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애도의 물결이 장례식장을 메웠다.
56세의 젊은 나이에 뇌암으로 고생하다 생을 마감한 오스노스 변호사를 기억하며 그를 사랑했던 가족, 친구, 그리고 고객들이 모여 그와의 마지막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일반 한국 장례와는 달리 복장도 자유스러웠으며, 그를 추모하는 추모사는 그와 보냈던 즐거운 시간을 회상하며 마치 가까운 곳으로 길 떠나는 친구를 배웅하는 자리 같았다.
마지막으로, 한 번 더 그를 만나고 싶었던 나의 희망은 그를 화장한 까닭에 이루어지지 못했다.
내가 처음으로 변호사 업무를 시작하려고 오스노스 변호사의 워싱턴 사무실을 들렸을 때, 나에게 “같이 잘 해보자”며 호의를 베풀어 주어 나에게 워싱턴에서 변호사로 자리 잡게 해준 은인 중의 하나이다.
시간이 지난 지금도 난 그에게 항상 감사하고 있으며 동료 변호사로, 친구로 영원히 잊을 수 없는 귀한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다.
나의 한국 최초 미 이민법 책도 오스노스 변호사 사무실에 있을 때 출간이 되었다.
오스노스는 한인 사회와 거의 30년을 함께 한 변호사이다. 그가 ‘한국말 하는 미국 변호사’로 한인 사회에 등장하게 된 계기는 그가 조지타운 로스쿨을 졸업한 후 한국의 로펌에 취직되어 한국에서 일한 경력이 있어 한인들과 특별한 관계를 맺었기 때문이었다.
내가 기억하는 오스노스 변호사는 참으로 열정적이었으며 변호사 업무를 천직으로 여기는 사람이었다. 아침 일찍부터 출근하여 일을 시작하고, 늦게까지 사무실에 남아서 일을 했으며 심할 때는 일주일에 약 70시간씩 일하기도 했다. 얼마나 컴퓨터를 쳤는지 손가락 끝마디가 휘어 있을 정도였다.
그는 유태인이었지만 종교에 있어서는 마음이 열려 있어서 모든 사람을 배려하고 포용하였다. 또한 그는 낡은 컴퓨터가 고장날 때까지 쓸 정도로 근검절약하는 자세가 몸에 배어 있었다.
오스노스 변호사는 언어에 탁월한 능력의 소유자였다. 1982년부터 워싱턴의 초창기 한인들이 비즈니스 계약 문제 등으로 법적 자문이 필요할 때 그는 한국말로 법률용어를 말하고 내용을 설명해주면서 많은 한국인의 법적 길잡이가 되어 주었다. 그는 또한 스페니쉬가 아주 뛰어나 중남미 고객이 오면 아주 유창한 스페니쉬로 그들과 상담하곤 하였다. 그의 법적 그리고 언어적 능력으로 인해 워싱턴의 많은 한인들이 도움을 받고 법적 문제를 해결받게 되었던 것이다.
그가 이 세상을 떠나기 2개월 전에 사무실의 문을 닫았다. 사무실을 닫기 전에 현재 계류 중인 케이스를 정리하면서 특히 이민법 케이스를 어떻게 할까 고민 중에 직원이 “전 변호사님에게 부탁하면 어떻겠어요?”라고 물으니 오스노스 변호사가 고함을 지르듯이 “좋다”고 고개를 끄떡였다고 한다. 그때만 해도 말을 하기가 힘든 상황이었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마음이 착잡했었다. 마지막까지도 나를 믿어주고 나에게 케이스를 맡겨달라고 부탁했다는 그의 마음을 전해 듣고서 정말 우리의 우정은 변함이 없다는 것을 재확인 했고 나 또한 그를 위해서 내가 마지막으로 해줄 수 있는 케이스 뒤처리를 기꺼이 해 주겠다고 하여 케이스를 받아서 처리하고 있다.
내가 이 세상을 떠날 때 ‘누가 내 케이스를 맡아줄 수 있을까?’ 생각해 보았다.
삶과 죽음은 절친한 친구와 같아 언제 우리가 죽음의 손을 잡을지 모르지만 사는 동안 최선을 다해 살고 간 그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아른거린다.
오스노스 변호사를 보냈지만 나의 가슴속에 그는 영원히 머물고 있다.
전종준
워싱턴 로펌 대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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