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한 송이 피었다고 봄이 오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음악만큼 강렬한 화해와 평화의 메시지는 없음이 분명하다. 초가을의 밤, 케네디센터에서는 홀로는 서기 힘든 콘트라베이스의 묵직한 저음이 불가해한 하모니를 창조해냈고 이경미의 건반의 서정(抒情)은 슬픔을 나누는 힘이 되어 객석마다 튀어 올랐다.
워싱턴 코리안 심포니 오케스트라(단장 이경신)가 11일 저녁 7시30분 케네디 센터 테라스 씨어터(Terras Theatre)에서 개최한 ‘9.11 제10주년 평화 콘서트’가 성황리에 열렸다. 객석에는 미 국방성 직원, 메트로폴리탄 공항 관리국의 존 파터 회장을 비롯한 미국인들과 한인 등이 좌석을 가득 메운 가운데 아름다운 선율의 감동을 함께 하면서 평화를 희구했다.
ABC-TV의 기자였던 새라 리씨의 개막사에 이어 음악회는 수잔 김 양이 하프 연주로 9-11 희생자들에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헌정곡으로 바치며 막을 올렸다.
김영수씨가 지휘하는 한인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1부에서 미국민들의 애창곡인 ‘아름다운 미국’(America the Beautiful)을 연주하며 객석의 마음을 모아나갔다.
이어 슬픈 단조의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3번을 연주하며 영원한 사랑의 메시지를 전했다. 이경미(경남대 교수)는 정취한 맛과 천상의 영감을 받은 피아노 음색으로 객석을 홀렸다.
2부의 서두는 뉴욕에서 온 젊은이들이 채웠다. 버클리 음대 출신의 5인조 재즈그룹‘The Skim Quintet’는 ‘Of you’와‘Human Nature’로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장내를 생기발랄하고 쿨한 분위기로 몰아갔다.
특히 키보드를 맡아 열정적인 재능을 선보인 샘 김씨는 워싱턴 출신 한인이라 더욱 큰 박수를 받았다.
무대는 영화 ‘파리넬리’의 O.S.T로 유명한 헨델의 ‘울게 하소서’로 이어졌다.
메조소프라노 마가렛 파터 씨는 청명한 음색으로 이 애절한 바로크 오페라의 아리아를 완벽히 소화해냈다.
또 작곡가 피터 조(한국명 조상욱)씨가 애국가와 미국 국가를 접목해 만든 ‘미국에 평화를(Peace on America)’이란 곡을 처음 선보였다.
객석의 앙코르 연호에 무대에서는 ‘아리랑’으로 화답하며 2시간의 평화 콘서트는 막을 내렸다.
이번 음악회에서 2002년 창단된 워싱턴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탄탄하면서도 세련된 연주로 콘서트를 빛냈다.
이경신 단장은 “동포들의 사랑과 각계의 후원으로 부끄럽지 않는 음악회를 열 수 있었다.”며 “오늘의 음악에 담긴 정신이 이 9-11 비극의 상처를 치유하고 새로운 힘을 얻을 수 있는 계기다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번 평화 콘서트는 한국일보와 훼어팩스 심포니 오케스트라 등이 특별 후원했다. <이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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