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네껭 농장으로 이민 갔던 한인 후예들이 살고 있는 유카탄 반도. 주 도인 메리다에서 동쪽으로 약 70 Km 정도 버스를 타고 가면 ‘이사말’이라는 이름의 도시가 나타난다.
인구 2만 명 가량의 이 도시를 중심으로 이철남(법인 유카탄사랑 대표) 선교사가 매년 여름 어린이들을 위해 신나는 여름성경학교(VBS)를 열고 있다. 여러 지역에서 동시에 열리는 성경학교에 참가하는 어린이들의 전체 숫자는 6,400여명. 주변 인구를 고려하면 무시할 수 없는 규모다.
당장 저녁 끼니가 없어도 걱정이 없는 느긋한 성격. 좋게 보면 여유지만 내일에 대한 꿈이 없어 그저 하루하루 살아가는 주민들. 찬란했던 마야문명의 후손. 그러나 지금은 초라한 모습으로 전락해버린 이들에게 날마다 소망의 씨앗을 심고 있는 사람이 이 선교사다.
댈러스 소재 빛내리교회를 섬길 때부터 중남미 선교를 많이 했다. 그러다가 8년 전 본격 뛰어들었다. 지금은 60대 중반을 넘긴 나이. 끝물을 하나님께 드리는 것 같고 마태복음 20장에 나오는 것처럼 11시 경에 겨우 포도원에 들어간 농부 같아 감지덕지 섬기고 있지만 하나님은 그래도 소중한 열매들을 주셨다.
“그냥 그들 사이에서 비비고 살았어요. 워낙 영적으로 무기력한 사람들이라 전도를 해도 ‘무슨 소리 하나’ 해요.”
변화되지 않는 주민들을 보며 낙심도 많이 했다. 여러 가지를 시도하다 하나님이 주신 탤런트를 이용해 어린이와 청소년 사역에 포커스를 맞췄다. 여름성경학교를 매년 열었다. 교재가 없어 미국 것을 번역해 사용했는데 실정에 맞지 않았다. 직접 스탭들과 번역을 하고 복사해 썼다. 무척 힘든 일이었다. 요즘은 CD에 담아 다른 지역에 주면 그들이 직접 자료들을 만들기 때문에 훨씬 쉬워졌다. 50여개 정도의 현지 교회가 참여하고 있고 리치몬드한인장로교회의 심재문 장로 등 다수 미주 한인들이 재정적인 후원을 해왔다.
“결실이 없는 것 같았는데 그래도 세월이 흐르니 소득이 있더군요. 초기에 배웠던 아이들 가운데 일꾼들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변호사, 교사, 교회 지도자가 된 청년들이 지금은 큰 몫을 하고 있어요.”
감사한 것은 단기선교를 오는 한인 청소년들의 헌신이다. 여건 상 일 년에 네 차례 정도만 받고 있는데 어찌나 열심히 복음을 전하고 섬기는지 감동을 받을 때가 적지 않다. 외부인 구경을 잘 못하는 어린이들이라 한인 학생들이 오면 모두 몰려나온다. 그 어린이들에게 “예수님이 널 사랑한다. 예수 믿으라”고 학생들이 말하면 효과 만점이다. 이 선교사는 “아주 파워풀한 간증이 많다”고 말했다.
이 선교사가 요즘 새로운 꿈을 꾸고 있다. 한국 순복음부천교회가 기증한 5 에이커의 땅에 교회와 선교센터를 짓는 것이다. 40명 정도의 숙소와 부엌, 식당, 회의실, 강의실 등을 갖춘 시설이면 족하다. 미화로 약 20만달러 정도면 미국 내에서 60-70만달러 상당의 건물을 지을 수 있을 것 같다. 내년 여름부터는 이곳에 단기선교팀을 묵게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선교팀이 한 번 오면 마땅히 거처할 곳이 없고 아내가 혼자 음식을 준비하느라 초죽음이 되는 게 늘 안쓰러웠다.
“멕시코는 부정부패가 너무 심해요. 아이들이 경찰을 보고 ‘돈 뺏어가는 사람’이라고 보통 말하지요. 6년 마다 대통령이 바뀌면 국가가 파산 납니다. 마약 갱들과 경찰이 구분이 안되는 나라입니다. 제가 은행 계좌를 내는데 6개월이 걸렸다니까요. 이런 나라에서 선교한다는 게 어찌 보면 밑빠진 독에 물붓기지요. 그러나 제 아이들을 보세요. 달라지고 있어요. 멕시코는 이 아이들이 이끌어갈 겁니다. 어느 세월에 하고 말하지만 생각보다 저는 빨리 열매를 거뒀어요.”
워싱턴에서 비행기를 타고 3시간. 다시 차로 4시간이면 닿는 곳에 복음의 씨앗은 조용히, 그러나 힘차게 뿌리를 내리고 있다.
문의 (469)236-1728 미국
521988-967-2217 멕시코
carlosmexmission@yahoo.com
<이병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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