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동포간담회 이모저모
동포간담회는 11일 오후 6시부터 시작될 예정이었다. 참석자들은 4시부터 DC의 맨더린 오리엔탈 호텔 1층에 긴 줄을 형성했다. 보안검색과 행사장 입장은 5시쯤 대부분 완료됐다. 지루한 대기시간은 김정택 SBS 예술단장이 풀어주었다. 이번 행사를 위해 한국에서 온 김 단장은 특유의 재치 있는 입담을 곁들인 경쾌한 피아노 연주로 큰 박수를 받았다. 김 단장이 분위기를 잡으며 노사연이 부른 가요 ‘만남’을 연주하자 한덕수 대사의 부인 최아영 여사는 마이크를 잡고 따라 부르기도 했다. 역대 동포 간담회에서 식전 ‘문화행사’가 열린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사진, 절대 찍지 마라!”
주최 측은 입장 전부터 “사진을 찍어서는 안 된다”고 전 참석자들에 주의를 줬다. 말이 주의였지 고압적인 엄포에 가까웠다. 카메라를 가져온 한인들뿐만 아니라 동포 언론도 당황해할 수밖에 없었다. 대사관 측으로부터 아무런 연락이나 사전조치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는 동포 간담회를 하면서 동포 언론들에 취재를 하지 말라는 것과 다름없었다. 한 기자는 “대사관이 지나치게 청와대 눈치 보는 것 아니냐”며 “대사관 직원들이 동포들 무시하는 건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고 혀를 찼다. 또 다른 기자는 “동포언론에 대한 홀대는 동포들을 무시하는 처사”라며 분개해 하기도 했다.
□…한 대사 “오늘 5시20분에…”
이 대통령을 기다리며 어수선하던 시간에 한덕수 대사가 무대 앞으로 나와 마이크를 잡았다. 한 대사는 “오늘 5시20분에 상원 재무위원회에서 한미 FTA 이행법안이 통과됐습니다. 내일 오전 상하원 본회의에서도 통과할 것”이라고 알리자 장내에서는 기립 박수가 터져 나왔다.
□…대통령의 지각(?)
간담회는 6시 정각에 시작되려 했으나 이유 없이 계속 늦어졌다. 사정을 알아보니 이명박 대통령 일행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시위대를 피해 길을 우회하다가 15분 늦게 도착한 것이었다. 행사는 화동들의 꽃다발 증정과 최정범 한인연합회장의 환영사로 바로 시작됐다. 이에 일부 참석자들은 국민의례도 없이 행사를 한다고 수군댔으나 식순에도 국민의례는 없었던 것이 확인됐다.
□…헤드 테이블에는 누가?
이 대통령 부부와 자리를 함께 하는 헤드 테이블에 누가 앉느냐? 이는 역대 대통령 행사 때마다 궁금한 점이자 시끄러운 논란거리가 되기도 했다. 이번 간담회에서는 이 대통령 옆에 마크 김 버지니아 하원의원이, 김윤옥 여사 옆에는 박윤식 조지 워싱턴대 교수가 배치 받았다. 그리고 제시카 리 의회 보좌관, 이원상 와싱톤중앙장로교회 원로목사, 천미선 미 법무부 부차관보, 최정범 한인연합회장, 김재욱 JWK사 회장, 남명호 코윈 회장, 권동환 고려대 교우회 고문, 홍희경 평통 회장이 차례로 앉았다.
□…깜짝 공연과 ‘충성’
행사 후에는 음악 공연이 15분간 열려 장내 분위기를 돋웠다. 김정택 SBS 예술단장은 재즈 피아노로 ‘어메이징 그레이스’와 ‘고향의 봄’을 신나게 연주했다. 김 단장은 그러나 “조국을 위해 열심히 일하겠다”면서 ‘충성’ 구호와 함께 거수경례를 해 눈총을 사기도.
워싱턴심포니오케스트라(단장 이경신)의 연주에 워싱턴의 남성중창단 WKSO & CCS는 ‘아리랑’을 합창했으며 비제의 ‘카르멘’ 연주도 참석자들을 매료시켰다.
□…경호원들 진땀
이 대통령 부부가 90년대 말 워싱턴에 체류했던 지라 간담회장은 시종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이 대통령은 격려사도 원고 없이 편안하면서도 격식에 얽매이지 않고 진행했다. 중간에 농도 섞어 참석자들의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대통령 부부는 행사 후에도 곧바로 떠나지 않고 참석자들과 악수를 하면서 인사를 나눠 경호원들이 진땀을 빼기도 했다. 그러다 아는 동포를 만나면 환하게 웃으면서 반기며 안부를 물었다. 또 참석자들의 기념사진 요청에 흔쾌히 응하기도 했다. 간담회 참석자들은 사진촬영 금지 요청에도 아랑곳없이 너도나도 카메라와 셀폰을 꺼내 경쟁적으로 대통령 부부의 모습을 담기도.
□…안심 스테이크와 만찬
이 대통령 일행은 7시45분경 행사장을 떠났다. 곧바로 만찬이 이어져 참석자들은 역대 동포 간담회와는 달리 정식 코스 요리를 맛보았다. 이날 메뉴는 랍스타 샐러드에 안심 스테이크와 크랩 케익, 열대과일 사바랭이었으며 와인과 커피를 곁들여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이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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