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규정조차 무시한 조광래 감독 경질에 비난 쏟아져
조광래 감독 해임을 발표하며 곤혹스런 모습을 보인 축구협회 황보관 기술위원장. <연합>
많은 악재 불구, 조 1위인 팀에 ‘경기력 부진’ 낙인 찍고
기다렸다는 듯 감독 쫓아낸 독선…공적 책임 저버린 행태
대한축구협회가 8일 조광래 축구 대표팀 감독 경질을 발표하자 협회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경질의 이유라는 대표팀의 경기력 부진을 놓고서도 의견차가 있는 데다 해임 절차가 규정을 위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축구협회 회장단은 이날 최근 대표팀의 부진을 들어 조 감독의 지도력으로는 한국의 월드컵 본선 진출이 어렵다고 보고 황보관 기술위원장을 통해 조 감독에게 해임을 통보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용수 KBS 해설위원은 한국이 지난달 레바논과의 월드컵 예선 원정경기에서 부진했으나 조광래 호의 미래까지 속단하기는 일렀다고 평가했다.
이 위원은 “조 감독은 새로운 한국의 축구를 만들어가는 단계였다”며 “아시안컵과 가나, 세르비아와의 경기 등에서는 그런 면을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축구해설가 출신인 신문선 명지대 교수도 협회가 대표팀에 여러 악재가 있었음에도 이를 평가에 반영하지 않고 독단적 결정을 내렸다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조 감독에게는 어려움이 겹쳤다. 두 차례 연속 중동원정이 있었고 부상자도 있었으며 해외파들도 소속 클럽에서 주전으로 못 뛰어 경기감각을 잃은 상태였다”고 말했다. 그는 “협회가 문제를 함께 고민하며 대표팀을 평가해야 함에도 그렇게 하지 않았다”며 “레바논에 졌다는 이유로 조 1위를 달리는 팀의 감독을 해임한 것은 옳지 않다”고 덧붙였다.
협회가 기술위원회의 별도 논의 없이 갑자기 조 감독에게 해임을 통보한 데 대해서는 독설에 가까운 비난이 쏟아졌다. 기술위원회 논의에서 결론이 나오면 이사회가 추인해 경질이 결정되는 게 정해진 절차이지만 이조차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용수 위원은 “기술위원회는 ‘축구 기술의 꽃’이라서 회장단의 의지에 영향을 받지 않는 독립성이 있다”며 “감독과 기술위원회가 동반 사퇴하는 경우는 봤어도 기술위원장이 감독에게 해임을 통보하는 행태는 처음 본다”고 말했다.
이 위원은 “협회가 왜 스스로 축구인을 초라하고 천박하게 만드는지 모르겠다”며 “기술위원회에서 정당하게 평가하고 ‘조 감독님 체제로는 어렵다고 의견을 모았습니다. 그간 고마웠습니다’라고 예우하면 안 될 일이냐”고 반문했다.
신문선 교수는 국민의 무조건적인 지지를 받는 한국 축구를 이끌어가는 공공 부문의 성격을 지닌 대한축구협회가 공적 책임을 내팽개쳤다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협회가 사기업, 나아가 권력기관처럼 행동하고 있다”며 “기술위원회 논의도 하지 않고 수뇌부의 독단적 결정으로 해임을 통보하는 것은 매우 불합리하고 비상식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협회는 한국 축구를 위해 봉사하고 서비스하는 조직인데 이번과 같은 정치적 행태에 축구인들은 분노할 수밖에 없다”며 “대표팀 감독의 인권을 저렇게 침해할 정도이니 현장의 지도자나 선수들을 보는 시각은 오죽하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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