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에 읽었던 한 가톨릭 수녀의 글 속에 나온 이야기다.
그 수녀는 명동성당에서 어린이들에게 성경공부를 가르치는 분이다. 하루는 수업시간에 어린이들에게 예수가 6~7살쯤 나이에 부모들과 함께 예루살렘 성전을 방문했을 때 일어났던 에피소드를 들려주었다. 요셉과 마리아가 성전에서 기도를 마치고 나오자 분명히 옆에 있어야 할 예수의 모습이 눈에 띄지 않았다.
요셉과 마리아는 무척 당황했다. “혹시 군중 속에 휩쓸려 길을 잃어버린 것이 아닐까? 이 수많은 군중 속에서 어디에서 찾는담?” 하고 중얼거리며 예수를 찾아 나섰다. 예수를 부르면서 성전 구석구석을 샅샅이 뒤져보았다. 한참을 지나, 어두운 성전 구석에서 랍비들과 진지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는 어린이의 모습을 발견했다. 아들 예수였다. “이게 무슨 무례한 짓이야! 너를 찾느라고 죽을 고생을 했잖아!” 하고 꾸중을 했다.
“내 아버지 집에서 랍비들과 하느님의 지혜를 논하고 있었는데 무슨 걱정이십니까?” 정색을 한 어린 예수가 오히려 당돌하게도 부모들을 질책했다.
이 이야기를 들은 한 어린이가 고사리 손을 들고 일어나 수녀에게 이렇게 말했다. “예수는 나쁜 아이잖아요. 어디에 가려면 부모님의 허락을 미리 받아야 하는 건데….”
“어린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과 눈으로만 천국의 진리를 접하고 이해할 수가 있다”고 예수는 말했다.
그 어린이는 예수의 가르침을 제대로 이해하고 실천 한 것이다. 그렇다. 그 어린 아이 말이 맞다. 어린이들이 외출을 하려면 미리 부모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 것이 순서고 도리다.
순수한 마음은 어린이들만이 가질 수 있는 것만은 아니다. 80이 넘은 나이에도 간직할 수가 있는 것이 어린이 마음이다.
베스트셀러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에 나오는 주인공, 루게릭병 환자 모리 교수가 80이 넘은 나이까지 어린이 마음을 가지고 있었던 사람이었다. 하루는 제자인 작가 앨봄이 구약성경 욥기에 나온 욥의 고난에 대한 모리 교수의 의견을 물었다. 그는 서슴지 않고 “하나님이 너무했지” 하고 대답을 했다.
욥은 구약성경에 나오는 몇 명 안 되는 흠 없는 의인 중의 한 사람이다. 그러나 그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지옥 밑바닥의 고난과 고통을 처절하게 경험해야 했었다. 그 이유를 “하나님의 뜻”이었다는 것 밖에는 속 시원하게 설명해 주는 이론은 아직 없다.
모리 교수는 자신에게 진실하고 솔직한 사람이었다. 신앙이라는 이름으로 고난을 위선이라는 탈로 포장하려 하지 않았다. 그는 예수가 사랑했던 천진난만한 어린이의 마음을 가지고 있었던 사람이었다.
중국 당대의 유명한 시인이며 현학이었던 백거이가 하루는 진리를 구하려고 그 당시 소문난 한 도림선사를 찾아갔다. 그는 나무 위에서 명상을 하고 있는 선사에게 “불법(진리)이 무엇입니까? 하고 물었다. 선사는 “나쁜 짓을 하지 말고 착한 일을 받들어 행하라”라고 간단하게 대답했다.
실망한 백거이는 “그거야 삼척동자도 다 아는 일이 아닙니까?” 하고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그러자 “하지만 팔십 노인도 행하기는 어려운 일이오” 하고 선사가 침착한 어조로 응수했다.
진리는 간단하고 명백하다. 설명이니 변명 같은 것들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배우는 것이 아니라 깨닫는 것이다. 사랑을 학교에서 공부를 통해서 배울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진리는 존재 자체고 삶이다. 어떤 가톨릭 수도사는 이렇게 말했다. “행동이 없다면 이 세상에 진리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박평일
버지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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