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 실버스프링에 정착한 다큐멘터리 거장 이인수 감독
지난달 한국 KBS-2 ‘다큐시대’는 미 메이저리그 야구를 소재로 다뤘다. 그런데 주인공은 스타 선수가 아닌 한 관중이었다. 글로브를 손에 끼고 관중석을 이리 저리 뛰어다니며 공읍 잡으려 애쓰는 한 남성의 별난 인생은 프로야구 30년을 맞은 한국의 시청자들의 큰 관심을 끌었다.
‘메이저리그의 송골매(ball hawk)’로 통하는 잭 햄플의 별난 인생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연출한 사람은 이인수 감독(55).
KBS에서만 100편 이상의 작품이 방영됐고 우수제작사 대상, 방송위원회 이달의 좋은 프로그램 대상, 방송위원회 청소년 프로그램 기획 대상 등 수상 경력이 화려하다. 지난 몇 년간 세 편의 영화도 제작하는 등 TV 방송을 넘어 활동 영역을 계속 확대하고 있는 그는 잭 햄플처럼 ‘영상계의 송골매’라는 별명이 적절할 듯싶다. 한 번 목표를 정하면 끝장을 볼 때까지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했다. 그리고 최고가 됐다. 아직 영화로는 흥행에 성공하지 못했지만 시작했으니 분명히 주목할 만한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것이 그를 아는 사람들의 기대다.
“미국에서 영화를 본격 제작할 계획입니다. 많이 부족하지만 미국은 DVD 판권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작업 환경이 훨씬 나은 편입니다. 현재 첫 작품을 구상 중이고 내년부터 만들기에 들어가면 후년 쯤 나오지 않을까 예상합니다.”
10여년의 한국 생활을 정리하고 미국으로 돌아와 메릴랜드 실버스프링에 정착한 그는 사실 워싱토니언이다.
KBS 일로 한국에 가기 전에 그는 메릴랜드에서 지역 TV 방송을 했었다. 아니 그 이전에 그는 하버드대학원에서 미생물학을 전공하고 대학 부속병원에서 근무한 뒤 실험실을 운영했던 재원이었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조지타운대, 메릴랜드대 학력도 나타난다. TV 방송국 운영은 강한 신앙적 체험을 한 뒤 갖게 된 ‘영상 선교’에 대한 사명감 때문이었다. 그 과정에서 KBS와 인연을 맺었고 순전히 실력과 집념으로 ‘이인수‘란 이름을 방송계에 각인시켰다.
“최초 공개라는 표현을 쓰기 쉽지 않은데 제 작품에는 7번이나 쓰는 영광을 누렸습니다.”
미국에서 살았던 경험 때문에 아무래도 미국을 배경으로 한 것들이 많다.
아미쉬 마을을 다뤘을 때, FBI의 내부를 공개했을 때, 한국인들로 구성된 비행학교를 발굴해 취재했을 때 등이다. 특히 일본 천황의 궁전을 폭파하는 특수 임무를 맡는 조종사가 되기 위한 한인들을 훈련시켰던 비행학교 스토리는 나중에 ‘창공으로’라는 타이틀로 영화로도 나왔다.
영화는 스폰서를 모집하기보다 직접 자신이 투자해 만들었기 때문에 10억원 내외의 저가 영화 스타일로 제작됐는데 ‘한길수’는 한국의 독립을 위해 미국과 일본 사이에서 이중첩자로 일했던 사람의 이야기이고 FBI 최고 비밀수사요원의 러브 스토리 ‘쉿 그녀에겐 비밀이예요’는 김규리의 4년만의 컴백 작이자 리키 김의 데뷔작으로, 따뜻한 사랑과 웃음을 선사해 관심을 끌었다. 세 작품 모두 이 감독이 각본, 기획, 감독을 했다.
작년에 미국에 와서도 한국과 연결돼 계속 작업을 하고 있지만 그의 시선은 현재 할리우드를 향해 있다. 전세계에 개봉되는 영화를 만들겠다는 꿈이 생겼다. 세상이 공감하면서도 기독교 신앙의 메시지를 깔고 있는 ‘반지의 제왕’ ‘벤허’ 같은 영화들이 좋은 모델들이다.
“모세가 40년 광야 생활을 끝내고 유대인들을 구출할 수 있었듯 지금까지 세상 영상 작품들과 겨루어도 손색이 없는 작품을 만들 수 있도록 훈련받는 과정 이었다”고 말하는 이 감독은 최근 1800년대 말 미국 보빙사절단의 일원으로 미국에 왔던 홍영식의 유적을 탐사하는 다큐 촬영을 끝내고 한국으로 떠났다. <이병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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