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에 푹 빠진 남자 폴 워샴 씨
“나 사실 한국말 많이 몰라요.”
한국어로 수줍은 듯 솔직하게 말하는 폴 워샴(사진) 씨의 얼굴에 웃음이 번졌다. 자신은 겸손하게 그렇게 생각하는지 몰라도 그는 현재 워싱턴 한인사회의 최대 축제 ‘코러스 페스티벌’의 준비위원으로 당당히 뛰고 있는 ‘코리아 팬’이다. 영어권 스탭을 위한 별도의 미팅은 물론이고 한국어로 진행되는 준비모임에도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참석할 만큼 열성이다. 이해하기 힘든 어려운 대화가 오갈 때도 있지만 불편한 건 오히려 한인들이지 본인은 상관없다.
“저는 주로 페이스북이나 구글 등 소셜 네트워크를 활용해 미 주류사회와 타인종에 코러스 페스티벌을 알리는 일을 담당하고 있지요. 이 방법으로 작년에도 홍보에 큰 도움을 봤다고 생각합니다.”
워샴 씨를 한국문화에 폭 빠지게 만든 건 드라마다. 5년 전 어느 날 TV 채널을 돌리다 한국 드라마를 보게 됐다. “응, 이게 뭐야?” 어느 나라 말인지 알아듣지 못했지만 상당히 흥미로워보였다. 영어 자막이 있어 대충 내용을 알고 나니 더욱 재밌었다. 그 때 아마 ‘김삼순’하고 ‘풀 하우스’를 즐겨 봤던 것으로 그는 기억하고 있다.
호기심과 모험심이 많은 워샴 씨가 대충 드라마를 보는 수준으로 멈출 수는 없었다. 정식으로 한국어를 배워보기로 결심했다. 지성이면 감천이고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한국어를 가르치는 교회가 주변에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락빌한인장로교회(윤희문 목사)에서 금요일 밤에 실시되는 강좌에 등록했다. 외국어 습득 프로그램 ‘로제타 스톤’도 사다 들으며 열심을 냈다.
몇 년 전에는 한국을 방문하는 기회도 가졌다. “일정이 짧아 서울에서만 보냈지만 아주 좋은 시간을 보냈죠.” 음식 뿐 아니라 ‘K-팝’ 등 한국문화도 요즘은 심취하고 있다. 미국 음악과 비슷한 듯 하면서도 뭔가 즐겁고 ‘행복한’ 느낌을 줘서 더욱 좋다.
그런데 한 가지 아직도 이해가 안가는 점이 있다. 자신의 것에 대한 한국인의 자신감 없는 태도다.
“제가 한국말을 배우고 있다고 하면 ‘왜 한국말을 배우느냐’고 물어요. 이태리어나 프랑스어를 배우지 겨우 한국말을 배워서 뭣에 쓰느냐는 질문이죠. 모든 아이디어와 문화는 ‘동등(equal)한 것 아닌가요?”
우리 것을 스스로 경시하는 한국인과 달리 워샴 씨는 한국어와 영어로 책을 출판한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인터넷 서점 ‘아마존 닷컴’을 이용한 간단하고 저렴한 출판이지만 내용은 ‘당신도 성공할 수 있다’는 강력한 메시지로 채울 생각이다. 영어로는 가을 쯤 출판되고 한국말로는 6개월이나 일년 쯤 더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인으로서 코러스축제를 어떻게 보느냐고 묻자 그는 “한미 커뮤니티를 더욱 가깝게 만드는 좋은 행사”라고 말했다. 여러 프로그램 중에서도 댄스 등 공연은 말로 이해를 할 필요가 없어서 그런지 흥미를 끄는데 작년 행사 때 본 무술 댄스 ‘점프’는 더욱 그랬다. 다만 아쉬운 것이 있다면 영어 홍보가 부족해 외국인들이 더 많이 참여하지 못하는 점. 그는 “간단한 안내라도 영어를 병기하면 효과가 클 것”이라고 조언했다.
컴퓨터 관련 회사에서 프로젝트 매니저로 일하고 있는 워샴(포토맥 거주) 씨는 자신의 인터뷰가 한인사회에 어떻게 비춰질지 궁금한 듯 “기사가 나오면 꼭 알려달라”고 당부했다.
<이병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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