 최근 입수한 중국 고위 관리가 한 강연 내용을 소개했다. 경제학 박사이면서 국무원경제위원회 자문위원인 한 분이 기독실업인 모임에서 ‘중국의 십자가 변혁’이란 제목으로 강연한 것이었는데 내용을 간단히 요약하면 이렇다.“미국은 교회가 곳곳에 있고 거짓말을 하는 것을 죄라 생각한다. 반면 중국은 개혁개방만 강조하다 보니 경제는 어느 정도 발전했지만 건강한 경제는 아니었다. 경제를 발전시키는 데는 반드시 법률, 정치 체계와 함께 윤리도덕적인 체계가 발전해야 한다. 이 주제에 대해 계속 연구하면서 성경도 연구하게 됐다. 현재의 미국 경제는 윤리도덕적인 가르침 때문만이 아니라 그 뒤에 십자가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십자가는 하나님의 큰 능력이며 생명까지도 구원해 준다. 십자가 있는 변혁과 십자가 없는 변혁의 차이가 그것이다. 중국은 지난 30년간 생명적 변혁 때문에 모든 변혁이 가능했다...”
조금 길게 인용한 이유가 중국 내 기독교의 위치가 정말 변화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한 것만은 아니다. 그 출발은 차 목사 같은 선교사들이 오지를 누비며 뿌린 복음의 씨앗이 자라 제법 가시적인 열매를 맺고 있음을 보여주기 위함이다.
장로로 20년 섬기고 10여 년 전 안수를 받은 차 목사가 중국 선교에 본격 뛰어든 것은 1996년. 북한 선교에 치중하던 사랑선교회의 정성철 목사를 만나면서다. 두 사람은 정말 열심히 뛰었다. 그 덕분에 평양에 빵공장을 세워 잠시 운영한 적도 있고 정 목사가 세상을 뜬 후에도 차 목사의 선교 여행은 멈추지 않고 있다. 각 교회와 신학교를 찾아다니며 신학과 교리를 가르치고, 신앙 상담을 해주고, 필요하면 물질로도 도움을 주고... 미주 예수교장로회 워싱턴노회(노회장 신상휴 목사)의 형제 격인 동북3성 노회를 5년 전 만들 때도 참여했다. 나이 때문에, 또 건강 때문에 언제든 마지막이란 생각으로 간다.
예수사랑교회에 출석하는 차 목사는 “사명감 때문에 하지 뭐 바라는 게 있겠느냐”며 “건강이 허락하는 한 요단강 건널 때까지 가겠다”고 말했다.
<이병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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