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소리 소리꾼 서훈정씨가 매일 음악공연이 열리는 전통찻집 ‘카페 다루’ 를 연다.
‘다루’에는 두 가지 뜻이 있다. 하나는 판소리 용어로 ‘삭힌 꾸밈음’이다. 그냥 겉도는 장식음이 아니라 아랫배 깊은 곳에서부터 발효돼 나오는 소리를 일컫는다. 다른 하나는 사람들이 식사를 하고 차도 마시는 사교장의 뜻을 가졌다. 중국에서는 ‘다관’이라고도 하여 한쪽 구석에 연극이나 공연도 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들고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오락장으로 삼았다.
이 두 가지 다루를 한데 묶은 찻집 겸 공연장 ‘카페 다루’가 오는 17일 LA 한인타운에 문을 연다. 판소리 소리꾼 서훈정(다루 판소리연구소 대표)씨가 적잖은 ‘사재’를 털어 마련한 문화공간으로, 말로만 허울 좋은 문화공간이 아니라 매일 저녁 라이브 음악연주가 열리는 진짜 문화공간이다.
“어려서부터 판소리를 하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은 말이 ‘다루를 잘 쳐라’였습니다. 소리꾼에게 다루는 평생의 화두지요. 제가 가장 잘 하고 싶은 것도 다루이고, 사람들과 우리 차 마시며 이야기하는 것도 좋아하다 보니 자연히 다루 카페를 열게 됐어요”
올림픽과 유니온 코너에 자리 잡은 ‘카페 다루’는 그녀의 모든 것이 모인 곳이다. 같은 건물 3층에 있는 ‘다루 판소리연구소’가 소리를 공부하고 연습하며 가르치는 배움의 장이라면 1층에 면한 ‘카페 다루’는 음악 하는 친구들과 마음껏 연주하고 대화할 수 있는 공연과 사교의 장이다. 여기에 한 가지 더 바람이 있다면 찻집 비즈니스가 잘 돼 만성적자인 판소리 학원의 운영을 도울 수 있게 되는 것.
“적금 3개 깨고, 친지들 도움 얻어서 만든 찻집입니다. 사람들이 조그만 여자가 일을 벌인다며 신기해 해요. 무조건 열심히 하다 보니 여기까지 온 거지요. 할 줄 아는 게 소리밖에 없으니까… 안 하면 몸이 아프거든요”
아래위 2층 구조로 된 2,000스퀘어피트의 공간은 상당히 널찍하다. 올림픽 길에서 들어올 수 있는 1층은 차와 커피, 간단한 음식을 만드는 주방과 스탠드, 몇 개의 테이블이 있고 2층으로 올라가면 이곳저곳 아기자기하게 자리 잡은 좌석들이 아담한 공연 스테이지 주변으로 퍼져 있고 안쪽으로는 조용한 프라이빗 룸도 2개 마련돼 있다.
17일 그랜드 오프닝에서는 다양한 연주자들이 축하공연을 펼친다. 백인 아코디언 주자의 공연에 이어 해금(박용안), 대금(송지현), 재즈(최윤석) 연주가 있고 신경림의 시를 노래로 지은 창작 판소리도 울려 퍼진다. 19일에는 김용제 박사의 바이얼린 연주와 최윤석의 색서폰 연주, 서훈정의 ‘꿈타령’, 김성이의 ‘회상가’ 공연이 이어진다.
그리고 이 날부터 매일(주 7일) 오후 7시에는 ‘무조건’ 음악공연이 있을 예정이다. 의외로 다루팀의 국악공연은 목요일 하루뿐이고, 나머지 6일은 클래식 음악, 기타 연주, 크로스오버 등 여러 장르의 뮤지션들이 나와 다양한 음악을 한 시간 동안 들려준다고 한다.
그렇다고 ‘카페 다루’가 음악공연에만 신경 쓰는 곳은 절대 아니다. 전통 차에 조예가 깊은 서훈정 대표가 이슬차, 연잎차, 국화차, 감잎차, 찔레꽃차 등 쉽게 맛볼 수 없는 질 좋은 우리차를 많이 소개하려는 욕심을 보이고 있고, 아울러 전문 바리스타가 핸드 드립으로 내려주는 커피도 준비하고 있단다. 입이 심심한 고객들을 위해 샌드위치, 떡볶이, 비빔밥 등의 간단한 음식도 메뉴에 넣었고, 인터넷 와이파이 서비스는 물론 제공된다.
한국 최고의 판소리꾼 중 하나인 이일주 명창의 제자이며 전북 무형문화재 2호 심청가 전수자인 서훈정씨는 7년 전 미국으로 건너와 LA에 제대로 된 판소리를 보급해 왔다. 다루 판소리연구소를 운영하면서 적지 않은 제자를 배출했으며 미주 국악계의 크고 작은 무대에서 공연해와 이제는 꽤 널리 이름이 알려진 편. 자그마한 몸, 예쁘고 여린 얼굴에서 거침없이 소리를 뽑아내는 서훈정이 ‘카페 다루’에서는 또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된다.
1543 W. Olympic Blvd. #318 LA, CA 90015, (213)478-0614.
<정숙희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