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창 목사가 독립운동을 펼치다 옥사한 부친 박관준 장로의 초상화 앞에서 항일정신을 강조하고 있다. <김지민 기자>
“신앙 자유·독립 외쳤던 아버지 해방직전 옥사”
박목사, 고령에도 “독도 지키기 끝까지 싸울 것”
“70년도 더 지난 일이지만 당시의 거사는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지”
일본 제국주의의 한반도 수탈이 한창이던 1939년 3월24일. 도쿄 나가타초에 있는 국회의사당 앞에 박관준·박영창씨 부자가 섰다. 일제의 야욕을 세계만방에 알리기 위해서였다.
방청객으로 위장한 이들은 몸수색을 거쳐 대회의장 3층 방청석에 자리를 잡는다. 거
사를 위해 박관준 장로와 함께 조선에서 건너온 안이숙씨(작고?김동명 목사 부인)도 동행했다. 중의원 제74회 본회의가 열리는 이날 종교에 가릴 것 없이 모든 신민의 신사참배 의무화를 공식화하는 ‘신종교법안’을 처리하기로 예정돼 있었다.
회의장에는 500명의 중의원과 내각각료 그리고 해외대사들로 꽉 들어찼다. 고야마 의장이 입장하고 개회선언을 알리자마자 박관준·박영창 부자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여호와 하나님의 사명이다”라고 외치며 미리 준비한 경고문을 회의장 중앙을 향해 뿌렸다.
삽시간에 회의장은 아수라장이 되고 이들 부자와 안이숙씨 일경에 체포돼 도쿄경시청에 수감됐다. 당시 박영창씨의 나이 25세로, 동경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동경 YMCA 협동총무로 재직 중이었으며 한 달 후 결혼식을 앞두고 있었다. 거사 후 결사대는 조선으로 압송됐다.
독립운동사에 ‘순교자’로 기록된 박관준 장로의 장남 월광(月光) 박영창 목사(95?LA)가 설명한 72년전의 거사의 장면이다. 광복 66주년을 앞두고 만난 박영창 목사는 100세를 앞두고 있는 고령이지만 그의 항일정신은 거사 당시와 다를 바가 없었다.
박 목사는 “갑자기 아버지가 동경에 날 찾아와서는 거사 계획을 설명하시고 동참할 것을 권유하시는데,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기독교 자유를 위해 서라면 목숨을 바칠 각오’라고 말하고는 아버지의 두 손을 덥석 잡았던 기억이 또렷하다”고 말했다.
박 목사의 부친 박관준 장로는 1875년 평안북도 영변 대지주의 아들로 태어나 젊은 시절을 방탕하게 보냈지만 서른이 되던 해에 독실한 기독교인으로서의 길을 걷게 된다. 당시 일제는 문화통치를 표방하며 전 조선인의 창씨개명과 신사참배를 강제했다. 독실한 신앙인인 박 장로에게는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었다.
박 장로는 7대 총독 우가키 가즈시게과 8대 미나미 지로 총독에게 서면을 보내 “신앙의 자유를 보장하지 않는 신사참배 강요 조치는 마땅히 폐지되어야 한다”며 강한 어조로 꾸짖었다. 그는 미나미 총독을 대면한 자리에서도 뜻을 굽히지 않았다. 결국 그는 얼마 후 일경에 체포돼 6년의 옥고를 치르다 해방을 반년 앞둔 45년 2월 차디찬 서울 서대문 형무소 감방에서 옥사하고 말았다. 옥사 직전 박 장로는 “1945년 8월 조선이 독립한다는 하나님의 계시를 받았다”고 고백하는 내용의 편지를 지인들에게 남겼다고 한다.
박영창 목사는 최근까지도 일본 정치인의 신사참배 반대와 역사교과서 수정을 요구하는 활동을 활발히 펼쳐왔다. 박 목사 부자의 헌신적인 조국 사랑과 목숨을 건 독립운동활동은 후대에 널리 인정받아 고 박관준 장로에게는 대통령표창(1968), 건국훈장 애국장(1991)이 추서됐고 박영창 목사는 세계평화봉사단으로부터 세계평화상을 수상했다.
박 목사는 95세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미주 광복회 명예회장으로 일본의 독도 도발에 반대하는 집회 등에 적극적으로 참석하며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박 목사는 “일본이 우리 역사 앞에 진지한 태도로 사죄할 때까지 계속 싸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일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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