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배시간에 들은 이야기이다. 중병에 걸린 여인에게 신이 물었다. “후 아 유?” 여인이 대답했다. “쿠퍼의 부인입니다.” 신이 재차 물었다. “Who are you?” “제니와 피터의 엄마입니다.” 다시 물었다. “네가 누구냐?” “과거에 선생을 오래했습니다” “아니 네가 누구냐고 묻는데?” “저는 교회를 30년째 다니고 어려운 이를 돕고...” 자신이 누구인지도 모르고 바삐 살다가 죽음을 목전에 둔 여인을 들어 ”너 자신을 찾아 수시로 돌아보며 살라”는 요지의 설교였지만 시사하는 바가 컸다.
나를 소개할 때, 누구라 말 못하고 주변사람과의 관계로만 자신을 알리려는 이들이 있다. 시시한 이일수록 이런 성향은 강하다. 본인에 대해선 숨기고 타운의 유명인 누구와 아네, 어느 학교의 동창을 아네 하며 슬쩍 묻어가려는 이들이다. 사실을 왜곡하거나 거짓말을 하고 어느 자리에 가서는 명문학교 졸업생 행세를 하고, 도를 넘겨 유명대학의 교수라고까지 한다.
바쁜 세상에 남의 신상을 시시콜콜 파헤치려는 이가 없으니, 처음엔 어수룩하게 잘도 속아 넘어간다. 그 모든 허위를 가지고 등단도 하고, 책을 내기도 하고, 단체의 중책도 맡는 이도 보았다. 더 걸작은 어느새 한국의 신춘문예 수필등단이라고 문력에 쓰기 시작한다. 하지만 중앙일간지에서 수필공모가 없어진 지 오래라는 건 글을 쓰는 이들은 다 아는 상식이다.
구태여 해당 신문사 문화부 기자의 확인 메일을 받기 전이라도 말이다. 하긴 거짓말에 황당함이 없다면 그건 거짓도 아닐 터.
그런 이들일수록 신문이나 잡지에서 자신을 다루어준 기사를 스크랩해서 가지고 다니면서 그것을 명함대신 사용한다. 본인을 증명하려고 두터운 자료를 가지고 다닌다면 얼마나 우스운 일인가? 나를 증명하기 위해 대학 졸업장을 과거의 재직증명서를 신문기사를 폴더에 넣어 가지고 다니는 광경을 상상해보라.
실은 그 자료조차 신빙성이 있는걸까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일상회화도 어려운 영어실력으로 유명대학의 교수를 어찌 감당하는 지, 30세가 넘어 미국에 온 이력을 아는데 조기유학와 인종차별을 겪었다고 천연덕스러운 거짓말을 할 수 있는 지 한심지사이다.
그러게 어느 언론사의 똑똑한 여기자는 자신이 잘 모르고 쓴 기사가 나쁜 일에 쓰일 수도 있음을 경계하며 확실하지 않은 사람의 인터뷰는 사양한다고 하는 것을 들었다. 이런 의식 있는 언론인들이 사회정화에 기여한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하고 물으면 남들과의 관계를 말하지 말고 솔직하게 자신을 말할 수 있어야한다. 출신 학교가 문제가 아니다. 상대의 사생활에 별 관심이나 큰 비중을 두지 않는 이곳에 살면서 대학중퇴면 어떻고 검정고시 출신이면 또 어떤가? 정직함이 미국에서는 가장 큰 덕목이다.
허명에 이끌리어 나에 대한 공상소설을 쓰지 말고 리얼 에세이를 쓸 일이다. 진실한 사람이 쓰는 글이 공감을 얻을 것이요 사람과 글이 다르면 그 글은 종이에 인쇄된 문자에 불과한 것이라는 걸 말해 무엇하리. 나를 거짓 포장하는 데 골몰할 그 시간에 진짜 실력 쌓기를 도모하면 나도 남도 행복해지리라.
또 다시 가을, 사색의 계절이다. 양로병원에 계신 90세의 노시인도 외롭다고 하시고, 많은 이들이 가을을 심하게 앓는다. 외로울 땐 안으로 나를 만날 일이다. 뉴욕타임즈의 120주 연속 베스트셀러인 사라 밴 브레스낙의 ‘혼자 사는 즐거움’을 읽었다. 복잡한 관계 속에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며 살수록 자신과 만나는 시간을 가져야한다고 설파한다.
혼자 산다는 것은 싱글이나 독신으로 산다는 의미가 아니다. 나만의 시간을 많이 가지라는 이야기이다. 고독한 가을이 있다는 건 감사한 일이다. 나를 돌아보고 나를 찾자. 나는 누구인가?
이정아
재미수필문학가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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