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억울해서 포기할수 없어요”
20년간 공립학교서 청소부로 있다 해고된 이무자씨
미국에 이민 와 20년 가까이 매달린 직업이 공립학교 관리인(custodian). 그러나 이무자 씨(사진)는 지난 4년간 악몽 같은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10달만 채우면 되는 정년퇴직을 하지 못하고 해고되는 바람에 모든 연금이 순식간에 날아가 버렸다. 그 때가 2007년 12월. 이 씨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백방으로 찾아다니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지만 지금까지는 모든 게 허사였다.
“도저히 억울해서 그냥 물러설 수 없습니다. 어떻게 해서든 빼앗긴 연금을 찾겠습니다. 반드시 진실이 밝혀질 날이 올 겁니다.”
웨스트 버지니아에 거주하는 이 씨가 먼 길을 운전해 매일 출근했던 학교는 버지니아 스프링필드에 있다. 완벽한 영어는 아니었어도 소통에 큰 문제는 없었고 청소 일을 천직으로 알고 열심히 일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새로 부임한 교장, 상관이라 볼 수 있는 반장 등 동료들과 마찰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냥 소소한 잡음이려니 생각했는데 은퇴를 얼마 남기지 않은 2006년 1월 큰 사건이 터져버렀다.
“교장실로 불려갔습니다. 제가 공공장소에서 반장을 팔꿈치로 밀치고 먹던 음식을 튀기는 등 무례한 행동을 했다는 겁니다. 그런 행동은 큰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경고였습니다. 그러나 저는 결단코 그런 짓을 하지 않았습니다. 상관인 그는 저보다 덩치도 큰데 제가 어떻게 감히 그렇게 합니까? ”
자신의 입장을 충분히 전달할 수 없는 그로서는 미칠 노릇이었다. 이 씨는 “그 때가 오후 3-4시 경이었는데 교장이 거의 두 시간 가량 회의실에서 나를 내보내지 않고 자백을 강요했다”며 “뛰쳐나오다 시피 빠져나와 911에 전화를 해 위기를 겨우 모면했다”고 그는 주장했다.
사소한 문제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냥 꾹 참고 일을 하던 이 씨는 2007년 12월 결국 운명의 날을 맞아야 했다. 이 씨는 교장과 카운티 정부 인력관리국(human resource), 통역 등이 기다리고 있는 방으로 다시 불려갔다. 그들은 이 씨에게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이 씨가 같이 일하는 동료 한인에게 한글로 쓴 글이었다. 그들은 그 중에 일부를 문제 삼았다. ‘하나님은 교만한 자의 목을 꺾으신다’는 부분이었다.
한인교회에 출석하고 있던 이 씨는 “그 말은 정직하고 겸손하지 않으면 하나님이 벌하신다는 내 신앙의 표현이었을 뿐”이라고 말하고 있다. 결코 누군가를 해치려는 의도가 절대 아니었다는 뜻이다.
그러나 그 문장이 영어로 어떻게 번역됐는지 모르지만 카운티 관리나 학교 측은 그 내용이 충분히 해고감이라 판단했고 그날 이 씨는 일을 하다 말고 학교를 떠나야 했다. 이 문제는 노동조합에도 보고가 돼 연금을 받지 못하는 결정적인 원인이 됐다고 이 씨는 생각하고 있다.
청천벽력 같은 일을 당하고 난 뒤 지금까지 이 씨를 버티게 한 힘은 신앙이다. “반드시 정의가 이길 것”이라는 믿음이 아니었다면 분한 감정을 이기지 못했을 것으로 믿고 있다.
다행히 요즘 이 씨는 소송 전문가의 도움을 얻어 이 사건을 부당 해고 및 인권 침해 문제로 학교를 상대로 법정 싸움을 벌일 준비를 하고 있다. 몇 년 전의 일을 새로 다시 들춰내야 하는 힘든 작업이긴 하지만 이 씨의 사정을 일차 검토한 결과는 이 씨가 부당 해고 당한 근거가 충분히 있다는 게 전문가의 견해다. 이 씨는 “미국에 와서 평생 학교 청소 일만 했는데 이렇게 학교로부터 배신당할 수는 없다”며 반드시 누명을 벗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병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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