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 총선이 내달 8일 열린다. 상원 40명, 하원 100명, 그리고 수퍼바이저와 교육위원 등모든 정치인들이 심판대에 오르는 이번 선거에서 워싱턴 지역 한인 유권자들의 표심이 어느쪽으로 몰릴지 어느 때보다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29일 열린 후보자 토론회를 기점으로 잠수 상태에 있던 한인들의 모습이 주류사회의 수면 위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버지니아한인회(회장 홍일송)가 본사와 공동으로 지역 정치인 32명을 불러모아 개최한 이 행사(Candidates Night)는 여러 면에서 큰 성공을 거두며 막을 내렸다. 잘 준비되고 세련된 행사 진행과 날카로운 질문으로 한인사회와 관련된 이슈들을 따져 물으면서 한인 유권자들이 더 이상 무조건 한 표를 던져주는 거수기도 아니고 정치 헌금만 내는‘봉’은 더욱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줬다. 그러나 자축으로만 끝내지 말고 긍정적, 혹은 부정적인 교훈과 실제적인 분석들을 잘 새겨두었다가 한인사회 정치력 향상을 위해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분주한 몇 달을 보낸 버지니아한인회 임원들이 그동안 못 다한 얘기를 나누며 행사를 정리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병한 기자>
▲ 지금까지 버지니아한인회가 주최한 행사 가운데 가장 큰 것이 아니었나 싶다. 개인적으로 어떻게 평가하고 있나?
-마이클 권 준비위원장(수석부회장·이하 권): 후보들이 11월 선거를 앞두고 캠페인에서 한인을 잘 언급하지 않는 경향이 있었다. 딕 새슬로 주상원의원(민주) 같은 경우 30년이 넘는 의정생활 동안 한 번도 한인사회 행사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을 때는 화가 나기도 했었다. 후보자 토론회의 궁극적인 목적이 투표와 관련되는 것이라면 한인들의 힘을 보여주는데 성공했다고 본다. 다들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그정도 결과를 얻었다. 행사를 앞두고 기자회견 때 4개 단체장들이 모인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았다.
-함은선 부회장(이하 함): 참여한 어떤 행사보다 뿌듯하다. 한인사회에 관심 없던 정치인들을 일깨웠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한인을 무시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토론회 소식을 들은 어떤 분은 아이들을 데리고 가도 되느냐고 물었다. 이 행사가 중요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아이들 교육에도 좋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 모양이다.
-김성원 행사위원장(사무차장·이하 김): 많은 사람을 동원해야 할 책임을 진 사람으로서 솔직히 염려됐었다. 기대보다는 덜 왔지만 주위 아는 분들이 대부분 와줬기 때문에 성공적으로 끝났다고 생각한다. 발품을 열심히 판 결과였던 것 같다.
-김영숙 여성분과위원장(이하 숙): 한인들의 참여의식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또 사심 없이 봉사하는 한마음으로 열심히 하면 결과가 있다는 것, 누군가 옳은 일을 하면 그만큼 동참하는 사람도 많아진다는 것을 알게 됐다. 한인사회가 업그레이드 됐다는 느낌이다.
-스티븐 리 한사랑종합학교 이사장(이하 리): 행사 당일 버지니아한인회 모든 임원들이 다 모여 단결력을 과시했다. 많은 한인 단체장들이 자리를 함께 해 더욱 좋았다. 다만 주차 정리가 조금 복잡했고 토론회 시간이 조금 짧았던 것이 아쉽다.
▲ 냉정히 돌아봤을 때 보완해야 할 점이나 아쉬운 점은 없었나?
-권: 다시 말하지만 행사장 내에서의 진행은 완벽했다. 명패를 놓는 것, 후보자들을 순서대로 입장시키는 것, 투표 기기 설치 및 시범, 통역기 작동 등등 모든 것들이 부드럽게 잘 진행됐다.
-함: 아직 한인 유권자들이 투표 참여에 대한 인식이 낮다는 점은 여실히 드러났다. 투표 기계를 4대 가져왔는데 두 대만 이용했다. 카운티 선관위 관계자들의 말을 빌자면 와싱톤중앙장로교회에서 투표 기기 시범을 보일 때도 두 대로 충분했다고 한다. 사실 그날도 기계 부스 앞은 한산했다. 유권자 등록도 몇 명 안됐고 부재자 투표 방식에 대한 서비스를 받은 사람도 겨우 3명이었다.
-김: 그런 부실함은 한인들이 가진‘나 하나 쯤이야’라는 생각 때문이라고 본다. 솔직히 교회에 대한 실망이 있었다. 큰 교회 하나만 청중을 동원해도 그날 자리가 찼을 것이다. 목회자들과 개인적으로 접촉도 많이 했는데 거의 안왔다. 우리 자녀들을 위한다고 말은 하면서도 실상은 이렇다. 그런 반면 한세영 목사(메시야장로교회)는 예배 때마다 광고해 줬고 성도들도 많이 와 너무 감사했다.
-함: 한사랑종합학교에서는 스페인어를 배우는 분들이 클래스를 휴강하고 토론회에 참석했다. 조금이라도 미국 사정을 아는 분들은 반응이 달랐지만 이제 막 미국에 정착하는 분들은 정치의 중요성을 잘 모르는 듯 했다. 초기 이민자들의 의식을 바꾸는 일부터 시작해야 분위기를 쉽게 바꿀 수 있다고 본다.
▲ 후보자 토론회처럼 한인사회의 정치력을 제고하기 위한 행사들을 열 때 유념해야 할 것은 뭐라고 보나?
-권: 미 주류 사회를 겨냥한 행사를 열 때 명심해야할 것들을 알게 됐다. 우선 행사의 품격과 수준을 높게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초청장이나 이메일 하나 작성할 때도 국무성 공문처럼 완벽하게 하려고 했다. 또 토론회 진행과 각 후보에게 던져지는 질문까지도 실수가 없도록 했다. 외부에서 볼 때도 칭찬할 수밖에 없도록 하자는 의도였다. 어느 단체라도 이런 노하우를 배우기 원한다면 기꺼이 나눌 것이다. 25개의 단체가 하나된 좋은 모양새가 효과가 컸다. 한인사회가 단합된 모습을 보일 때 주류 정치인들이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다.
-함: 하지만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라고 본다. 버지니아한인회는 미국 정계를 깊이 알고 있는 스탭들이 있어 가능했다. 단지 머리만 좋거나 형식만 갖춘다고 되는 건 아닌 것 같다. 만일 내년에 연방 차원의 의원들을 대상으로 행사를 연다면 더 심도 있는 준비가 필요할 것이다. 또 한 단체가 주관하는 게 아니라 메릴랜드를 포함 모든 한인회가 연합해 준비하면 더 효과적일 것이라 예상한다. 이번을 계기로 한인사회에서 연방의회에 진출하는 한인도 나왔으면 한다. 이런 자리는 세대교체가 이뤄지는 좋은 기회가 된다.
-김: 홍일송 회장이나 마이클 권 수석부회장이 좋은 리더십을 보여줬다. 누가 이끌어 가느냐가 중요하다. 즉 믿음과 신뢰가 없으면 안 된다는 얘기다. 이번 행사의 성공 배경에는 그 이유도 컸다.
-리: 행사를 준비한 주축들이 1.5세 그룹이라는 점도 의미가 있다. 또 1세들은 열심히 도왔다. 세대가 협력하는 행사였기 때문에 성공적으로 끝났다.
-숙: 취업박람회나 6.25 행사, 8.15 기념식 행사를 하면서 느꼈던 보람을 이번에도 체험했다. 동포들이 함께 하는 행사라는 인식을 줬기 때문에 믿음과 신뢰를 받을 수 있었고 적극 한인들이 밀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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