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스 쿨리 로스쿨과 뉴욕 로스쿨이 제소 당했다. 취업통계를 속여 자신들을 오도했다는 이유로 전자의 졸업생 4명, 후자의 졸업생 3명이 그룹을 지어 각각 2억5,000만 달러, 2억 달러씩 손해배상을 청구한 것이다.
쿨리 로스쿨은 졸업 후 9개월 이내 졸업생의 80%가, 뉴욕 로스쿨은 92%가 취업한다고 자랑한다. 그렇지만 내역을 자세히 살펴보면 굳이 로스쿨 졸업장이 필요 없는 직종, 즉 식당ㆍ수퍼마켓ㆍ공사장 같은 곳에서 임시직 일자리를 얻은 것도 포함됐다. 로스쿨 캠퍼스에서 하는 아르바이트까지 버젓이 취업으로 취급하고, 설문조사에 응답하지 않은 졸업자, 대학원에 진학한 학생까지 취업으로 간주했다. 법학 학위(JD)를 요구하는 풀타임 자리를 얻은 졸업생만 따진다면 그 숫자는 30%로 떨어진다.
융자까지 받아가며 6자리 숫자의 학비를 투자했지만, 6자리 연봉은 커녕 일자리조차 얻지 못해서 무책임한 통계를 비난하고 모교를 소송하는 억울한 마음은 이해된다. 소송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로스쿨에서 그것을 배워 모교를 제소하는 것은 아이러니하기도 하지만 애당초 지원하기 전 로스쿨의 정체와 실상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
로스쿨의 목적은 졸업생 직장 알선이 아니다. 학생 수를 늘리고 등록금을 올려 재정수입ㆍ학교순위ㆍ신용등급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는데 있다. 지난 20년간 학부 등록금이 평균 71% 증가했지만, 상대적으로 유지비가 적은 로스쿨의 등록금이 평균 317% 올라간 이유는 무엇일까. 경기침체와 아웃소싱으로 법률 관련 일자리 수요가 꾸준히 줄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신입생 정원을 지난 10년 동안 20%나 증가시킨 것은 어떻게 설명할까.
모리스와 헨더슨 교수팀(인디애나와 알라바바 대학) 연구 자료에 따르면 로스쿨 201개 가운데 두 곳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숫자세탁으로 학생들을 잘못 인도하고 있다. 랭킹 10위 안에 오른 로스쿨의 졸업장이 있어도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뉴 리퍼블릭 시사지에 따르면 상위 50개 로스쿨 졸업생 가운데 1/3이 정규직 아닌 임시직에 근무하고 있다.
법학 공부를 위한 기본 조건 가운데 하나인 분석ㆍ비판력을 활용하지 못한 실책 또한 안타깝다. 어느 단체나 기관을 막론하고 통계작성을 위해 표본설정ㆍ설문조사ㆍ결과서술을 거치는 동안 실수 혹은 고의가 끼어들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하지만 조엘 베스트(델라웨어대 형사법 교수)가 그의 저서 ‘통계라는 이름의 거짓말’에서 지적했듯 “대중은 통계에 대해 좀처럼 비판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숫자는 확실한 사실처럼 보이기 때문에 대중매체는 통계 보도를 좋아한다는 것을 기억하자. 대중은 수긍을 잘하고, 통계를 사실로 취급한다”는 것이 문제다.
물론 모든 통계가 왜곡된 것은 아니다. 다만 통계 자체가 완벽하게 투명하고 객관적인 사실이 아니라 특정 사실에 접근키 위한 특정 단체의 추정과 해석인 것을 알아챘더라면 로스쿨 지원에 좀 더 신중을 기했을 것이다. 로스쿨을 포함한 모든 고등교육기관이 ‘구멍 뚫린 목에서 나오는 담배연기 사진’을 부착해야 하는 담배회사, ‘두통ㆍ구토ㆍ고혈압이 동반될 수 있다’라는 문구를 곁들여야 하는 제약회사처럼 ‘졸업 후 빚더미에 깔릴 위험과 장기간 실업을 각오해야 한다’같은 경고문을 표시할 의무는 없다.
공신력 있는 교육기관이라는 이유로 그곳에서 제시하는 통계를 맹신하는 것은 자신의 두뇌를 선반에 올려놓겠다는 뜻이다. 마케팅 의도와 실질적인 결과를 구분하는 것은 지원자의 몫이다.
대니얼 홍
교육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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